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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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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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뉴스 신아연 칼럼니스트]
나는 혼자 사는 사람들과 한 달에 두 번 만남을 가지고 있다. 연령대는 50,60대. 나처럼 이혼이나 사별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서류만 정리하지 않았달 뿐, 이혼과 다름없는 장기 별거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면서 싱글 모임을 하다 보니 평소에도 이런저런 아픔과 번뇌가 있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나 자신도 힘든 생을 살아온 데다, 정신과 치료와 심리 상담을 오래 받아왔고, 치유와 마음 챙김에 관한 책을 늘 곁에 두고 읽기 때문에 선무당 사람 잡는 것은 벗어나 얼치기 상담사 정도는 된다.
그럼에도 내가 겪지 않은 일을 공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매번 느낀다. ‘함께 느낀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의 차이처럼. 가슴으로 아는 것은 상대가 겪고 있는 고통의 일부가 내 안에도 체험적으로 있을 때 가능하다. 아니면 속된 말로 ‘빡세게’ 고생을 한 후에 자기 성찰을 통해 다른 사람을 통찰적으로 볼 수 있게 되거나.
다시 말하지만 직접 경험을 하거나 자기 삶이 고달프지 않고서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기 어렵다. 공감은 고사하고 타인이 내 안에 들어오는 것조차 꺼려져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
"인간은 가능하면 직접 겪지 않고 알고 싶어 한다. 우리가 부지런히 책을 읽는 것은 그 때문이다. 표류하지 않고도 표류하는 게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거의 모든 변변치 못한 사람들은 체험하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태반이다. 고생을 사서 한다는 것이 요즘 같은 세상에서 어리석은 일일지 모르지만, 내 안에서는 아주 조금이나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이 형편없어진다는 경고가 늘 울리고 있다." - 소노 아야코 『타인은 나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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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작가의 영상풍경 |
필자 신아연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1년간을 호주에서 지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인문예술문화공간 블루더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에 '에세이 동의보감'과 '영혼의 혼밥'을 연재하며 소설가,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생명소설 『강치의 바다』 심리치유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인문 에세이 『내 안에 개있다』를 비롯,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공저 『다섯 손가락』 『마르지 않는 붓』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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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shinayo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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