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동행 13] 여자 없는 남자들

신아연 승인 2019.04.15 07:01 의견 0

 [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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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오십 축하하네. 앞으로 우는 날이 많아질 걸세.” “확실히 남자가 나이가 들면 감성 만땅이 되나 봅니다. 격정의 오십대가 될 듯합니다.”


지인의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이 올랐다. 두 중년 남성의 대화가 사춘기 소녀의 감성보다 더 섬세하고 심상치 않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면서도 자기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두 남자가 친밀하고 정겹다.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한 ‘아니마(남성 속의 여성성)’의 일면은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반대 성이 가진 요소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이성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더 매력이 있고 대하기가 편하다. 소위 마초가 거북하고 불편한 것은 과장된 남성성의 극단적 모습 때문이다. 여성 역시 히스테릭한 내숭의 가면을 벗고 ‘아니무스’라는 여성 속의 남성성을 편안히 받아들일 때 한 단계 성숙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을 자기 안에서 통합한 사람은 아름답다. 남성다움을 알면서 여성다움을 유지하고, 흰 것을 알면서 검은 것을 인정하며, 영광을 알면서 오욕을 포용할 때, 즉 이것은 취하고 저것은 버리는 양극단에서 벗어나 이것과 저것을 함께 품을 때 존재는 보다 실상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남자들의 이 같은 아름답고 바람직한 변화에 여자들은 매몰차다. 억압되어 있던 남편의 감성이 봄꽃 만개하듯 터져 나오건만 아내들은 받아주지 않는다. 받아주기는커녕 핀잔을 주기 일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제목처럼 이 시대 한국의 중년 남성들은 거의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 없는 여자’인 나 같은 사람을 붙잡고 하염없는 서정시를 쏟아내고 난분분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끝없는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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