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18] 나무로 만든 닭

신아연 승인 2019.05.02 06:46 의견 0

[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인문예술문화치유공간 블루더스트 공동 대표 

 http://cafe.naver.com/bluedust

 

신 작가의 쌈닭스러움은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일이자 기껏해야 애처롭게 보일 뿐이다.” 지난 321일자 [신아연의 동행 6 / 나는 야 쌈닭, 이 아니 즐거운가!] 이후 스스럼없이 지내는 지인들이 내게 하는 말이다. 맞는 말씀이다. 상대를 날카롭고 표독스럽게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자기중심적인 관점이 쌈닭의 벼슬에 독을 올린다는 사실을 난들 모를 리가. 그러면서 그분들은 장자의 목계(나무로 만든 닭)를 말씀하시지만 난들 역시 목계를 모를 리가.

 

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키웠다. 열흘이 되어 왕이 물었다. “이제 싸움닭이 되었는가?” “아직 안 됩니다. 지금은 공연히 허세를 부리며 제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다. “아직 안 됩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모습을 보면 당장 덤벼들려고 합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다시 물었다. “아직 안 됩니다. 상대를 노려보고 성을 냅니다.” 열흘 후에 또 물었다. “이제는 됐습니다. 상대가 소리를 내도 태도에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그 본래의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들이 감히 대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버립니다.” - 박희채 장자의 생명적 사유책과나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야 했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가 되기까지 머언 젊음의 뒤안길이 필요했듯이 온전한 평정심, 단단한 자아를 성취한 목계가 되기 위해 몇 번의 열흘이 요구되지 않았나.

 

나 같은 사람은 평생이 걸려도 안 될 일이기에 언감생심 목계인 척하지 않겠다. 책에서 읽은 것, 남에게 들은 것을 내 것인 양 하지 않겠다. 수영 이론을 익힌다고 바로 물에 뜨는 게 아니며, 요리책을 읽는다고 배가 부른 게 아니듯이 목계에 대해서안다고 해서 내가 지금 목계는 아닌 것이다. 솔직히 나는 기성자가 다룬 첫 단계의 쌈닭도 못된다. 허세를 부리고 자아 도취되어 산다면 내 뱃속은 편할 텐데 말이지.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