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8] 단톡방 트라우마

신아연 승인 2019.03.28 07:03 의견 0

 [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중년싱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 치유작가 

 http://cafe.naver.com/bluedust

 

“신 작가님, 제가 단톡방을 세 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각 220, 167, 150명의 회원이 있지요. 고위직 정치인을 비롯해서 나름 상위급에 속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곳입니다. 신 작가도 초대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 가지 중요한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이걸 지키지 못하면 강퇴를 당하게 됩니다.”
“어떤 제약이길래요?”
“일체 본인의 글을 올려서는 안 됩니다. 이모티콘 하나도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톡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하지요. 이따금 돌출적인 분도 있지만 이내 스스로 사과하지요. 신 작가도 이 조건을 지킬 수 있을지 기우로 말씀드립니다.”
“펌글이 아닌, 저처럼 자기가 직접 쓴 글도 올리면 안 되나요?”
“어떤 글도 사양합니다. 글을 올리는 순간 퇴장을 요구받습니다. 회원 절반 이상이 저서 한두 권은 낸 사람들이지만 누구든 예외는 없습니다.”
“그럼 단톡방은 왜 여셨나요? 아무도 글을 올리지 않는 단톡방은 없는 거와 같은데.”
“제 글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글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제게만 있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발행하는 인터넷 신문의 기사와 그 기사에 대한 저의 코멘트지요.”
“결국 본인이 발행하는 신문을 강제 구독시키는 곳이군요.”
“미리 원칙을 말씀드렸으니 강제는 아니지요. 싫으면 초대 안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도 매일 강제 구독 수 없이 받고 있습니다.”
“그건 소통이 아니잖아요. 단톡방은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소통에는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이상은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는 한 지인과 어제 주고받은 말이다. 더 했다가는 언쟁이 될 게 뻔해 내 쪽에서 그만 입을 다물었다. 소통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니 그렇다면 일방통행도 소통이라는 논린가. 그는 어쩌다 이런 아집에 갇혀 자기만의 성을 쌓고 독선적 ‘성주’가 된 것일까. 강제 구독을 당했다는 피해 의식은 뭐며,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니, 관여했던 단톡방에서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그의 행태는 묻지마 폭력과 뭐가 다른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에게 동조하면 좋아하고 반대하면 싫어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의 행동 역시 남을 이기려는 마음, 남보다 잘나 보이려는 마음이 원인일 것이다. 철저한 자기중심적 관점 하에, 타자를 강압하면서까지 자기 인정 욕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곰과 호랑이 중에서 곰이 우리 조상이 된 것을 무척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직하게 원칙을 지켜내고 있는 자신에게 긍지를 느낀다고 하면서. 이 대목에서 나는 그에 대한 연민으로 좀 슬프고 망연해졌다.

 

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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