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日 의존했던 반도체 소재 국산화

중견기업과 고순도 염화수소 개발
日 정부 수출 규제 2년만에 성과

강하늘 승인 2021.06.09 09:43 | 최종 수정 2022.01.05 18:22 의견 0

삼성전자가 일본과 독일에서 전량 수입하던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염화수소’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산화 과정엔 중견기업인 백광산업이 참여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소재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8일 삼성전자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양 사는 고순도 염화수소를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에 실제 적용하는 품질 테스트를 최근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에 최종 계약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소재의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웨이퍼에 그려진 반도체 회로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부식시켜 깎아내는 식각(蝕刻)액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협력사인 솔브레인을 통해 일본 토아고세이, 독일 린데 등의 제품을 수입해 왔다. 지난해 수입액은 570억 원이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한 품목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 업체들이 독점하던 일부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국산화와 다변화에 나서 왔다. 지난해부터 한국 반도체 소재 기업인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동진쎄미켐 등이 속속 불화수소 등의 소재 국산화 성과를 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자, 보복 조치로 일본 소재에 의존하던 한국 기업에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결정했다.

이는 국내 대중소 반도체 관련기업은 소재와 부품, 장비 다변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솔브레인은 지난해 1월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고, 6월에는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 국산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동진쎄미켐이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의 이 같은 개발 성공은 규제 카드를 꺼냈던 일본에 부메랑이 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초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소재 수입을 줄이고 있다며 한국의 소재 국산화가 일본 기업에 타격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일본의 주요 소재 기업인 도쿄오카공업과 다이킨공업 등은 수출 규제를 피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등 한국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소부장의 국산화 길이 멀다. 반도체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80%에 이른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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