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모 회계사의 기업의 주인은 누구의 것인가?

문길모 승인 2019.03.07 10:07 | 최종 수정 2021.10.13 13:39 의견 0

[플랫폼뉴스 문길모 칼럼니스트] 조선 선조시대의 명신(名臣)인 오성 이항복에 관한 다음과 같은 유명한 설화가 있다.

어느 날 오성의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가 커서 그 가지가 옆에 있는 권율의 집으로 넘어서 들어갔는데 이 가지에 열린 감을 권율 집에서 따먹는 일이 발생하였다. 오성은 권율 집으로 찾아가 이의 부당함을 따졌다. 이에 권율은 자기 집으로 넘어온 감은 따 먹어도 된다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오성은 권율의 방문 밖에서 안으로 주먹을 찔러 넣고 이 주먹이 누구 주먹이오?”하고 물었다. 권율이 네 주먹이지 누구 주먹이겠느냐라고 말하자 오성은 이 말을 한 권율에게 감의 주인이 자기라는 것을 일깨우고 주인 허락 없이 감을 가로챈 일을 추궁하였다고 한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 Photo : Pixabay

지난 2018년 3월부터 반려견를 데리고 외출 시 목줄을 하지 않고 풀어놓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고를 낼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이 개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자동차를 사서 가지고 있을 때 그 자동차의 소유자는 분명 ‘나’이다. 비록 내 자동차를 빌려주어 다른 사람이 타고 있다고 해도 그 소유자는 나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 모두 동물이나 식물 또는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면 기업이라는 실체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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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인은 진정한 주인은?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업은 개나 자동차와는 달리 그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답을 한마디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을 만든 사람인가? 아니면 기업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람인가? 또는 그 기업의 문을 열고 닫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일반적으로는 앞서 말한 자동차의 사례와 같이 어떤 사람이 자본을 대고 기업을 만들었다면 그를 그 기업의 소유자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만들었다고 해서 전적으로 그가 기업의 소유자라는 말하는 것은 뭔가 정답이 아닌 느낌이 든다. 기업이라는 생명체는 최초 투자자가 기업을 설립하여 본인이 직접 운영하지만 그 기업이 성장하면서 종업원도 채용하게 되고 경영자의 경영을 도와주는 임직원들도 늘어난다. 또한 그 기업이 성장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거래처나 금융기관도 있다.

이들은 기업의 흥망성쇠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기업의 경영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들 모두가 기업의 경영에 직접 간접으로 관여하고 있어 기업의 소유자의 기능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기업의 성쇠(盛衰)와 손익 유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집단, 소위 이해관계자집단(利害關係者集團, interest parties)이 그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며 소유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진정한 소유자는 기업의 이해관계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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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소유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견해들을 살펴보면,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인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소유자는 기업의 주주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지역에서는 기업의 소유자에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경영자와 종업원을 같이 포함시키기도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기업의 소유자에 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을 포함시키려는 주장이 강하다.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소유자는 전술한 미국의 경우와 같이 개인 기업은 그 기업을 투자해서 만든 개인이고, 법인은 그 법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분권자나 주주를 말한다. 기업의 소유자를 이야기 할 때 원칙적으로는 자본을 대고 기업을 최초로 만든 사람을 말하겠지만, 그 기업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기업의 내부 외부에서 정성과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고 있는 많은 한 많은 이해관계자집단들도 전술한 바와 같이 기업의 진정한 소유자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해관계관계자집단 모두가 기업의 공동 소유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소유자는?

* Photo : Pixabay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은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할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대적인 의미의 기업에 대한 개념이 늦게 도입된 데다가, 기업을 둘러쌓고 있는 이해관계자집단들 상호간에 기업의 소유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까닭으로 이해관계자집단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기업은 나의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는 주주대로, 종업원은 종업원대로, 은행은 은행대로 그리고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내가 이 기업에 가장 중요한 존재이고 내가 아니면 기업은 쓰러지질 수 있다 고 생각하며 본인만이 기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어떤 면에서 보면 주인의식(主人意識)의 결과로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이기적인 입장에서 다른 이해관계인의 입장은 무시하고 본인만이 기업의 소유주인 것으로 착각하고 이를 주장하려 한다.

이러한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주장은 기업의 건실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결정적으로 기업의 생명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경영자과 노조가 그 기업의 운영에 관한 주도권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 끝에 그 기업이 망하는 사례이다. 이런 경우 그 기업의 경영자와 노조는 기업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 기업을 파괴하는 일종의 암이며 적()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의 소유자에게는 기업의 생명을 좌우지 할 권한도 있지만 책임도 따르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기업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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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도 기업과 단절하고 살수 없다.

기업이 제공하는 일터에서 일을 하고, 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서 먹고 입으며 삶을 영위 한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은 우리 삶의 원천이 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모두 기업의 주인은 우리이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기업이 씨를 심고 새싹을 티우고, 나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심과 보살핌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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