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의 국내 돌풍은 성공적 플랫폼 혁명에서 바라봐야 한다. 직접적 유탄을 맞은 국내 IPTV업체들은 플랫폼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 (사진제공=Pixabay) |
[플랫폼뉴스 강헌주 기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요즘 넷플릭스 돌풍으로 우왕좌왕하는 국내 IPTV업계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업체 넷플릭스는 지난 2015년 10월 국내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진출을 알렸다.
그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국내 기자들은 넷플릭스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한국 정서와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맞을지 의문이었다. 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체들과의 협업문제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그 간담회에서 “넷플릭스만 가지고 있는 콘텐츠, 이용자 맞춤형 추천 콘텐츠로 승부를 걸 것”이라며 “입증된 제작사와 손잡고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자체제작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승부수는 최근 적중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1월 25일 공개한 자체제작 드라마 ‘킹덤’이 그야말로 흥행대박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IPTV 메뉴에 넷플릭스를 유일하게 탑재한 LG유플러스는 ‘킹덤’ 공개 직후 5일 동안 IPTV 하루 신규 가입자 수가 평소보다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 수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 LG유플러스는 케이블방송업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가입자 수 기준 유료방송업계 2위로 올라섰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넷플릭스의 국내 보급확대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원님 덕에 나팔 불게 됐다.
‘킹덤’은 거액의 제작비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장면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미 시즌2를 확정해 주지훈·배우나·류승룡 등 주연 배우들은 오는 11일 시즌2 첫 촬영에 돌입한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Over the top·셋톱박스 없이 시청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분류된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TV 뿐 아니라 TV와 모바일에서 모두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디바이스나 채널을 옮겨가며 프로그램을 시청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최근 트렌드에 딱 맞는 업체다. 최근 국내 유료 시청자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
▲넷플릭스는 꾸준히 자체 제작 콘텐츠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국내 제작자들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한 태도도 확장성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홈페이지) |
물론 스마트폰 콘텐츠 트렌드에 힘입은 바 커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성공은 플랫폼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이외에도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많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해 락 인(Lock in)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킬러 콘테츠 개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자체 제작 콘텐츠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국내 제작자들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한 태도도 확장성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바로 플랫폼 업체의 특성인 개방성과 공유 전략이 통한 것이다.
바로 이 플랫폼 전략으로 넷플릭스는 국내서 뿌리를 내렸고, 기존 국내 IPTV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KT, SKT, LG유플러스 등 IPTV서비스업체들은 주문형비디오(VOD) 수익에만 취해 있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IPTV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가 재빨리 넷플릭스와 손잡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 '킹덩'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제공=넷플릭스)
KT와 SK텔레콤도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지만, 망 사용료 협상과 VOD수익 악화 가능성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거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사례와 같은) 기업결합 승인심사 요청이 다시 들어온다면 전향적인 입장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넷플릭스로 인한 국내 방송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플랫폼 혁명 시대다.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들을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기업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오랫동안 과점적 지배를 누려왔던 국내 IPTV업체들에게 위기가 몰려온 것이다.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