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흥민이가 ‘훈련 투정’ 부리면 ‘축구는 네가 원한 것’ 각인시켜”

강하늘기자 승인 2021.10.20 12:14 의견 0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

축구 월드스타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때마다 축구 스승인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55)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다.

손 감독은 지난 15일 펴낸 자전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 간)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손흥민을 길러낸 교육 철학을 세세하게 밝혔다. 손흥민은 둘째 아들이다.

손 감독은 손흥민이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이고 기본을 강조하는 축구, 선수로서 갖춰야 할 인성을 가르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왼쪽)과 손흥민 부자. 수오서재 제공

손흥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형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왜 축구가 하고 싶어? 굉장히 힘들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대답은 “응, 할래”였다.

손 감독은 손흥민이 자발적으로 시작했기에 훈련 때 손흥민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 때면 “너희가 가르쳐 달라고 해서 시작했다”는 말로 각인시켰다.

손흥민은 요즘도 “아무리 봐도 그때 아버지가 한 말은 ‘신의 한 수’야.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한 게 맞으니까 무슨 토를 달 수가 없잖아”라고 말하곤 한다.

손 감독은 일찍부터 손흥민이 스무다섯살 때 최고의 기량에 오르도록 단계별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7년간은 기본기만 가르쳤다. 이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양발을 사용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양말을 신을 때도, 바지를 입을 때도, 슈팅 훈련을 할 때도 왼발부터 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골을 넣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18세 때부터는 슈팅 연습에 주력했다. 매일 왼발 500개, 오른발 500개씩 찼다. 5개 포인트를 정해 그곳으로 골을 감아 때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이 가운데 2개가 ‘손흥민 존’이 됐다.

손 감독이 손흥민에게 강조한 것은 훈련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늘 책을 가까이 하기를 바랐다. 손 감독이 먼저 1년에 100권 정도를 읽고 그 중 30권 정도를 뽑아 밑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를 접어 손흥민에게 읽게 했다.

이 책에선 세 살 많은 형 손흥윤 씨와 손흥민의 관계도 밝혔다. 손흥민은 어릴 때 형이 제일 좋은 협력자였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프로 선수로 살면서 힘들거나 어려울 때면 손흥민은 형에게 전화해 흉금을 털어놓는다”면서 “형이 없었다면 흥민이 혼자 고된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했다.

요즘은 손흥민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훈수를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손흥민이 스스로 엄격하게 자기를 통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감독이자 아버지 눈에는 아직 손흥민 최고의 순간은 오직 않았다. 손 감독은 “앞으로 다가올 날”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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