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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눈) 레터] 엄마 빈자리와 애어른의 이야기

정기홍 승인 2021.07.03 18:11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엄마의 빈자리>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단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자꾸 속상하게 해?"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제 손을 멈추게 하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어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릴려고 식을까봐 이불 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갑자기 메어져 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펑펑 울었습니다.일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은 유치원에서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종일 자기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채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를 300 여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가 지장이 많이 된다며 온 전화였습니다.

 
그 전화를 받고 난 후 아이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아들을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 가서 편지를 받아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나쁜 짓을 했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훌쩍훌쩍 울먹이며 먼나라에 계신 엄마가 보고 싶어 쓴 편지라고.

 

그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물었더니 애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기만 했는데 오늘 가 보니 손이 닿아서 엄마에게 편지를 보낼수 있다는 기쁨에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 지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하늘나라에 있다고 그러니 다음부턴 적어서 태우면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볼 수 있다고...

 

태워 버릴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 뒤 라이터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해서 궁금한 마음에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너무 너무 보고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 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아빠도 엄마 생각 날까봐 말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도 나는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 척 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도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 했어...나 매일 밤마다 아빠가 엄마 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 나. 자꾸만 자꾸만 보고 싶은데, 나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보고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 번만 꼭 나타나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꼭.'

 

 

※ 찡하고 짠하네요. 이 글이 픽션(허구)인가요 넌픽션인가요? 실제 있은 일이면 참 애잔하게 와닿는 코끝까지 슬픔이 미어지는 일이고, 만일 누군가가 지었다면 기획력과 글의 흐름이 상당합니다.

 

소설이란 게 상당수가 작가가 살면서 경험한 것과 곳에서 글로써 솟아나는 샘물처럼 나온다고 합니다. 읽는 독자들은 어쩌면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할까 하며 감동하고 감탄하지만 글쟁이인 작가는 실제 자신의 어휘력과 문장력으로 잘 갈무리하는 것이지요. 이게 또한 작가의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어린 아이에게 왜 저런 아픈 경험을 하게할까 하는 애틋한 생각으로 글을 읽어내렸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와닿네요. 소중한 사람이 떠난 빈자리에는 저 아이와 같은 슬픈 경험이 자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7월의 늦장맛비가 굵게 내립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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