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14] 아무도 게으르지 않고, 아무도 부지런하지 않고, 다만 바쁠 뿐이다

신아연 승인 2019.04.18 07:13 의견 0

 [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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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꽃이 지고 잎이 나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 오고가는 순서도 고마웠다. 5년 전 서울에는 3월에 벚꽃이 피는 바람에 4월에 잡혀 있던 벚꽃 축제가 엉망이 된 적이 있었다. 1922년 기상청 관측 이래 3월의 벚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생각해 보면 인간의 편의대로 꽃맞이를 한다는 발상은 약간 무모하다. 자연은 온전히 자신의 속도로 살아간다. 눈치를 봐야 하는 쪽은 인간이다.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꿔야 한단 말인가’,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의 말이다.

 
소로는 자연의 속도를 비유로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또래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두라.” 

 

 ‘아무도 게으르지 않고, 아무도 부지런하지 않고, 다만 바쁠 뿐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을 나는 이렇게 사유해 본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빗대지만 만약 달리는 도중에 넘어졌다면 게으른 탓일까. 그 긴 도상에서 어떤 사람은 한 번 아니라 두 번, 세 번도 넘어질지 모르는데 그때마다 그 사람의 게으름을 추궁해야 할까. 반대로 결승점을 향해 한 번도 실패 없이 달려간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일까.’라고.

 

나는 또 이렇게 웅얼거려 본다. '인생이란 각자의 결승점을 향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완주하는 것, 그 과정 중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거나 조급해 하지 않으며, 중도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것, 게으를 것도, 부지런할 것도, 바쁠 것도 없이 그저 자기 페이스로 다만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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