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화병 5년새 두배…'소주성'에, '코로나'에 지쳤다

돌 던지고 차 긁고 세상에 화풀이
올 채용 계획 역대 최저, 한파 더 세져
코로나로 완충장치 더 줄어 대책 시급

강동훈 승인 2021.01.16 09:19 | 최종 수정 2021.12.17 16:09 의견 0

장기간의 고용 한파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20~30대 청년층의 스트레스가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넘어 폭력적인 행위로 표출되고 있다. 이는 '화병' 치료를 받은 청년 환자가 증가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해소 방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달리 뾰족한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15∼2019년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대 환자 수는 2015년 856명, 2016년 1206명, 2017년 1483명, 2018년 1537명, 2019년 1477명으로 5년간 약 2배로 늘었다.

30대 환자도 2015년 1293명, 2016년 1653명, 2017년 1844명, 2018년 1814명, 2019년 1895명으로 5년 사이 1.5배로 증가했다.

▲ 2015~2019 청년 화병 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일반 병원을 찾아 우울증 등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를 포함하면 당연히 더 늘어난다. 지난해 화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각종 고용 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증가는 문재인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이란 틀에서 최저임금 지속 상승, 주 52시간제 도입 확산 등으로 '고용 절벽 현상'이 이어지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악화되고 장기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화병 증상은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나 기타 불안장애 등으로 진단한다. 욕설, 폭력, 심한 짜증으로 나타난다. 최원집 구심한의원 원장은 "화병은 자신을 공격하는 우울증으로 나타나지만 누적된 스트레스가 타인에게 표출되는 울화 증상으로도 종종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1차 확산 때인 지난해 3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신입·경력직 구직자 2980명에게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89.3%가 '취업 스트레스가 높다'고 답했다. 취업 스트레스 때의 증상(중복 응답)으로 '피곤·무기력'(69.4%), '우울'(58.2%)을 주로 꼽았으나 '예민해져서 화를 자주 낸다'도 32.3%에 달했다.

실제 지난 7일 부산 기장군에서는 20대 취업준비생이 한 성당 마당에 있는 성모 마리아상에 큰 돌을 던져 팔과 허리 부분을 훼손했다. 이 청년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스트레스로 화풀이 대상을 찾았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취준생인 27세 청년이 서울 서대문구 골목길에 세워진 차 5대를 밤에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고 달아났다. 그는 경찰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자격증 시험이 미뤄지고 취업도 어려워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