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6] 나는 야 쌈닭, 이 아니 즐거운가!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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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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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내 별명은 '쌈닭'이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솔직히는 별명이라고까지 할 건 없다. 그냥 한 두 사람한테 한 두 번 들어 본 소리니까. 그런데 그 소리가 참 듣기 좋다. 쌈닭이란 말이 듣기 좋다니!
다툼 싸움 시비를 일삼는, 그것도 노상 독이 올라서 죽자고 덤벼드는 그악스런 여편네라는 뜻인데 그게 좋다니. 설혹 원래 기질이 그렇다 해도 무슨 소리냐며, 내가 언제 그랬냐며, 그야말로 쌈닭처럼 벼슬을 치켜세우며 달려들어야 할 판에 숫제 스스로를 쌈닭이라 부르며 흐뭇해하다니.
상대가 내게 실수나 잘못을 해서 나의 상한 감정과 아픈 마음을 표현했을 때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내가 왜 구태여 쌈닭이 되어야 하리. 자기 합리화, 물 타기, 변명, 도피, 무시, 윽박지르기, 되레 내게 덮어씌우기 등등 교활하고 비겁한 인간을 만났을 때 나는 가차 없이 쌈닭이 되는 것이다. 나를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을 절대 그냥 두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쌈닭스러운가!
나의 존엄을 짓밟는 사람에게 당당히 맞서는 일, 한 번 두 번 하다보면 내면에서 힘이 생긴다. 그러면서 자신이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이 올라온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쌈닭의 최고 경지는 ‘목계’지만 그건 장자 수준의 얘기고 나는 내 깜냥, 내 꼬라지대로 하리라.
‘착한 사람’은 ‘약한 사람’일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나는 살면서 착하다는 소리는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착한 사람은 배려의 화신이자 나아가 세상사를 초월하여 해탈이나 한 것처럼 굴지만 실상은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억누르고 있다. 자신보다 남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잘 보이고 싶어서다. 그래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화병밖에 더 있나. 남에게 맞추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착하고 싶다면 자신한테 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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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
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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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shinayo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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