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와 구독경제를 논하려면 먼저 플랫폼경제와 공유경제, 구독경제, 심지어 오래 전에 형성된 렌탈과 임대 서비스도 끌어와 개념 정리와 함께 거래 과정에서의 수단 등 다각도로 정리해봐야 한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둘만 놓고 대별해 보자.
최근 몇년간 공유경제가 세상을 바꿀 것 같은 엄청난 파워를 발휘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감염 우려로 비대면 상거래가 많아지면서 구독경제가 그 자리를 꿰차는 분위기다.
그러면 공유경제는 지는 것이고 구독경제는 뜨는 것인가? 아니면 생산된 제품을 사지 않고 함께 나눠 쓴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1년의 코로나19 시국인 지금은 비대면 시장이 뜨고 있어 구독경제가 대세로 여겨진다. 두 시장의 부침은 시대 상황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자리를 잡겠지만 어느 쪽이 더 시장을 넓힐 지는 아직은 속단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된다고 가정해보면 더욱 그렇다.
다만 공유경제는 일부 덩치가 큰 플랫폼기업이 주도하지만 구독경제는 수제 커피 주인도 도입할 수 있는 모델이란 점에서 확장성은 더 커 보인다. 공유경제 시장은 외국의 공유경제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주도했다.
◇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개념
▶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공유경제는 제품을 개인이 사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유하면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협력 소비행태'를 의미한다.
공유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년 전만 해도 급성장해 세계 최고 이슈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다. 공유의 영역도 차량(우버, 택시파이 등), 숙소(에어비앤비 등), 사무실(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생활용품 등으로 지속 확장해왔다. 따라서 공유경제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비즈니스 모델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감염 우려에 비대면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사무실 공유플랫폼인 ‘위워크’가 IPO(기업공개)를 철회하고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의 주가 내림세가 가속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공유경제 몰락의 징조란 말도 나온다.
▶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구독경제는 코로나 감염 우려로 비대면 유통시장이 형성되면서 1년만에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제품을 사지 않고 나눠서 쓰는 것은 같은데 공유경제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구독경제는 일정 이용 기간만큼 물건 사용 비용을 지불하는 개념이다. 신문의 월 구독료, 가정에서의 우유나 요구르트 구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음식점에서 정수기를 한달에 일정액을 주고 빌려쓰는 렌탈과도 비슷하다.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매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산돼 최근에는 상당수의 생필품에서도 도입했고 자동차도 구독경제에 편입됐다.
따라서 구독경제의 핵심은 ‘제품의 공유’ 보다 ‘효용성을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즈(customize)된 서비스(경험)와 소유’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오는 2023년 제품판매 기업 중 75%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구독경제의 전망은 밝다.
◇ 공유-구독경제는 같은 가치 추구에서 태어나
공유경제나 구독경제의 핵심은 '상품을 사는 것'에서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비싸게 산 뒤 한번 쓰고 버리거나 처박아두는 것보다 싼 가격에 사용을 공유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서비스다.
따라서 대별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많다. 개념이 비슷해 구독경제나 플랫폼경제에 가까운 서비스나 모델이 공유경제로 포장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렌탈 서비스의 경우 공유를 하면서도 구독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둘을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보기도 어렵다.
◇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차이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는 공통적으로 소유를 버리고 사용 경험을 중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대별하자면 공유경제는 기본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것'이고, 구독경제는 '제품을 효용성을 기반으로 한 개인별 맞춤형 경험(서비스) 또는 소유하는 것'이다.
두 모델은 '경험 제공'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공유경제는 소비자가 중개플랫폼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 소유자와 거래해 일정 기간 경험하는 모델이다. 구독경제는 공급자(기업)가 제품 및 서비스의 판매방식을 구독으로 바꿔 소비자가 일정기간 경험하는 모델이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제공하고 경험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핵심 플레이어가 공유경제는 중개플랫폼이고 구독경제는 공급자라는 점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이는 두 비즈니스 모델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의 범위를 결정짓는 큰 차이다.
◇ 공유경제의 변질
공유경제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생산된 제품을 공유해 쓰는 경제방식이다. 소비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서 일정 기간 소유권을 가지고 경험한다.
일각에서는 공유경제를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겪어야 하는 필연적 단계로 해석한다. 지금의 생산력은 이미 전 세계 인구를 부양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잉여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 간의 경쟁은 심화하고 재고는 넘쳐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유경제는 이러한 재고를 잘 처리할 수 있는 경제모델이라는 해석이다. 공유경제는 공익적 가치로 미국 시사 주간지인 ‘타임’이 선정한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에 꼽혔었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개념이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렌스 레식 교수가 말한 본래 취지는 생산 제품을 여럿이 쓰면서 더 효율적으로 재화를 소비하고자 했던 모델이었는데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플레이어에게 부가 집중되는 '플랫폼경제(Platform Economy)'로 변질됐다. 이로 인해 공유경제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거나 소득 불평등를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엄청난 회원을 가진 업체들이 높은 중개수수료를 받아가 생산자들이 플랫폼 플레이어에 종속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즉 우버, 에어비앤비 처럼 많은 회원(ID)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중개수수료를 받아가는 플랫폼경제 스타일로 변화됐다는 지적이다. 거래는 공유경제이되 돈은 플랫폼 플레이어들에게 들어가 공유란 단어를 쓰기 민망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생산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모델이다. 차량공유 플랫폼인 ‘쏘카(socar)’의 소비자 이용이 늘수록 자동차를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할 완성차 업계는 위협을 느끼게 된다. 경제 성장을 저해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 구독경제는 기존 산업의 발전 모델
공유경제가 제품 생산자와 충돌을 빚었다면 구독경제는 생산자가 직접 파는 방식을 구독모델로 변화시킨 것이다. 제품 생산자가 주도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기존 산업의 발전 모델로 운영할 수 있다.
생산자는 자신의 제품,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기본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파는 것에 비해 수익이 줄어드는 단점은 있을 수 있지만 공유경제보다 감수할 수준이다.
또 비싸서 못 사거나 사기를 망설이던 소비자에게 효율적 가격으로 경험을 하게 만들어 제품 사용을 유도하거나 지속적인 팬으로 만들 가능성이 생긴다.
◇ 구독경제 시대엔 생산자의 서비스 질이 좌우
제품 생산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가지고 어떻게 소비자가 원하는 구독 서비스를 제시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용자 성향이나 가치를 파악해 원하는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결제 기간에 따라, 묶는 카테고리에 따라, 배송 방식에 따라 차이는 상당히 달라진다.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이용하려면 비싼 돈을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독경제를 통해 고급 차나 준중형급 차를 월 구독료를 내고 싸게 이용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출시한 구독 서비스를 보면 타깃 소비자와 서비스의 성격이 다양하다. 구독경제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맞춤형 서비스를 받아 더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고정 비용을 내면 필요한 만큼만의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경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구독경제는 이 처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기존 판매방식과 달리 기업은 고객 유지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는 소유가 중시되는 시대는 한번 팔고서 큰 이윤을 남겼다면 구독경제 시대에는 소비자가 구독을 유지하도록 해야 해 소비자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 시장은 MZ세대가 좌우할 듯
과거에는 집이든 자동차든 소유하는 것이 꿈이었다. 우리는 이들을 소유하려고 노동했고 이들을 사고 팔았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인 MZ세대에게는 소유 자체보다 경험이 더 중시하고 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및 제품을 내가 원하는 시간이나 상황에 맞춰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을 추구한다. '산 만큼'이 아닌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하는 변화다.
하지만 MZ세대가 꼭 실용적인 경험만을 추구해 이들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최대 욕망인 소유를 못하니까 눈을 돌리는 것이다. 2030세대가 명품소비를 즐긴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천정부지 아파트 값 등 이들 세대가 포기할 사례가 많아지면서 실용적이고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최고 서비스나 제품에는 과감하게 투자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 재화에는 경험해 본다는 정도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기업의 비즈니스가 공유경제에 속하는지 구독경제에 속하는지 구분 짓는 것은 중요치 않다. 지금은 구독경제, 공유경제, 플랫폼경제가 혼합돼 있다. 모두가 온라인 상에서 성장 가능한 서비스다.
현재로서는 구독경제 파워가 지난 몇 년간 구가했던 공유경제와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업은 자신이 시장의 주체될 수 있고, 소비자는 많은 혜택을 누리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즉, 공유경제가 몇몇 플랫폼에 기회를 제공했던 모델이라면 구독경제는 모든 생산자가 구독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세계에 더 큰 변화를 만들 것이란 뜻이다.
특히 구독경제는 개인별로 최적화된 제품, 즉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된 제품과 경험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통해 고객의 취향과 숨겨진 불편을 알아야 한다.
또 구독 서비스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오프라인의 제품 구독은 배송이 중요하기 때문에 배달 수단 또는 유통의 거점망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구독경제 시장도 공유경제의 중간 플랫폼처럼 제품과 빅데이터,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에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구독경제 시대에도 대기업과 플랫폼 회사만 살아남을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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