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서 덩치 키우고···마곡을 품는다

마곡 바이오 R&D시설 등 인프라 탁월
20여 바이오·제약사 분양 후 입주 활발
한독·제넥신 R&D센터 등 판교 등지서 이동

정기홍 승인 2020.08.28 14:15 | 최종 수정 2022.01.22 19:29 의견 0

경기도 판교 등지에 있던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단지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조직 규모가 커져 확대 이전을 해야 하거나 연구개발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마곡을 찾는 것이다.

마곡지구 전경. 서울시 제공

이들 기업이 마곡으로 향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LG화학·LG생활건강 등 바이오 대기업과 관련 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바이오 산업의 필수 인프라(동물실, 특수시설, 실험공간 등)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 회사 간의 협력과 공간 공유가 체계화 돼 있다는 점, 판교에서 옮기는 기업의 경우 마곡이 IT 중심인 판교보다 바이오 R&D에 특화된 클러스터란 점이다.

또한 강서구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역점사업화 한 '미라클 메디특구 사업'도 든든한 후원군으로 작용한다. 발산역 입구에 1000개 병상의 서울 이대병원(의과대학 포함)도 위치하고 있다. 이대병원엔 국제진료센터를 갖추고 있어 구청의 미라클 메디특구 사업과의 연계성도 좋다.

주변 인프라도 최상이다.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이 가깝고 공항철도와 지하철 5·9호선, 외곽순환도로·88도로가 인접해 있어 교통 인프라가 남부러울 정도로 잘 구비돼 있다. 사통팔달의 입지여건이다.

28일 바이오·제약 업계에 따르면, 현재 LG 계열사들의 R&D센터가 입주한 LG사이언스파크(LG화학의 바이오 R&D센터 포함)와 롯데·코오롱생명과학·에스오일·이랜드·넥슨타이어 등 대기업군의 본사와 대규모 R&D센터가 입주했거나 입주를 준비 중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화학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 연구인력 2만 2000여명이 16개동에서 근무 중이다. 20여개 중견 바이어·제약·의료기기 기업들도 부지 분양때 입주 계약을 맺었다.

몇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마곡지구는 367만㎡(110만평·여의도의 1.2배) 규모에 마곡산업단지만도 110만㎡(지원시설 등 기타시설을 뺀 순수단지는 73만㎡)에 이른다. 마곡산업단지관리단 관계자는 "모두 191개 기업이 입주했거나 준비 중"이라며 "의약과 바이오 분야는 3년 이내에 20여개사가 입주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2년 전부터 중소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입주가 활발하다. 이날 현재 마곡에 부지를 분양받은 바이오·제약 기업은 20여개. 7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고, 8개 기업은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기업은 아직 착공하지 않았다. 향후 몇 년간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입주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입주를 끝낸 7곳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코오롱생명과학, 웰스바이오, 태고사이언스, 라파스, 에스디생명공학, 헬릭스미스 등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는 2017년 12월 마곡에 지상 7층짜리 통합회관을 준공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와 부설기관인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도 함께 입주해 130명이 근무한다. 그동안 삼성동 무역센터에 협회 사무실, 동대문구 제기동에는 부설기관인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이 있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 4월 서울식물원 인근의 코오롱 One&Only타워에 입주했다. 연면적 7만 6349㎡에 지상 10층이며 연구동, 사무동 및 파일럿동으로 구성돼 있다. 화장품 재료를 생산하는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해 8월 '마곡시대'를 열었다.

서울대 바이오벤처로 시작한 헬릭스미스는 지난 해 11월 서울대에서 마곡으로 사옥을 옮겼다. 지난 5월에는 마곡 사옥에 실험동물실도 열었다. 이곳에서 SPF급(특정 미생물이나 기생충에 감염 안 된 동물) 설치류와 토끼·개·돼지 사육실, 행동실험실, 수술실, 부검실, 임상병리실, 조직병리실을 갖추고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시험물질에 대한 예비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서제희 경영지원실장은 "충분한 R&D 공간을 갖추게 돼 모든 동물시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마곡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기회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강남에 본사를 둔 팜스빌이 지난 3월 글로벌R&D센터와 브랜드유통마케팅 허브 기능을 이전했고, 판교에 본사를 둔 신신제약도 지난 7월 지상 7층의 마곡 R&D센터를 준공하고 보금자리를 틀었다.

공사 중인 8개 기업은 엠큐브테크놀로지, 제넥신, 프로젠, 한독, 제놀루션, 안트로젠, 오스템임플란트, 디오 등이다.

유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분단진단 기기 사업체인 제놀루션은 그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올 11월 마곡 신사옥을 완공, 서울 송파에서 옮겨올 예정이다. 건물을 신축 중인 삼진제약도 판교에 있는 중앙연구소를 내년에 마곡으로 이전해 가동을 본격화한다.

또 한독과 제넥신이 공동으로 건축하는 마곡R&D센터는 2021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해당 필지는 대우조선해양이 분양받았다가 경영난으로 처분하면서 재분양 물건으로 나온 곳이다. 연면적 6만 912㎡ 규모로 제넥신과 프로젠의 신사옥 및 R&D센터(연면적 3만 9075㎡에 지상 9층, 2개 층은 협력사인 프로젠 사용), 한독R&D센터(연면적 2만1837㎡에 지상 8층), 주차장 등 두 기업의 공용공간으로 구성된다.

제넥신은 건물이 완공되면 바이오연구소를 포함한 판교 본사 직원 200여 명을 모두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판교 회사는 직원 수의 증가와 새 장비 도입 등으로 공간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한독R&D센터에는 서울 중랑구의 중앙연구소와 판교 신약바이오연구소를 마곡으로 통합 이전한다.

한독과 제넥신은 공동으로 지속형 성장호르몬인 GX-H9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한독은 2012년 제넥신 지분 19.72%를 사들여 제넥신 2대 주주에 오른 뒤 이듬 해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바꿔 최대주주가 됐다.

착공 전 단계인 기업은 대웅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에스엘백시젠, 셀리드, 세신정밀 등이다.

전통 제약사인 대웅제약은 마곡에 C&D(Connected Collaboration & Development)센터를 건립한다. 8800㎡ 규모의 부지를 분양 받았다. 바이오 벤처기업 셀리드는 내년 마곡 의약품 제조시설(GMP) 완공을 앞두고 있고, 판교에 있는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마곡 R&D센터를 2022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판교 등지에서 기업 덩치를 키운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마곡으로 건너가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판교가 바이오 벤처들의 '인큐베이터'로 기능했다면 마곡산단은 어엿한 바이오사로 큰 기업들이 모여드는 K바이오 거점이 되고 있다"며 "다른 분야 기업들도 상당수 마곡에 둥지를 틀고 있어 커다란 밸류 체인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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