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 사흘전 통보받고도 쉬쉬

정기홍 승인 2021.07.26 21:31 | 최종 수정 2021.12.10 03:58 의견 0

불안하던 미국 모더나 백신 수급이 결국엔 차질을 빚으면서 50대 이하의 접종 계획이 꼬이게 됐다.

26일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부는 모더나 측으로부터 "백신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부가 모더나와 계약한 백신 물량은 4000만회분(2000만명분)이다.

하지만 정부는 “차질이 없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매일 코로나 조치 상황을 브리핑 하면서 이 문제는 3일 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와 화상 통화를 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4000만회분인 모더나 백신을 내년 2분기부터 공급하기로 했다”고 홍보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을 들인 결과”라고도 했다.

당시 계획과 호언대로라면 올 6월까지 들여왔어야 했다. 그런데 공급된 물량은 2분기가 끝나가던 6월에 11만 2000회분이 공급됐고 이는 전체 계약물량 중 0.28%다. 7월에 추가로 들어온 물량도 104만회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큰 고비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공급 주도권은 제약사가 쥐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제때 공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우려는 모더나가 화이자와 달리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벤처 제약사여서 상당 부분 하청 업체를 통해 생산돼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하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모더나가 자국 물량을 우선 배정하느라 해외 물량 수급에 치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주말 동안 외교력을 동원해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다각도로 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밀 유지 협약’을 이유로 이번에도 도입 물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의료업계에선 모더나 공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올 3분기 접종 계획이 순차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모더나 공급이 차질을 빚자 화이자를 끌어쓰며 공백을 메워가는 실정이다.

정부는 당초 50대 접종에는 모더나만 쓰기로 했다. 이번 주부터 시작한 55~59세 접종에 수도권은 화이자, 비수도권은 모더나를 쓰기로 했다. 미정으로 남겨뒀던 8월 첫째 주 사용 백신은 지역과 상관없이 모두 화이자를 접종한다고 밝혔다.

화이자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모더나 공급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40대 이하 접종 때 백신 부족 현상이 다시 닥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지난 5월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수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올 3분기 안으로 모더나 백신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6일 “(백신) 시제품이 8월 말이나 9월 초쯤에 나온다고 한다”며 “시제품을 만들어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해서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 물량도 국내 공급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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