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문무학 시인의 시 '인생의 주소'

정기홍기자 승인 2021.10.18 18:42 | 최종 수정 2021.12.22 20:19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인생의 주소>

문무학 시인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인 것을···

<문무학의 시 '인생의 주소'>

※ 김성춘 시인(전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은 경북 지역의 한 신문의 글에서 문무학의 시 '인생의 주소'를 촌철살인의 시라고 높이 평했습니다.

문무학 시인(71)은 경북 고령농고를 졸업, 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네요. 옛날 지역의 농고에는 수재들이 많이 입학했습니다. 낭중지추라, 글 재주를 숨길 수 없어 대구대 대학원에서 문학 공부를 이어 박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영남일보 논설위원도 했고요.

김성준 시인은 '이 시에는 삶을 통찰하는 지혜가 담겨 있고,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새로운 깨달음의 시'라는 성찬을 올렸습니다. 어찌보면 '정치'가 예리한 날로 우리의 영혼을 공격하는 요즘, 짧지만 함축적인 시구를 마음에 채우는 것도 치유가 필요한 시대의 선물입니다.

그의 평론을 이어봅니다. 

인생의 주소지가 꽃병(즐거움과 낭만과 그리움)과 약병(고통과 슬픔과 절망) 사이에 있다니! 

압축과 절제미가 무릎을 치게 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꽃병과 약병은 동전의 양면일지도 모른다.

시인의 식탁이나 일상인의 식탁이나 나이가 들면 약병이 줄을 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부처님은 인생을 고해 즉, 괴로움의 바다, 괴로움의 연속이라고 했다. 인생이 기쁨보다 슬픔이 훨씬 더 비중이 큰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어쩌면 인생에서 꽃병의 시간은 노루 꼬리처럼 짧고, 약병의 시간이 뱀처럼 더 긴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건강이 나빠진다 그래서 먹는 약이 많아지고 약병이 식탁에 줄을 선다.

시는 새로운 인식이고 감동이다. 새로운 인식이 없고 감동이 없는 글은 평범해서 독자들을 긴장 시키지 못한다. 모든 시인들이 시를 쓰며 고민하는 부분이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문학이란, 시란 무엇인가? 그것은 작가의 삶, 그 자체이며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수단이다. 어쩌면 자기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나에게도 14권의 시집과 한권의 산문집이 있다. 그러나 똑똑한 한권의 시집, 감동적인 시 한편이 중요하다. 젊은 시절 겁 없이 시가 뭔지도 모르고 쓴 시도 많고, 아직도 확장되고 심화 된 나의 세계를 못 열고 있다는 자책감 속에 살고 있다.

나만이 가진, 나만의 호흡과 운율이 살아 있는 시, 나만의 서정이 살아있는 시, 그런 시는 언제쯤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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