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래 먼지를 떨어버려라

IBK기업은행 노정호 승인 2018.10.22 16:08 의견 0

[플랫폼뉴스 IBK기업은행 노정호]발 아래 먼지를 떨어버려라!

고대의 유대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고 돌아올 때는 반드시 발의 먼지를 떨어버리는 생활 습관이 있었다. 혹여 이방(異邦)의 더러움이 묻었을 발을 떨어 거룩한 땅을 부정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 예수가 말씀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느 곳에서든지 너희를 영접치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거기서 나갈 때에 발아래 먼지를 떨어버려...”
이 구절에서 발에서 먼지를 떨어버리라는 말은, 세상속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이 하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음은 물론 듣고 보게 되는 모든 부정적인 말과 생각, 행위 등을 마음에 두지 말고 완전히 지워 버리라는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이었던 GE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추락했다.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가 16년만에 퇴진(2017년 6월)한 뒤 존 플래너리 CEO 취임(8월) 후 다우지수 종목에서 퇴출되고, 취임한지 14개월만에 플래너리 CEO 경질 및 지난 1일 설립 1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래리 컬프 이사회 의장이 새 CEO로 수혈됐다. 한때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렸던 GE가 시장에서 ‘공중 분해설’까지 떠도는 부진을 딛고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이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래리 컬프가 CEO로 임명된 것에 대하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조 개혁이 관료주의에 막혀 내부인에 의해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이사회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GE의 문제는 △소통을 가로막는 관료주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방만 경영 △낮은 실행 능력 등이다. CEO 경질 배경에는 GE 내부의 순혈주의와 관료주의를 뿌리 뽑겠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수십 년간 GE는 ‘경영학 교과서’로 불렸고 잭 웰치 전 회장은 ‘경영의 신’이란 찬사까지 들었다. 게다가 웰치 20년, 이멜트 16년 등 내부 출신 CEO가 장기 재임하다보니 ‘할 말을 할 수 없는’ 기업문화가 형성됐다. WSJ는 이멜트가 실패담을 귀에 담기 싫어하면서 많은 문제가 묻혔다고 분석했다. GE캐피털 문제가 여기서 잉태됐으며, 알스톰 등 M&A 실패가 이어졌다.

 

한편,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의 지주회사인 시어스홀딩스는 지난 15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2011년부터 7년 연속 순손실을 낸 시어스의 부채는 113억달러(약 12조7543억원)에 달한다. 한때 3800여 개에 달했던 시어스·K마크 매장은 687개만 남았다. 2007년 주당 195달러였던 주가는 41센트까지 곤두박질쳤다. 시어스백화점과 대형마트 ‘K마트’를 보유하며 한때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군림하던 시어스가 설립 126년 만에 쓸쓸한 퇴장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시어스가 파산으로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는 유통업계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천은 시어스의 실패 요인에 대해 “기업이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하면서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지적한다. 경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90년대 초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월마트·타깃 등 대형 할인마트가 등장할 당시 여러 언론매체는 이를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소개하며 유통시장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시어스 경영진은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월마트가 양질의 제품을 파는 시어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또한 온라인 유통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나올 때도 시어스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헛발질’로 일관했다. 멤버십을 이용해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가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시어스의 최대주주기도 한 램퍼트 회장은 이번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언급한 성경 내용과 기업사례처럼 내외부의 소통부재와 함께 내부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관료주의 및 과도한 의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주와 함께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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