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퇴계선생이 며느리를 내쫒은 이유

정기홍 승인 2021.08.14 20:24 | 최종 수정 2021.10.30 18:12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퇴계선생과 며느리>

▲ 퇴계 이황 초상화

퇴계선생의 맏아들이 2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한창 젊은 나이의 맏며느리는 자식도 없는 과부가 되였다.

퇴계선생은 홀로된 며느리가 걱정이었습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젊은 며느리가 어떻게 긴 세월을 홀로 보낼까?' 그리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집이나 사돈집 모두에게 누(累)가 될 것이기에, 한밤중이 되면 자다가도 일어나 집안을 순찰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밤 집안을 둘러보던 퇴계선생은 며느리의 방으로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퇴계선생은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점잖은 선비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며느리의 방을 엿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 며느리가 술상을 차려 놓고 짚으로 만든 선비 모양의 인형과 마주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형은 바로 남편의 모습이었다.

인형 앞에 잔에 술을 가득 채운 며느리는 말했습니다. "여보, 한 잔 잡수세요." 그리고는 인형을 향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남편 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누는 며느리, 한밤중에 잠못 이루고 흐느끼는 며느리...퇴계선생은 생각했습니다.

'윤리는 무엇이고 도덕은 무엇이냐? 젊은 저 아이를 수절시켜야 하다니. 저 아이를 윤리 도덕의 관습으로 묶어 수절시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인간의 고통을 몰라주는 이 짓이야말로 윤리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다.여기에 인간이 구속되어서는 안된다. 저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이튿날 퇴계선생은 사돈을 불러 결론만 말했습니다.

"자네, 딸을 데려가게."

"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잘못한 것 없네. 무조건 데려가게." 친구이면서 사돈관계였던 두 사람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딸을 데리고 가면 두 사람의 친구 사이마저 절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퇴계선생의 사돈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되네. 양반 가문에서 이 무슨 일인가?"

"나는 할말이 없네.자네 딸이 내 며느리로서는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아이지만 어쩔 수 없네. 데리고 가게."

이렇게 퇴계선생은 사돈과 절연하고 며느리를 보냈습니다. 몇 년후 퇴계선생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날이 저물기 시작해 한 집을 택해 하룻밤을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저녁상을 받아 보니 반찬 하나하나가 퇴계선생이 좋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더욱이 간까지 선생의 입맛에 딱 맞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집 주인도 나와 입맛이 비슷한가 보다.'

이튿날 아침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찬의 종류는 어제 저녁과 달랐지만 여전히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만 올라온 것입니다.나의 식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이토록 음식들이 입에 맞을까? 혹시 며느리가 이 집에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퇴계선생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막 떠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버선 두 켤레를 가지고 와서 '한양 가시는 길에 신으시라'며 주었습니다.신어보니 퇴계선생의 발에 꼭 맞았습니다.

아! 며느리가 이 집에 와서 사는구나.' 퇴계선생은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을 보나 주인의 마음씨를 보나 내 며느리가 고생은 하지 않고 살겠구나.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짐작만 하며 대문을 나서는데 한 여인이 구석에 숨어 퇴계선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퇴계선생은 이렇게 며느리를 개가시켰습니다.

이 일을 놓고 유가의 한 편에서는 오늘날까지 퇴계선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선비의 법도를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윤리를 무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또다른 한 편에서는 정반대로 퇴계선생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퇴계선생이야말로 윤리와 도덕을 올바로 지킬 줄 아는 분이시다. 윤리를 깨뜨리면서까지 윤리를 지키셨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이런 훌륭한 분들이 이 나라의 선구자가 아닌지? 지혜롭게 현실을 직시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로선 '수절'이란 단어는 금기어 정도는 됩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따라 사는 세상입니다. 누구에게나 견디기도, 참기도 힘든 고통이 몇 개씩은 있습니다. 젊은 여인네가 남편도, 아이도 없이 홀로 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일생의 불행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밤(栗)꽃 향기 진동하면 과부 잠못 이루고 멀리 떠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나 외람되게 소개해봤습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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