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이직하든가" 팀블라인드 압색 허탕
경남청, 팀블라인드·LH 본사 압색
블라인드, 보안로직으로 익명 강조
경찰 유효 증거 찾을지 미지수
강동훈
승인
2021.03.17 18:13 | 최종 수정 2022.01.01 18:28
의견
0
경찰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3기 신도시 땅 투기와 관련해 17일 조롱 글을 올린 당사자를 찾기 위해 운영업체인 팀블라인드를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팀블라인드의 한국 운영사 사무실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인지하는 허탕 촌극을 벌였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와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의 설명은 달랐다. 팀블라인드의 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어 이메일만을 통해 영장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의 사전 준비없는, 대국민 보여주기식 압색이었던 셈이다.
경찰이 회사 위치를 몰라 헤매는 동안 2km 떨어진 한국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근무 중이었다. 경찰은 이를 뒤늦게 알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직원들은 퇴근한 이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 다시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궁색한 말만 했다
|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쓴 조롱 섞인 글. |
앞서 지난 9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블라인드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어차피 한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라며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는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지만 캡처 화면이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져있다.
LH는 해당 글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발했다. 이후 진주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넘겼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대응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라인드의 경우 회사 메일 주소 인증만 하면 가입을 할 수 있고, 메일 데이터를 따로 저장하지 않고 있다. 가입 때 회사 인증에 쓰는 이메일 등 개인정보는 암호화돼 저장돼 있어 개인정보를 알 수 없다.
팀블라인드는 평소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보안 로직을 사용해 익명이 보장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블라인드 관련 자료가 아니더라도 여러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면 작성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설사 찾는다고 해도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꼬우면 이직하라"는 글의 대상이 개인이아닌 일반인으로 인식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적용이 힘들다는 견해다. 업무방해죄 역시 해당 글로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질이 생겼는지를 밝혀내야 성립하는데 이 역시 불분명하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