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장 이름을 되찾자” 간장협회 창립

시판 중인 유사 간장 대응 본격화
우리 전통 간장문화 바로잡기 앞장

강하늘 승인 2021.03.23 10:27 의견 0

전통 간장 맛을 되찾자는 취지로 현장 전문가들이 모여 간장협회를 창립했다.

 

간장을 사랑하는 생산자·소비자·식생활교육강사들은 최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모여 간장협회(가칭)를 창립했다. 유사한 간장이 난무하는 현실에 우리 전통 간장의 정체성을 되찾자는 취지다.

 

▲ 간장협회 창립총회에서 생산자들이 자신의 간장을 한 데 섞고 있다. 왼쪽부터 한경숙 소석원 대표, 조정숙 다농식품 대표, 구본일 구본일간장 대표, 박애경 가을향기 대표, 윤현림 백이동골 대표.

 

간장협회 초대 이사장은 충북 보은의 우춘홍 아미산쑥티된장 대표가 맡았다. 이사에는 각 지역의 생산자, 강사 및 전문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등 15명이 선임됐다. 간장협회는 향후 간장 생산자들을 위한 생산 및 마케팅 컨설팅,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행사 등의 사업을 한다. 대기업이 차지한 간장 이름을 되찾자는 것도 간장협회의 창립 목적이다.


우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한류의 시대에 정작 우리 간장은 점점 외면받고 있고, 전통방식으로 간장을 지켜오고 있는 생산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부터 많은 고민과 상상력을 나누고 실현해야 한다. '한식 간장'이나 '재래 간장'으로 불리는 간장의 고유한 이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오늘 이 간장협회 창립총회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시중엔 양조간장, 진간장, 국간장 등 수많은 종류의 간장이 판매되고 있지만 전통 간장은 예부터 수식어 없는 그냥 '간장'으로 불려왔다. 집집의 고유 맛과 특색을 띠며 다양성을 간직해왔다.


하지만 지금 시판되는 대부분의 간장은 전통 간장과는 거리가 있다. 시판 간장의 98%는 양조 간장, 산분해 간장이고 이 둘을 섞은 혼합 간장이다.

 

양조 간장은 탈지대두를 단기간 숙성시킨 일본식 간장이며 산분해 간장은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녹여 만드는 비발효 조미액이다. 산분해 간장은 일제강점기 때 염산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분해해 만드는 방식으로 시판 중인 혼합간장에 섞여 가장 많이 생산 소비된다.


간장협회는 현장에서 이런 문제 의식을 공유하며 태동했다. 지난해 5월 31일 16명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가졌고 이번에 정식으로 창립총회를 가졌고, 곧 사단법인 인가를 받는다. 

고은정 제철음식학교 대표가 간장협회 창립의 구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지난 17일 개최된 총회에서 "이 단체가 출범한 이유는 생산자 분들을 위한 것이다. 생산자들은 저마다 바쁘고 서로 멀리 떨어져 연대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생산자·소비자·강사들이 함께 출범하지만 궁극적으로 간장협회는 생산자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소비자 회원으로 참가한 탤런트 양희경씨는 "1977년에 결혼을 했는데 그 때부터 '간장은 메주가 너무 더럽다', '왜간장을 먹어야 한다'며 장독대 없애기 운동이 일어났다"고 되새기며 "우리나라 인구가 6000만, 대략 2500만가구라고 한다면 마땅히 2500만개의 장 항아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 협회가 자리잡고 전국에 전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장의 간단한 역사는 고 대표가 지난해 8월 한 농엄전문지와 한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

 

고대표는 "우리의 간장은 애초에 하나이고 예전엔 초가삼간부터 구중궁궐까지 모든 집에서 다 장을 담갔다. 장맛은 대물림되면서 점점 더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부산과 마산에 공장을 지어 전쟁에 대비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많은 양을 만들기 위한 산분해 간장을 썼다. 이를 왜간장이라 부르며 왜간장과 조선간장으로 이름이 두 갈래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산업화 이후 업체들이 조선간장 이름은 빼고 국간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1960년대 정부가 대규모 아파트를 지으면서 단독주택이 점점 없어지고 장독대는 하나들씩 사라졌다. 고대표는 "정부가 장독대를 없애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가 무너졌는데 옥상에 있던 항아리들 때문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고대표는 "장독대가 있던 그 자리엔 대기업 간장이 자리를 잡았다"면서 "대기업에서 나오는 일본식 간장이 간장이 아님에도 간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게 문제이고, 사람들이 시판 간장에 익숙해지며 우리 음식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당시 간장협회 준비 배경에 대해 "대기업이 자본으로 간장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전통의 방식으로 장을 만드는 한식 장류 업체는 지자체 등의 도움 없이는 자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식 간장 제조자들이 하나가 돼 제대로 된 지원 아래 전통 장류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조리법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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