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주식형제 천개유 급난지붕 일개무(酒食兄弟 千個有 急難之朋 一個無)>
학창 시절 "세 명의 친구를 가지면 성공한 인생이다"란 말을 들었을 때 매우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살아보니 진짜 한 명도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친구나 벗을 지칭하는 용어는 동·서양이 다르고 한·중·일 또한 각각 다르다.
대개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찌(友達)를 쓴다.
'붕(朋)'은 봉황이 날 듯 새 떼가 함께 무리지어 나는 모습이며, '우(友)'는 서로 손(又)을 잡고 돕는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붕(朋)'은 동문(同門) 수학한 벗이고, '우(友)'는 동지(同志)로서의 벗이다.
따라서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함께하고 뜻을 같이한 벗을 '붕우(朋友)'라고 한다.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그러나 친구라고 다 친구는 아니며 또한 누구에게나 친구는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인디언들도 친구를 가리켜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했다.
역시 친구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짜다.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질풍지경초)'라는 글귀처럼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인간 세상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현역 시절 잘 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몰락하고 병을 얻어 세상을 뜬 후 빈소가 너무나 쓸쓸한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물론 이는 극한 상황을 전제한 경우다.
오죽하면 옛날에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이고, 정승이 죽으면 텅텅 빈다'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많은 이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니 공백기 동안 진실한 인간 관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재정리가 되더라.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라고 말한다.
남편은 집안이 가난할 때라야 좋은 아내가 생각나는 법이다.
동양에는 가난할 때의 참다운 친구라는 뜻의 '빈천지교(貧賤之交)'란 말이 있다.
지금 같은 난세에는 특히나 마음을 툭 터놓고 지낼 친구가 그립다.
이게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篇)'에서 말하는 '급난지붕(急難之朋)'이다.
'주식형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 '술 먹고 밥 먹을 땐 형, 동생하는 친구가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현재 나의 친구들이 주식형제(酒食兄弟)인지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인물이 추사 김정희(金正喜)다.
한때 잘 나가던 추사가 멀고도 먼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소식을 전한 이가 있었는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이상적(李尙迪)이라는 선비다.
그는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 그 먼 제주도까지 부쳤다.
극도의 외로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추사는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세한도라는 이름은 논어의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也-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에서 따온 것이다.
보통 인생의 5가지 부자로 돈, 시간, 친구, 취미, 건강을 꼽는데 그 중에서도 '친구 부자'야말로 인생 후반이 넉넉한 진짜 부자다. 외롭고 힘든 인생길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우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친구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주위에 마음을 기댈 친구가 없다면 그 사람은 필시 불행한 인생임에 틀림없다.
세계적 갑부인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Sam Walton)은 임종이 가까워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니 그에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며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결국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에 달려 있다.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는 예로부터 '오무(無)'를 들고 있다.
이는 무정(無情), 무례(無禮),무식(無識),무도(無道), 무능(無能)한 인간을 말한다.
당연히 자신부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아닌가를 살펴야 함이 도리다.
그렇다면 과연 '참된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
이와 관련해서 논어의 '계씨편(季氏篇)'에는 공자가 제시한 세 가지 기준이 나온다.
유익한 세 친구(益者三友-익자삼우)는 정직한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 해로운 세 친구 (損者三友-손자삼우)는 아첨하는 사람, 줏대 없는 사람, 겉으로만 친한 척하고 성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설파했다.
흔히 친구는 쉽게 네 가지 종류로 나눈다.
첫째, 화우(花友)다. 자기가 좋을 때만 찾는 꽃과 같은 친구다. 둘째, 추우(錘友)다. 이익에 따라 저울과 같이
움직이는 친구다. 셋째, 산우(山友)다. 안식처와 다름없는 산과 같이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다. 넷째, 지우(地友)다. 언제나 한결같은 땅과 같은 친구다.
참고로 글을 조금 더 넓혀보자.
제갈공명은 "장수(將帥)는 심복(心腹), 정보(情報), 조아(爪牙)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조아(爪牙)란 독수리의 발톱(爪)과 호랑이의 이빨(牙)을 의미한다.
리더에게 있어 조아는 힘들고 어려울 때 진정한 충고를 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 또는 적으로부터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바쳐 구해줄 수 있는 신하를 말한다.
요컨대 자기를 보호해주는 강력한 인적 무기로, 공자는 이를 가리켜 '쟁우(諍友)'라고 했다.
쟁우는 중국의 고대 처세서인 '지전(智典)'에 등장하는 말이다. 잘못을 솔직히 말해주고 고치게끔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를 가리킨다.
진정한 벗은 수보다 그 깊이가 중요하다.
따라서 내 목을 내주어도 좋을 '문경지교(刎經之交)' 수준의 벗은 아닐지라도 쟁우(諍友), 산우(山友), 지우(地友) 정도의 친구가 최소한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리무진을 같이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정작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리무진이 고장 났을 때 같이 버스를 타 줄 사람이다." 미국의 흑인 여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당신은 진정 친구가 힘들 때 우산을 같이 쓰고 있는가?
※ 위의 글은 인생 길의 반바퀴를 턴한 이후에 더 와닿을 글입니다. 인생 1단계는 우리 사회가 정해 놓은, 소위 말하는 '조직 정년'까지의 길이겠지요. 언제나, 지위 등이 계단식으로 높아지는 때입니다. 더없이 좋은 시절로, 당연히 여러 부류에서 우군처럼 보이는 지인이 많지요.
그렇지만 2단계 때는 1단계와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모든 '면'과 '것'에서 이전의 힘이 빠진다는 의미입니다. 살가웠다고 생각한 이들의 연락이 뜸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실제 무수한 이들이 이를 경험하고 말을 합니다.
조금 덜함이 보여질 때 찾아주는 친구가 진정 좋은 친구란 건 천하의 진리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까짓것 '상대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되는 겁니다. 친구가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하게 더 오래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