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소나무의 약효들

강하늘 승인 2021.05.21 18:26 | 최종 수정 2021.12.23 03:47 의견 0

소나무는 대나무와 함께 송죽지절(松竹之節·변하지 않는 절개)의 곧은 절개와 지조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오래 살아 예부터 해, 달, 산, 물, 돌,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과 함께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한다. 병풍에 있는 십장생 그림은 이들처럼 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소나무는 우리의 건강과 관련한 요긴한 것들이 많다. 차로 이용되는 솔잎은 물론 가지, 송진, 껍질 등에도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 솔뿌리혹의 효능도 알려져 있다. 소나무의 건강 활용도를 알아본다.

■ 솔잎

잎은 대추와 함께 날것으로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건위제(健胃劑·위 기능 촉진과 이를 조절하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

잎을 말린 것은 송엽(松葉)이라고 한다. 송엽은 각기병과 소화 불량의 치료제나 강장제로 쓰인다.

예부터 솔잎은 장기간 생식하면 늙지 않고 몸이 가벼워지며, 힘이 나고 흰머리가 검어지고, 추위와 배고픔을 모른다고 해서 신선식품이라고 불렀다.

동의보감에도 '솔잎은 풍습창(風濕瘡·풍습으로 인해 생긴 옴)을 다스리고 머리털을 나게 하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곡식 대용으로 쓴다'고 썼다.

현대의 민간요법에서도 솔잎에 함유된 옥실팔티민산이 젊음을 유지시키는 강력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의 세종 때 집필된 향약집성방에서는 '먹는 방법은 솔잎의 적당량을 좁쌀알처럼 잘게 썰어 부드럽게 갈아 한번에 8g씩 술에 타서 먹으라'고 했다. 다만 먹기가 쉽지 않다.

장기 복용하면 몸이 거뜬해지고, 힘이 나며, 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약술(약으로 마시는 술) 형태로 먹는 게 많다. 수렴성 소염 작용과 통증을 진정시키고 피를 멎게하며 마비를 풀어주는 작용으로 다친 곳, 습진, 옴, 신경쇠약증, 탈모, 비타민 C 부족 등의 치료에 쓰인다.

또 솔잎에는 타닌 성분이 들어 있어 설사를 멈추는 작용도 하고, 클로로필을 분리해 피부 질환을 아물게 하는 고약 원료로 이용된다. 이 외에도 중풍으로 입과 눈이 삐뚤어졌을 때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도 효과적이다.

▶ 활용 사례
- 솔잎차: 불가의 이름 높은 고승들이 즐겨 마시는 차다. 머리나 근육이 피로할 때, 신경통과 관절염, 팔다리 마비, 괴혈병, 동맥경화증,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쓰인다. 솔잎 300g, 설탕 200g, 잣 20g을 준비한 후 솔잎을 깨끗이 넣고 60도에서 10시간을 우려낸다. 솔잎물이 우러나면 솔잎을 체에 받아내고 설탕을 탄 다음 잣을 넣어 적당량 마신다.

- 솔잎베개: 신경쇠약증 치료에 쓰인다. 그늘에서 말린 솔잎과 박하잎을 9 대 1로 섞어 베개를 만든다. 한번 만든 베개는 2, 3일마다 속을 바꾸어 넣는다. 이렇게 하면 잠이 잘 오고 깊이 잘 수 있다.

- 솔잎땀: 신경통이나 풍증 치료를 위해 한증막에 솔잎을 깔고 한증한다.

- 솔잎주: 막걸리 1리터에 솔잎 300~400g을 넣고 공기가 안 통하도록 밀봉한다. 15일이 지난 다음 찌꺼기를 버리고 한번에 한잔씩 하루 3번 공복에 마신다. 습기가 많은 곳에 생활하거나 중풍으로 요통이 발생환 질환에 유효하다.

■ 솔방울씨
음력 9월에 따서 그늘에 말려 사용한다. 씨는 껍질을 벗긴 뒤 밥에 넣어 먹거나 볶아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한기가 느껴질 때, 몸이 약해져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좋다.

▶ 활용 사례
- 솔방울씨 먹는 법: 씨를 따서 굳은 껍질을 버리고 빻아 달인다. 하루에 3번 먹는다. 1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건강해진다. 갈증이 나면 물과 같이 법제한 송진을 먹는다.

■ 솔가지

한방에서 약명으로 송절(松節)이라고 한다. 이 부위는 송진이 많아 예전에는 불을 붙이곤 했다. 약으로 이용하려면 아무 때나 가지를 베어 마디를 잘라낸 뒤 껍질과 겉줄기를 깎아버리고 송진이 밴 속만을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붉은 밤색이고, 송진 냄새가 나며, 기름기가 있는 것이 좋다.

풍습(風濕)을 없애고, 경련을 멈추게 하며, 경략을 통하게 하고, 뼈마디 아픔, 경련, 각기, 타박상을 고치는데 쓰인다. 풍습이란 풍사(風邪)와 습사(濕邪)가 겹친 것이고, 이로 인해 생긴 병증이다. 뼈마디가 쑤시고 켕기며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요법을 잘 이용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임상실험까지 거친 약물이다. 진통 효과와 아울러 근육 운동을 왕성하게 하며 울혈된 것을 풀어주고 소염 작용도 한다. 단 극심한 빈혈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 활용 사례
- 송절주: 솔마디 200g을 40도의 술 1리터에 담가놓고 약간의 설탕을 첨가한 다음 밀폐시켜 따뜻한 곳에 3~7일 동안 두면 진액이 모두 나온다. 이것을 하루 3번, 한번에 10~15ml씩 공복에 마신다. 팔 다리가 저리고 시고 아프며, 근육이 당기면서 잘 펴지 못하는 증상에 유효하다.

■ 꽃가루

소나무 꽃가루는 5월에 모아 날것으로 먹거나, 꿀과 찹쌀가루에 섞어 과자로 만들거나, 술에 넣어 송화주를 빚어 마신다. 꽃가루 말린 것을 송화(松花)라고 하며, 약명으로 송화분(松花粉)이라고 한다. 송화는 이질 치료제로도 쓰인다.

꽃가루는 송화다식, 송화밀수 등 고급 민속식품에도 많이 이용된다. 늦은 봄에 완전히 피지 않은 수꽃방울을 따서 말린 후 꽃가루를 털어내 쓴다. 색이 노랗고 부드러우며 잡질이 없고 유동성이 큰 것이 좋은 것이다.

맛은 달고 풍습을 없애주고, 기운을 돋워주며, 출혈을 멈추게 한다. 몸이 허약하거나 대장염, 감기, 두통, 곪은 상처에도 쓰인다.

꽃가루에 다른 약을 섞어 쓸 수 있으나 이약 한 가지만을 쓰는 경우가 많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가루를 뿌려준다. 비허기증, 위 및 십이지장궤양에는 꽃가루를 하루 3번, 한번에 3g씩 물에 타서 먹는다. 갓난 아이의 습진에는 꽃가루 3g, 로감석(爐甘石·철, 칼슘, 마그네슘과 카드뮴 함유 광석)가루 3g을 달걀 노른자 3개에 얻은 기름에 개어 하루 1~3번 발라준다.

▶ 활용 사례
- 송화산: 만성 소·대장염으로 배가 끓는 소리가 나거나 헛배가 부르며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은 것 같은 설(泄)하는 증상이 있는 데 사용한다. 송화가루 15g, 밤가루 80g을 고루 섞어 한번에 4~6g씩 하루 3번 식사 전에 꿀물에 타서 마신다. 따뜻한 물에 타서 마셔도 된다.

■ 송진

송진을 긁어 모아 말린 것을 송지(松脂)라고 하는데 한방에서 송지는 지혈제로 쓰인다.

옛 기록에 송진을 100일 이상 먹으면 배고픔을 모르고, 1년 동안 먹으면 100살 난 젊은이도 30살의 청년처럼 젊어지고 오래 산다고 하여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부 스님과 민간 식이법에서 가끔 이용할뿐 대중적이지 않다. 전래된 효능이 학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송진의 약효는 새로운 살을 나게 하고, 아픔을 멈추게 하며, 살균성이 강하다.따라서 반창고나 고약의 원료로 이용한다.

약으로 쓰기 위해서는 소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송진을 물에 넣고 끓인 후 천에 걸러낸다. 이어 찬물에 넣은뒤 엉킨 덩어리를 그늘에 말려 가루를 만들어 쓴다. 습진, 데인 곳, 옴 등의 외용약으로 쓰인다. 이는 송진의 정유 성분이 피부 자극 작용, 억균 작용, 염증 없애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송진을 법제(法製)하는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큰 가마에 물을 붓고 시루에 올려 놓은 다음 시루바닥에 깨끗한 모래를 깔고 그 위에 송진 12g을 넣고 뽕나무로 불을 땐다. 송진이 솥에 흘러내리면 이것을 찬물에 넣어 굳힌다. 이것을 3회 반복해 송진이 백옥같이 되면 정제한 송진 600g에 흰솔뿌리, 흰단국화 각각 300g을 넣고 함께 가루를 내 졸인 꿀에 반죽해 알약을 만든다. 하루에 50알씩 공복에 먹는다.

조선의 왕실 '내시내훈'에는 반드시 뽕나무 재와 같이 물에 풀어 이를 쪄서 법제해야만 악효가 있다고 한다.

▶ 활용 사례
- 멀미: 콩알 정도 크기의 송진을 더운 물에 타서 먹으면 멀미가 나지 않는다.

■ 솔뿌리혹(복령·茯笭)
복령은 오래된 소나무를 벌채한 뒤 4, 5년이 경과하면 뿌리에 생기는 불안전 균류다. 한약재로 귀하게 여긴다.맛이 달고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다.

▲ 솔뿌리혹.

채취는 봄~가을 솔뿌리혹 꼬챙이로 소나무 주변을 찔러보아 솔뿌리혹이 있는가를 확인한 다음 균체를 캐내 흙을 털고 껍질을 벗겨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햇볕에 말려 이용한다.

솔뿌리혹이 있는 곳은 땅이 터지고, 두드려보면 속에 빈소리가 나며, 주변에 흰균채가 있어 뿌리에서 흰노랑색의 유액이 흘러나오는 특징이 있다.

약리실험 결과 혈당량 저하 작용, 이뇨 작용, 진정 작용에 효과가 있다.

특히 진정 작용으로는 가슴과 옆구리에서 거꾸로 치미는 기를 다스린다. 근심, 분노, 놀람, 두려움 등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치료한다. 명치 밑이 응결해 아픈 것, 한열(寒熱-오한과 발열), 번만(煩滿-가슴이 답답하고 그득한 병증), 해역(咳逆-기침을 하면서 기운이 치밀어 올라 숨이 차는 증상), 입이 타고 혀가 건조한 것을 치료한다. 오래 복용하면 혼(魂)을 안정시키고 신(神)을 기르며, 허기를 느끼지 않고 오래 산다고 한다.

복령의 다당류(단것)는 면역 부활 작용, 항암 작용을 한다. 달임약, 갈약, 알약 형태로 먹으며 다른 한약재와 함께 쇠약자, 만성위장병, 피로 회복 등에 널리 이용된다.

또한 폐를 건강하게 하고 만성 기관지염을 개선시킨다. 백복령은 가래를 삭히는 데 효과가 있다. 적복령은 부기를 빼고 이노 작용을 돕는다.

▶ 활용 사례
- 노화 예방: 흰솔뿌리혹 18g, 흰국화 9g을 가루내 법제한 송진에 버무려 달걀 노른자위 크기만한 알약을 만든다. 한번에 1알씩 하루 2번 술에 타 먹는다. 100일 동안 먹으면 얼굴빛이 좋아지고 윤기가 돌며 건강에 좋다.

- 복신산: 심신을 안정시킨다.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불면증에도 좋다. 심신이 약해 잘 놀라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건망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백복신 40, 백작약 20, 인삼 20, 원지 12, 석창포 40을 가루를 내 한번에 12g씩 물 1잔에 대추 3개를 넣고 6분간 달여 따뜻하게 먹는다.

■ 껍질 등 기타

소나무 속껍질은 송피떡을 만들어 먹거나 날것으로 먹으며, 새순은 껍질을 벗겨 날것으로 먹는다.

■ 소나무의 유익성

▶ 외형

소나무는 두개의 외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힘차고 우람한 모습에서 뿜어내는 강직성, 줄기와 가지의 자유스럽고 부드러운 곡선에서 보여주는 유연성이다. 서로 상반된 것이지만 다른 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양쪽의 포용성을 지니고 있다.

◇ 시각(솔 빛깔)
잎은 녹색, 잔가지는 회색, 윗줄기(가지)는 적갈색, 아랫줄기는 회색이다. 또한 사계절 색채는 초록을 견지해 안정적이다.

◇ 소리와 음악(솔 바람)
나뭇잎에 스치는 바람소리 중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활엽수로는 사시나무, 침엽수로는 소나무다.

나도향의 수필집 '벽파상(璧波上)의 (一葉舟)'에서는 솔바람 소리를 '쏴아' 하고 힘차게 표현했다. '소나무 시인'으로 알려진 박희진은 '송운을 들을 줄 아는 귀라야 별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시에서 '바람에 불리우면 소나무는 갖가지 소리를 내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운치있는 맑은 소리가 송운(松韻)인 곳이다. 보통 바람소리가 아니므로, 보통 귀로는 들을 수가 없다. 저 밤하늘 별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영묘한 귀라야, 능히 송운을 들을 수 있다'.

◇ 미각과 후각(솔맛과 솔향)
한방학적으로 솔잎은 맛이 쓰지만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쓴맛인데 우리에겐 알싸한 정도로 느껴진다. 그 맛에 오랜 세월 익숙해 있기 때문인데 특히 솔향은 고향의 향으로 각별한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솔잎 성분 가운데 중요한 것이 향기다. '테르펜terpene'으로 우리 민족은 이 향을 유난히 좋아한다.

◇ 감촉
소나무의 시각적 질감은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만졌을 때는 거칠다기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소나무는 활엽수에서는 보기 힘든 잎의 섬세함, 잔가지의 부드러움, 줄기(가지)의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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