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11]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신아연 승인 2019.04.08 07:34 의견 0

 [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중년싱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 치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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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머릿속의 번잡하고 소란스러움에서 잠시 놓여난다. 내게 글은 다른 사람들의 일과와 같기에 5일은 글을 쓰고 2일은 쉰다. 생업으로 하는 모든 일에는 일과 삶이 밀착되어 과유불급이라 할 면이 있기 마련이다.

 

내 머릿속에는 정교하고 세분화된 언어의 서랍이 들어있다. 그러다 보니 실상을 그대로 보기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언어 자체에 매일 때가 있다.
가령 ‘저 사람은 이렇다. 이런 사람이다’라는 판단이 바로바로 내려지는 식이다. 매우 위험하고 오만한 생각인 줄 알면서도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오래, 더 깊이, 더 진지하게 대하기보다 한두 번, 몇 차례 응대를 한 다음엔 머릿속 언어를 뒤적거려 적당한 라벨을 붙인 후 서랍 한 칸에 밀어넣어버린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날마다 말과 글로 업을 짓고 있다. 무심코 휘두른 내 혀로 영혼의 각을 뜬 적이 있었을 테고, 독을 묻힌 글 끝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찌른 적도 있었을 것이다. 매일 신새벽, 그 업을 닦는 마음으로 참회록과 같은 글을 쓰고 있지만 이 행위가 또 다른 업이 될 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 한다”고 한 도덕경 56장이 떠오른다. 존재의 참 모습과 실재는 언어적 표현 너머에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쉴 새 없이 나불대며 다 아는 것처럼 굴수록 실상과 진상 파악에서 점점 멀어진다. 오히려 입을 다물고 문을 꽉 닫으면 바른 이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마치 난지도 쓰레기를 헤집듯 언어를 뒤적대야 하는 내 일이 허망하고도 허망하고, 그 '짓거리'를 시작하는 새로운 한 주가 유난히 버겁다.

 

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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