앉았다 일어날 때 중심 못 잡는다면?

강하늘 승인 2021.07.08 17:55 | 최종 수정 2022.01.21 18:36 의견 0

60대 초반 정 모씨는 며칠 전에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몸의 중심을 못 잡고 휘청했다. 중심을 잡을 자정능력 자체가 없었다. 순간 어디에 부딪히면 화를 당할 것 같다는 걱정을 와락 엄습했다. 그는 평소 건강했지만 저녁에 반주로 막걸리 한두병은 거의 빠짐없이 먹는다. 술을 덜 먹으면 낫겠지 생각하며 술을 끊었지만 며칠간 같은 현상은 지속됐다. 다만 강도가 약해졌다는 것 외에는...

중년 이상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앉았거나 누웠다가 일어나면 중심을 못 잡고 휘청하는 경우는 어떤 질병의 전조일까? 정 씨의 경우처럼 평형감각을 관장하는 소뇌나 귀에 문제가 생겨 어지럼증이 발생했을까? 전문의의 말을 빌려 알아보자.

대한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어지럼증의 40%는 말초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생긴다. 이어 균형 장애 및 실신성어지럼증이 25%이며 정신과적인 문제로 생기는 것은 15%다. 기타 어지럼증이 10%를 차지한다. 바짝 신경을 써야 하는 뇌경색 등 보다 심각한 중추신경계 질환은 10% 정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귀의 전정기관 기능 이상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80% 이상을 차지했다.

병적 어지럼증은 몸의 평형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평형 유지에 관여하는 전정기관과 중추신경의 질환이 생겼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정기관은 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내이(속귀)에 있다. 머리 위치와 움직임의 변화를 감지하고 중추 평형기관에 전달해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중추신경은 뇌와 척수를 한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나 팔·다리를 통해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통합·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전정기관의 문제가 원인이면 ‘말초성어지럼증’, 뇌에 생긴 질환이 원인이면 ‘중추성어지럼증’이다.

말초성어지럼증은 대부분 치료가 잘 되지만 중추성어지럼증은 뇌혈관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 심혈관계나 자율신경계, 심리적인 문제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어지럼증의 종류도 잘 살펴야 한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어지럽다면 귓속 평형기관 문제일 수 있지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일단 심한 정도에 주목해야 한다.

▶ 빙글빙글 도는 현훈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강한 회전성어지럼증을 현훈이라고 한다. 자세가 불안하거나 눈떨림이 동반되기도 하며, 심한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훈은 말초성이나 중추성어지럼증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말초성어지럼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세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구역·구토가 심할수록 말초성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가만히 있을 때도 강한 현훈이 느껴진다면 중추성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 중심 못 잡는 균형 장애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못 느끼다 서려고 하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는 증상이다. 갑자기 쓰러지거나 비틀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균형 장애 증상은 말초성어지럼증보다 중추성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뇌에서 균형과 보행을 담당하는 소뇌에 뇌경색이 발생하면 균형잡는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통 술 취한 사람처럼 걷고 한쪽으로 기울거나 쓰러지는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 쓰러질 것 같은 ‘실신성어지럼증’
실신성어지럼증은 갑자기 아뜩해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어지럼증을 의미한다. 현훈과 달리 세상이나 자신이 빙글빙글 돈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보통 뇌의 혈류나 당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기립성 저혈압을 겪는 환자에게 흔하다. 기립성 저혈압은 장시간 앉아 있다 일어설 때 하체로 몰려있던 혈액이 제때 뇌로 돌아가지 못해 어지럼이 생긴다.

▶ 붕 뜨면서 흔들리는 심인성어지럼증
심인성어지럼증은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몸이 흔들리고 머리 안이 도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간혹 몸에서 자신이 분리되는 듯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마트에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어지럼증과 함께 식은땀이 심하게 흐르기도 한다.

심인성어지럼증은 중추신경이나 전정기관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등이 주요 원인 질환이다. 과거에 이석증 등으로 심한 어지럼증을 겪었던 사람들이 병이 나은 후에 심인성어지럼증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우선 무엇을 체크해야 할까?

어지럼의 지속시간도 중추성어지럼증이나 말초성어지럼증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대부분의 말초성어지럼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어지럼증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 반면 중추성어지럼증은 장기간 지속되고 한번 발병한 어지럼증의 지속시간도 긴 편이다.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하는 증상은 무엇인가?

어지럼증과 함께 발생하는 다른 신체 증상도 원인 질환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지럼증과 함께 귀가 먹먹한 느낌인 이충만감이나 이명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전정기관에 발생한 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심한 두통과 함께 팔·다리 위약감이나 감각이상, 발음 이상, 삼킴 곤란, 한쪽 눈꺼풀 처짐, 안면 마비 등 뇌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면, 뇌졸중이나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엔 치료가 늦어지면 심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을 더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해봐서 어눌하거나 더듬는지 파악해야 한다. 앞발과 뒷발을 일자로 붙여 걸어보는 것도 좋다. 뇌경색인 경우 균형이 잘 안 잡히기 때문에 일자로 걷는 게 어렵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들은 무엇일까?

▶ 이석증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말초성어지럼증으로 분류된다. 내이에 있는 반고리관의 조직 파편인 이석이 떨어져 나오면서 유발된다. 몸이 얼마나 회전하는지를 감지하는 반고리관을 이석이 자극하면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회전성 현훈이 자세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특정 유발자세가 있다. 오심이나 구토, 두통,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 자율신경계 자극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통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사라진다.

이석증 치료는 반고리관 내부에 생긴 결석을 원위치로 집어넣는 물리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에플리(epley) 치료법이다. 누운 상태에서 머리 위치를 변화시키면서 반고리관을 따라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치료법이다. 70~90%는 에플리 치료법으로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전정신경염
전정신경염은 내이에 있는 전정신경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귀에 생기는 감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가 자연적으로 발생해 수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정한 유발 자세 없이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증상이 나타나 이석증과 구별된다. 안진(눈떨림)이 동반되면서, 세상이 도는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눈을 감거나 염증이 발생하지 않은 쪽의 귀를 바닥에 대고 누우면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1~2일 이내에 증상이 뚜렷하게 줄어드는데, 수일이 지난 후에도 머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심한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고통스러운 경우에는 증상 초기에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완화하는 전정억제제나 구토억제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 메니에르병
메니에르병은 귓속 달팽이관 안에 있는 ‘내림프액’이라는 액체의 생성과 흡수 과정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귀 내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유전적인 요인이나 세균·바이러스 감염, 머리에 입은 외상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어지럼증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이나 귀 안이 꽉 찬 이‘ 충만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메스꺼움과 구토가 생기기도 한다. 한번 발생하면, 길게는 5~6년간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메니에르병은 머리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저절로 어지럼증이 나타나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과 구별된다.

또한 다른 말초성어지럼증보다 치료 예후가 좋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청력장애 등이 생기기도 한다. 메니에르병 환자의 80~90%는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관리해주면 증상이 나아진다. 약물로는 구토억제제와 전정억제제가 쓰이며, 반드시 저염식의 식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이유는, 소금을 많이 먹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내림프액이 늘어나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소금은 하루 1.5g 미만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저염식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이뇨제를 복용해 수분 배출을 늘리기도 한다. 이는 내림프액을 강제로 줄여 증상을 완화시킨다.

▶ 뇌중풍(뇌졸중)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눈다.

두 질환 모두 뇌에 산소와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뇌혈관이 조금씩 손상되다 어느 날 갑자기 ‘쿵’ 하고 발병한다. 따라서 전조증상을 살피는 게 다른 어떤 질병보다 중요하다.

환자의 20~40%는 전조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만성적이라기보다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증상이 하루 정도 지속될 수도 있지만 짧으면 30분 이내에 사라진다. 이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조증상이 일단 나타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중풍의 습격을 받을 확률이 10배 정도 높다. 실제로 전조증상을 무심코 넘겼다가 2~3일에 뇌중풍이 덮쳐 병원을 찾는 사례는 흔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마비 현상이 나타난다면 뇌중풍 전조증상일 확률이 높다. 양쪽 팔다리가 저리다면 당뇨 합병증 등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원인일 수 있다. 이 또한 원인을 파악해야겠지만 일단은 뇌중풍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손발이 차갑다면 혈액순환 장애, 밤에만 손목이 저리다면 말초신경 장애일 수 있다.

뇌경색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갑자기 빙빙 돌기보다는 어질어질한 느낌으로 시작하는 비회전성 어지러움이 많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두통이 생기고 잘 걷지 못하는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물체가 2개로 보이거나 한쪽 시야가 보이지 않는 뇌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뇌경색 등 중추성어지럼증은 말초성어지럼증보다 증상이 완화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뇌경색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뇌경색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증상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신체 균형을 담당하는 소뇌에 뇌경색이 생기면,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면서 넘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외측연수 뇌경색의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말초성어지럼증과 유사한 단순 어지럼증으로 나타나 방치하기 쉬워서다. 하지만 외측연수 뇌경색은 숨 쉬는 것과 관련된 뇌 부위에 생긴 문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잠을 자다가 호흡 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어지럼증의 대부분은 귀에 문제가 있는 말초성어지럼증이다. 하지만 중추성 어지럼증은 심각한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더 주의해야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반신마비 등 후유증을 남기거나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환자에게 생긴 어지럼증이 균형장애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등 중추성어지럼증이 의심될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좋다.

▶ 기립성저혈압
실신성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갑자기 일어나거나 장시간 서 있을 때, 하반신에 모인 혈액이 심장·뇌로 제때 전달되지 못해 발생한다. 갑자기 아뜩해지는 실신형 어지럼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실신으로 이어진다. 특히 기립성저혈압은 노인 실신 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흔하기 때문에 노년층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립성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갑자기 일어나거나 서는 행동 등을 교정해야 한다. 보통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방법이 추천된다. 이를테면 누운 상태에서 일어날 때는 일단 앉는 동작부터 시행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일어서는 것이다. 평소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교차하거나 뒤꿈치를 드는 등 장딴지에 힘을 주는 것은 하체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도록 돕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어지러움 현상이 심하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까?

전문의들은 보통 귀 질환을 의심해 비인후과를 찾는데, 신경과를 먼저 찾으라고 권한다.

귀로 인한 어지럼증은 치료 예후가 좋지만 중추성어지럼증은 치료 시간이 늦으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소뇌경색의 경우 3~4시간30분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시작하면 막힌 혈관을 뚫는 약을 투여해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병원을 찾다가 소뇌에 발생한 경색이 커지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자칫 뇌경색이 뇌간까지 압박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신경과를 먼저 찾는 것이 현명한 이유다.

60세 이상 고령인 경우에는 반드시 신경과를 먼저 찾아야 한다. 고령의 경우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음주, 비만 등의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뇌혈관질환이 막히는 뇌경색이 유발될 위험도 높다. 또한 심근경색, 부정맥, 판막질환 등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아 단순 어지럼증 발생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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