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백현동 '옹벽아파트'도 대장동과 개발 비슷···업자 3000억 개발 수익

정기홍기자 승인 2021.10.05 07:30 | 최종 수정 2022.01.11 23:14 의견 0

케이트 수준으로 커져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말고도 부동산 개발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례가 경기 성남시에 또 있었다.

지난 6월 입주한 성남시 백현동 '판교 A아파트(전용면적 84㎡ 이상 1223가구)'다. 대장동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진행됐었다.

5일 중앙일보 단독기사에 따르면 백현동 A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A민간사업자(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PFV)의 감사보고서상 이 단지 분양 수익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진행된 이 사업은 성남시장이 구역 지정 결정 및 고시권자이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대장동 아파트단지는 민관 합동으로 개발됐지만 백현동은 공공이 빠진 민간개발 사업이다.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공공기관 한국식품연구원의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한 프로젝트다. 대장동은 공공부문 확정이익을 얻었지만 민간의 개발 이익이 7천억원 정도에 이르러 문제가 되고 있다.

개발 인가 등 과정을 보면 다른 아파트 개발 사업에서는 찾기 힘든 특이한 점이 몇개 있다.

▶민간업자 토지매입 후 용도 상향

A사는 지난 2015년 2월 식품연구원과 수의계약으로 해당 부지(11만 2861㎡)를 2187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부분 토지(10만 1014㎡)의 용도는 자연녹지였다. A사도 자연녹지 가격으로 감정평가 받은 가격에 매입했다.

2012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연구원 건물 뒤로 산림이 우거졌다. 국토지리정보원·중앙일보 제공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15년 9월 성남시는 이 부지의 용도를 준상업지와 비슷한 '준주거지'로 상향 조정했고, 준주거지로 바뀐 뒤의 감정평가액은 4869억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

지구단위계획에서 이처럼 자연녹지에서 1~3종 주거지를 뛰어넘어 준주거지로 4단계나 용도가 상향 조정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성남 지역 정가에서는 "그동안 용도 변경이 되지 않아 8차례나 유찰된 곳이었는데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이재명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이던 김인섭 씨가 시행업체에 들어간 뒤 한 달 만에 용도변경 검토 회신을 받았고, 수개월 뒤 용도변경을 해뒀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자연녹지는 용적률이 100% 이하이고, 준주거지는 400%이하여서 사업성은 큰 차이가 난다. 건설업계에서는 용도를 한 단계 상향하는 것도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가 당시 이 부지를 파격으로 상향해 준 이유는 '공공성'이었다.

식품연구원은 2015년 1월 성남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하면서 '공공성 확보 위한 임대 아파트를 건립”계획을 제출했고 성남시는 임대주택 건립을 조건으로 용도를 변경해줬다.

▶부지 매입 후 '공익'은 없어져

하지만 임대주택이란 '공익'은 1년여 만에 사라졌다.

이 부지의 매각 과정을 감사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연구원은 성남시에 임대주택을 일반분양으로 바꿔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2015년 11월~2016년 12월 모두 24차례나 보냈고 성남시는 2016년 12월에 일반분양으로 계획을 바꿨다.

식품연구원은 부지를 매각한 이후였기에 이 요청을 할 이유나 권한이 없었지만 A사를 대신해 공문을 보냈다.

감사원은 식품연구원이 부당하게 민간 업체 영리 활동을 지원했다며 실무자 징계(해임 1명, 정직 1명, 주의 2명 )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식품연구원 "성남시 요청 따른 대리 공문"

이런 수상한 일처리 뒤에는 '성남시의 요청'이 있었다.

연구원은 국회에 제출한 해명자료에서 “성남시와 매입자(A사) 협의로 공공 기여 면적(기부채납)을 성남시 요구대로 들어주는 대신 임대분양을 일반분양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식품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백현동 부지 매각 절차 관련 해명자료. 한국식품연구원

성남시가 기부채납을 더 받기 위해 임대를 일반분양으로 바꿔주기로 A사와 협의했다는 얘기다.

관련 공문을 식품연구원이 발송한 것은 “임대에서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때 가격 상승에 따른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혜 시비를 막기 위해 공문 발송을 민간 업체인 A사가 아닌 공공기관인 식품연구원이 하도록 성남시가 요구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당시 담당 직원의 퇴직 등으로 현재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불법과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2017년 행정사무감사에서 "특혜는 없고 혁신도시특별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고 밝혔었다.

▶산지관리법 위반한 50m 옹벽 허용

이 프로젝트의 특혜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A사업자는 준주거지로의 용도변경을 통해 용적률을 316%로 높여 받았지만 해당 부지는 고도제한(서울비행장 인근) 때문에 주어진 용적률을 다 활용하기 불가능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산을 깎아 아파트 부지 조성이 가능하게 허용했고 사업자는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주변 옹벽 높이는 최대 50m까지 높아졌다.

감사원의 성남시에 대한 감사 결과 인허가 과정에서 산지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백현동 프로젝트와 관련해 감사원이 아파트 옹벽 높이에 대해 산림청에 질의를 했고 산림청은 15m 이하로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비탈면(옹벽 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백현동에 우리 아파트 브랜드로 아파트를 지어달라고 A사의 요청이 있었지만 15m 이상의 옹벽 조성은 입주 후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 일부 부대시설 사용 못 해

해당 아파트는 옹벽 문제로 '동별 준공'이라는 사실상의 임시사용 허가만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은 단지 내 일부 부대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대시설은 옹벽과 거의 붙은 위치에 조성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등을 구조안전성 검증 절차와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본 뒤에 사용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사는 큰 이익을 얻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A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까지 이 아파트 분양으로 1조 264억원의 분양매출을 올렸고 누적 분양이익은 2476억원이다. 입주 때 받을 잔금(분양미수금 1100억원)에 대한 이익(364억원)까지 고려하면 분양이익이 2840억원에 달한다.

A사는 자본금 50억원의 PFV이고 지분의 일부는 C증권사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성남시의 요구로 우리 돈으로 업체를 선정해 안전성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준공 허가를 빨리 내주지 않는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의 과도한 요구로 기부채납 조건인 R&D센터 부지를 예정보다 늘린 8000평으로 조성했고, 시민을 위한 공원도 1만 평을 조성했기 때문에 사업자 수익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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