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어사 박문수와 용한 점쟁이

플랫폼뉴스 승인 2021.12.02 20:45 | 최종 수정 2021.12.16 12:24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보물 제1189-1호로 지정된 박문수 초상화. 문화재청 제공

어사 박문수가 어명을 받들어 암행을 나갔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노량진 포구에 갔는데 사람이 많고 복잡했다. 사람들 중 점쟁이 하나가 눈에 띄어 복채가 얼마인지 묻자 닷 냥(지금 돈 10만원 정도)씩이나 했다.

사기꾼이 아닌가 싶어 관찰하고 있는데 어떤 부인이 와서 닷 냥이라는 큰 돈을 내고서 점을 보았다. 점쟁이가 눈을 감고 글자 중 하나를 찍어보라 하자 부인은 한 일 자를 찍었다. 찍고 나서는 집 나간 지 10년 된 남편의 생사를 알고 싶다고 하니 한 일 자가 누워있는 상이라 사람이 죽었으니 찾지 말라고 했다. 부인은 닷 냥이 아깝기도 하고 믿기지 않기도 해 다시 한 번 점을 보자고 하여, 이번에는 약(藥)자를 찍었다.

“약자는 풀 초(草)변에 가운데 흰 백(白)자가 있고 양쪽에 실 사(絲)자가 있으며 아래에는 나무 목(木)자가 있는데, 목관(木棺)에다 실로 꽁꽁 묶은 백골을 넣었고 그 위에 풀이 난 것으로 보아 죽은 지 한참 되었다.”고 했다.

옆에 있던 박문수가 그럴 듯해 보여 자신도 점을 쳐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점 복(卜)자를 찍었더니 점쟁이가 벌떡 일어나 “어사님,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하며 빌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글자 풀이를 해보라고 하자, 사람이 서 있는데 점 하나를 찍은 것이 마패를 찬 암행어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고 봉양(奉養)에 바치는 것이니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일단 그곳을 빠져나온 후 한 거지에게 좋은 옷을 입혀 그 점쟁이를 찾아가 점 복자를 찍으라고 시켜 거지가 그대로 하자 점쟁이가 단번에 걸인임을 알아 맞추었다. 사람이 서 있는데 암행어사는 그 점이 마패이고, 거지는 바가지라는 것이었다.

답답한 요즘 이런 용한 점쟁이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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