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그는 누구인가?…韓 영화계 거장에서 사망까지

강하늘 승인 2020.12.12 18:16 | 최종 수정 2021.12.25 03:11 의견 0

김기덕(60) 영화감독이 발트3국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졌다.

러시아의 타스통신 등 현지 언론은 11일 김 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발트 지역의 매체인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 감독은 한국 감독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거장의 타이틀을 쥐었던 그는 국내에서 촬영 중 폭력과 성추행 미투(Metoo)가 터지면서 국내 활동을 접고 홀로 라트비아로 떠나 살았다.

그는 지난달 20일쯤 라트비아에 입국해 현지 영화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었는데 지난 5일쯤부터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델피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사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이었다. 현지 지인들이 약속일에 김 감독이 나타나지 않자 수소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 12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68년에 경기도 고양으로 이사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전수 학교에서 기술을 배워 전자 공장을 다녔고, 해병대에 부사관으로 임관해 5년 간 복무했다.

제대후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아 1986년부터 화가로 활동했다. 서울 남산의 장애인보호 시설에서 전도사로 일하면서 신학교를 다니며 30세까지 서울에서 지냈다.

김 감독은 백남준 관련 기사가 동기가 돼 31세때인 1990년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1992년까지 3년간 프랑스와 유럽 각지를 다니며 그림 공부를 하던 중 영화 '양들의 침묵'(1990),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1992년에 귀국 후 '화가와 사형수'로 1993년 영상작가교육원 창작 대상, '무단 횡단'으로 1995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대상을 받는 등 각본가로 활동했다.

김 감독은 1996년 데뷔작인 ‘악어’때부터 충격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매년 영화를 만들었고 대체로 잔인하고 어두운 영상과 내용으로 화제와 충격을 몰고 왔다. '충무로의 이단아' 별명도 붙었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 어렵게 자라 영화가 어둡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저예산 독립 제작 체제로 작업하며 각본, 연출, 미술을 거의 자신이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에는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칸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피에타’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베네치아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로써 세계 3대 영화제에 그의 이름을 모두 올렸다.

그의 영화는 사회에 소외된 이들의 삶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나쁜 남자’에서처럼 주로 성매매와 폭력에 노출된 여성, 그를 이용하는 악한 남성 등의 캐릭터를 원초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폭력성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평가는 양극단으로 엇갈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특히 러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지난해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라트비아에서 산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김 감독이 주로 해외에 머문 동기는 3년 전 영화 촬영 중 여배우를 폭행·성추행했다는 ‘미투(Metoo)’ 의혹이 터지면서다. 이 여배우는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혐의로 고소했고, 여배우·스태프를 성폭행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배우와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해 최근 항소했다.

국내에서 그의 활동은 2017년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작품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이후 해외를 떠돌았다.

한편 외신들은 김 감독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1960년생인 김 감독은 2000년작 '섬'과 2002년작 '나쁜 남자' 등 폭력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도전적인 작품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2003년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현대 한국영화의 위대한 작품들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미투 논란에 연루되지 않았더라면 더 유명한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명과 암을 조명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 감독은 한국에서 '귀재'로 평가받았다"며 "'피에타'는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UPI통신은 "김 감독의 영화에는 감정적·육체적 고문, 동물 학대, 성관계 장면 등이 담겨 있다"며 "김 감독은 그의 영화에서 여성혐오자라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평가절하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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