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놀이] 주최와 주관

정기홍기자 승인 2021.10.17 15:48 | 최종 수정 2021.10.20 13:16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말 놀이' 코너를 마련합니다. 어려운 낱말이 아닌 일상에서 쓰는 단어와 문구를 재소환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어문학자처럼 분석을 하지 않고 가볍게 짚어보는 게 목적입니다.

<주최와 주관>

어떤 행사를 진행할 때 해당 기관이나 단체가 직접 행사를 총괄하면 주최와 주관을 동시에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행사를 위탁합니다. 주최와 주관이 구분되는 이유입니다.

둘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반대로 쓰이는 경우가 있어 용도 구분이 제법 헷갈립니다. 국립국어원 등의 조율과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주최자는 행사에서 보다 더 가깝고 직접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경남 진주시의 개천예술제 포스터. 주최는 진주시와 한국예총 진주지부, 주관은 개천예술제제전위원회다. 행사는 진주시가 직접 진행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제인 개천예술제는 독립 1주년을 맞아 예술 발전을 위해 영남예술제로 첫 개최됐다. 임진왜란 때 김시민 목사의 진주대첩을 소재로 가장행렬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예술제 기간 동안 남강에서는 세계적인 출제가 된 유등축제가 열린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풀이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주최(主催)는 '행사나 모임을 주장하고 기획해서 여는 것'이고 주관(主管)은 '어떤 일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행사 주인은 최종감독 역을 맡고 일반 사항은 관리자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봅니다.

주최자는 자기가 예산을 들여 행사를 기획하고 주장해 베풀며, 행사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고 모든 책임을 지는 측을 말합니다. 주최자는 행사나 활동을 주최하기 위해 기획부터 사전 작업, 마무리까지 개입해 결정합니다.

주관은 주최자에게서 지정을 받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측을 뜻합니다. 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관리하는 경우에 쓰입니다. 개인-단체는 주최하는 행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지도가 높은 주관사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행사를 계획하고 실제로 진행하는 곳은 ‘주최하는 기관(단체)’이지만 그것을 지휘 감독하고 사무 관리를 하는 곳은 ‘주관하는 기관(단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디가 상위 개념인지에 대한 주장은 상반됩니다. 주관사는 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최자보다 낮은 위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신뢰가 필요한 행사나 모임에서는 반대로 높은 경우도 있어서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거꾸로 쓰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주최와 주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공동으로 행사나 모임을 할 경우 주최, 주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상의한 다음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4년 6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UN공공행정포럼 및 시상식처럼 UN과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해 개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주최 상위
여기서 주최의 의미는 행사 개최를 발의한 비교적 규모가 큰 기관이나 단체를 말합니다. 주관은 행사의 세부적인 내용을 추진하는 기관이나 단체이지요. 주최 기관에서 주관 기관을 따로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최는 행사를 하는 측이 예산을 들여 기획하고 주장하는 등 행사의 최종 결정을 하고, 모든 책임을 집니다. 주관은 주최자에게서 지정을 받아 실제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지요.

행사 전체에 대한 지원이나 책임을 주최 기관에서 행하고 실무적인 일은 주관 기관이 하는 경우입니다. '주관 상위' 주장과는 반대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신문사의 마라톤 대회나 음악 콩쿠르 같은 경우 보통 주최는 신문사가 하지만 실제 대회 진행은 행사 전문회사가 주관합니다. 또한 정부가 한글날 문화 행사를 주최하면서 예산을 지원하되 민간단체가 그 예산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이 행사 개최자는 정부가 되고 개최자의 의도에 따라 대회를 주관하는 자는 민간단체입니다.

◆ 주관 상위
국립국어원의 해석처럼 주관을 주최보다 상위 개념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상위 기관의 역할은 ‘주관하는 기관’입니다.

예를 들면 국가보훈처 소관의 보훈 행사를 서울시가 한다면 '주관 보훈차와 단체, 주최 서울시'로 기입합니다.

한국이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경우 ‘FIFA 주관, 한국과 일본 주최'라고 하지요.

주관이 행사 규모가 크고 주최는 작은 경우도 많습니다.

주최는 '군청 주최 씨름 대회' '방송사 주최의 토론회' '이번 체육 대회는 청년회 주최로 열린다'처럼 단위가 작습니다.

◆ 법률 정의

법률적 정의도 국립국어원 임장과 비슷합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에서는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주최자'라 함은 자기 명의로 자기 책임 아래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말한다.

주최자는 주관자를 따로 두어 집회 또는 시위의 실행을 맡아 관리하도록 위임할 수 있다. 이 경우 주관자는 그 위임의 범위 안에서 주최자로 본다.

여기서 보듯 법률상으론 주최자는 행사의 총책임자이고, 주관자는 집행실무를 맡아 수행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영어 풀이

주최는 auspice인데 후원이란 말과도 뜻이 통합니다. 행사를 열고 뒤에서 후원한다는 것입니다.

주관은 manage입니다. 처리하고 경영한다는 뜻입니다.

달리 주관과 비교되는 주간(主幹)도 있습니다. 주관이 일을 맡아 주장해 관리한다는
뜻이라면 논설주간처럼 주간은 어떤 일을 맡아서 처리함 또는 그 사람(manager)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 주최는 일 직접 다룬다
이런 혼돈이 왜 생길까요?

주관과 주최는 주관의 관(管)과 주체의 최(催)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혼동이 아닐까요?

관(管)은 '관리하다'로 주가 돼 관리하다는 것이고, 최(催)는 '재촉하다, 독촉하다'로 행사를 여는 것을 재촉하는 뜻입니다. 따라서 주최는 업무를 직접 다루는 주체의 의미로 씁니다.

언론사에 오는 보도자료 생각이 나네요.

기자들은 보통 행사 기사를 쓸 땐 주로 주최를 언급합니다. 예컨대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주최한다는 정도만 생각하지 IOC가 주관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주최의 이미가 직접 행사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대별이 쉽겠다고 생각해 접근을 했는데 헷갈립니다. 일단 일반인에게는 주최가 주관보다 직접 와닿는 것이란 정도만 알아도 수확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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