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 ‘제주의 봄’을 알리는 花信

조용수 승인 2018.02.28 14:24 의견 0

이생진 시인의 표현대로 「수평선에 눈이 베이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가 찢기는」 해안. 산과 바다가 서로 몸을 부비며 3월의 제주는 봄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의 봄’을 알리는  花信

채꽃



[플랫폼뉴스 조용수 기자] 제주의 봄은 길다. 1월 하순 한라산 기슭에서 눈을 녹이고 복수초가 피어오르면서 봄은 시작된다. 2월 하순 남제주에 유채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이어 해안선을 따라 산방산과 성산포를 거쳐 함덕 해안으로 퍼져나간다. 지금 제주의 봄은 동쪽 성산포에 머물고 있다. 일출봉을 앞에 두고 있는 성산일대는 지금 흐드러지게 유채꽃이 피었다.

봄이 내린 산 그림자 속 유채꽃과 억새, 그리고 사화산 '오름' 들은 이방인까지 품에 안는다. 섬 전역 그물처럼 얽힌 제주 봄길 양편엔 검은 돌담이 이어져 있다. 뒤로 유채가 노랗다. 민가도, 밭도 현무암 돌담과 유채꽃들이 장식한다.



돌담을 두른 유채밭. 돌담 틈새로 들어온 한줌 봄바람에도 소용돌이치는 유채꽃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중산간지대의 목장이 파릇해지고 제주 새끼섬까지 봄물이 오른다. 5~6월이면 한라산에 철쭉꽃이 핀다. 샛노란 복수초와 유채, 자홍빛 산철쭉은 봄 제주를 물들이는 꽃. 잿빛겨울을 건너온 봄 빛깔에 눈이 부시다.

섬사람들은 모른다. 연탄재 쌓듯 무심히 쌓은 돌담, 민들레 피듯 피어난 유채가 잿빛 도시인들에겐 얼마나 낯설고 진귀한 미학인지. 울타리 속에 침묵한 무덤마저 이방인에겐 예술이다. 가끔은 길을 멈추고 유채밭 속에 누워 하늘을 본다. 연인들은 반드시 그 꽃그늘 아래 입맞춤을 할 일이다. 위에서 보는 유채가 꽃밭이라면, 올려보는 꽃밭은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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