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난 치킨집, "기부 모아, 매출 모아 600만원 기부"

강하늘 승인 2021.03.16 17:46 | 최종 수정 2021.12.07 13:50 의견 0

돈이 모자란다며 치킨 5000원어치만 달라던 형제에게 치킨을 먹여보낸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 사이에 '돈쭐'로 유명해진 치킨 업체 점주가 이번엔 돈쭐로 모인 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다시 화제를 낳고 있다.

돈쭐은 '돈으로 혼쭐'의 줄인 말로 귀감이 된 가게의 음식이나 물건을 팔아주는 네티즌의 소비문화다.

'철인 7호' 홍대점 점주 박재휘 씨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전국 각지에서 후원 목적으로 넣어주신 주문으로 발생된 매출 약 300만원, 후원금 일체 약 200만원에 저의 돈 100만원을 보태 총 600만원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 철인 7호 홍대점 점주 박재휘 씨(왼쪽)와 치킨을 자주 얻어먹은 동생의 형이 쓴 고마움의 손편지.
▲ 기부 소식을 전한 철인 7호 홍대점 점주 박재휘 씨의 인스타그램 글.

박 씨는 이어 "15일 마포구청 복지정책과 꿈나무지원사업(결식아동 및 취약계층 지원금)으로 기부했다"며 "이건 분명 제가 하는 기부가 아니다. 전국에 계신 마음 따뜻한 여러분들이 하시는 기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언론 보도 이후 전국 각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의 응원과 칭찬도 모자라, 하루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많은 관심으로 꿈만 같은 날들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어떠한 대가를 바라며 행한 일은 아니었기에 지금 제가 받고 있는 관심과 사랑이 솔직히 겁도 나고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씨는 "(형제에게 치킨을 먹인지) 1년 가까이 지나 잊지 않고 저라는 사람을 기억해주고, 제 마음에 답해준 형제에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라며 "언젠가 허락한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사실상 (형제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늦더라도 꼭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씨의 선행은 이에 앞서 '철인 7호' 김현석 대표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고 큰 화제가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달 '철인 7호' 본사에 고등학생 A 군이 쓴 손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사는 형편이 빠듯했던 A 군은 지난해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5000원 한 장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그 어느 치킨집도 이들 형제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곳은 없었다. 때마침 손님이 없어 가게 앞에 나와 있던 박 씨는 "치킨 치킨"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생을 달래는 형을 보게 됐다. 이들 형제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박 대표는 가게로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A 군은 박 대표에게 "5000원밖에 없어요. 5000원어치만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고 이를 본 박 대표는 가슴이 저려왔다.

박 대표는 이들 형제에게 치킨을 실컷 먹이고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닭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A 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 대표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몇 번 더 찾았고 박 대표는 그때마다 치킨을 공짜로 튀겨줬다. 한번은 덥수룩해진 동생의 머리까지 잘라줬다. 그러나 A 군의 동생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어느 날부터 발길을 끊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후 박 대표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A 군이 손글씨로 꽉 채운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받았다. A 군은 편지에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어린 동생, 몸이 편찮은 할머니와 사는 자신의 처지를 전한 뒤 박 대표가 자신들에게 베풀어준 치킨 덕분에 세상의 따뜻함을 느꼈다고 썼다. 그리고 A 군은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뉴스를 봤는데 잘 계신지 궁금하고 걱정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같은 사실은 삽시간에 알려졌고 해당 지점에 대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돈쭐(돈으로 혼쭐) 나봐야겠네"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치킨 주문 행렬이 이어졌다. 몰래 돈봉투나 선물을 보낸 이도, 형제가 다시 찾아오면 치킨을 주라며 선결제를 하는 손님도 있었다. 치킨보다 퀵비가 더 나오는 부산 광주 밀양 대구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퀵비를 부담할테니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에 박 씨는 "현재 많은 관심으로 인하여 주문 폭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밀려오는 주문을 다 받고자 하니 100% 품질을 보장할 수가 없어서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고 공지하고 한때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음은 철인 7호 홍대점 점주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

안녕하세요

철인 7호 홍대점 점주 박재휘입니다.

바쁘단 핑계로 한분 한분 답장을 드리지 못해 이렇게나마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최근 언론 보도 이후

전국 각지에서 셀 수 없이 정말 많은 분들의 응원과 칭찬도 모자라, 하루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많은 관심으로 말그대로 꿈만같은 날들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결코, 어떠한 댓가를 바라며 행한 일은 아니였기에 지금 제가 받고있는 관심과 사랑이 솔직히 겁도 나고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생각이 듭니다. 내가 과연 이렇게 칭찬 받고 박수 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이 맞는 건가?에 대해서요. 분명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고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거리두기, 5인 이상 집합금지 또는 각종 흉흉한 소식들이 많은 세상 속에 작년의 제가 그 형제를 만난 그날이 유독 더 눈에 띄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1년 가까이 지나, 잊지 않고 저라는 사람을 기억해주고, 제 마음에 답해준 형제에게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언젠가 허락한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여러분들 만큼 저도 그 친구가 정말 많이 보고싶습니다. 본사에서도 협조해 주어 형제를 아직까지 찾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상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요..너무 늦지않게, 조금 늦더라도 꼭 좋은소식 전해드릴수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릴게요~.

지난 2월 25일부터 현재까지 배달앱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후원 목적으로 넣어주신 주문으로 발생된 매출 약 300만원+후원금 일체 약 200만원(소액 봉투 및 잔돈 미수령) 및 저도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100만원을 보태 총 600만원 오늘 2021년 3월 15일 마포구청 복지정책과 꿈나무지원사업(결식아동 및 취약계층 지원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이건 분명 제가 하는 기부가 아닙니다. 전국에 계신 마음 따뜻한 여러 분들이 하시는 기부입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을 대신하여 좋은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염려되어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일 현 시간부로 후원 목적의 주문은 주문거부 처리하고 저는 그 따듯한 마음만 한가득! 받아가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에 정말 큰 용기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실력으로 맛으로 서비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진짜 치킨집 사장 박재휘가 되겠습니다.

모두 정말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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