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정책과 샘물 정책 - 조세정책과 관련하여

문길모 승인 2018.06.14 11:42 의견 0

우물 정책과 샘물 정책 - 조세정책과 관련하여
여기 한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바가지로 퍼서 사용하는데 우물물을 계속 푸다보면 언젠가 바닥이 들어나고 그 우물물은 고갈될 것이다.
그 옆에 또 다른 샘물이 있다. 그 샘물은 한 바가지를 푸면 그 만큼 새로운 물이 솟아난다. 아무리 퍼도 그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라 살림을 위해 돈이 필요하면 세금으로 걷을 수밖에 없다.
어떤 세금을 어떻게 걷을 것인가?
단순히 국민의 주머니에 있는 세금을 징수하여 소모성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술한 우물에 있는 물을 퍼내어 우물물을 고갈시키는 것과 같고, 세금을 징수하되 동 세금을 징수당한 국민의 부(富)가 증대되는 방향으로 동 세금을 사용한다면 이는 마치 샘물처럼 또 다른 물이 솟아나게 하는 경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낼만한 사람한테 걷어서 세금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강제성을 띠게 마련이다.
이러한 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소위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가 주장된다. 이는 근대 의회주의의 ‘대표 없으면 과세 없다’는 원칙의 표현으로서, 우리나라도 헌법 제38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때 법률로 정하여야 할 것은 조세의 종목(種目)과 세율(稅率)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고, 과세대상 ·과세표준 ·납세의무자 등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조세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이러한 헌법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제대로 하여야 하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회가 과연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심히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어떤 과정을 거치든 형식적으론 모든 세금의 세목(稅目)과 세율(稅率)을 법률로 정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르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어떤 학자는 인류역사를 조세 면에서 보면 “재산권자와 과세권자의 대립, 항쟁 및 타협의 산물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조세가 과세대상자이고 납부의무자인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적합한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국민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조세저항, 즉 대립이 발생하고 대립이 더욱 심해지면 필연코 항쟁이 발생하고 결국은 타협하는 길로 나아간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원리를 무시하고 조세가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일방적으로 제정되거나 개정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크게 네 가지 경우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국민으로서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마음으로 순응하는 경우이다.
둘째는 비록 불만이지만 어쩔 수 없어 정부의 조세정책에 따르는 경우이다.
셋째는 이러한 조세정책을 견디지 못하여 탈세를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이다.
넷째는 이러한 조세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민 등을 떠나는 경우이다.
조세제도가 개혁되어 새로운 조세가 만들어지거나 개정될 때 국민의 반응이 이상의 네 가지 경우 중 첫째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그 외의 경우가 된다면 국가를 위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재산에 관련된 세금은 세법에 따르면 재산 관련 세제는 재산을 보유하는 것에 과세를 하는 ‘보유세’로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고 재산을 취득하거나 거래하는 것에 과세하는 ‘거래세’로서 취득세와 등록세가 있으며, 부동산을 임대하여 얻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임대소득 과세’로서 소득세가 있고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부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 및 재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금융재산으로부터의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소득세)가 있으며 법인의 재산 양도관련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법인세가 있다.
지난 4월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조세 분야 비공개 소위원회를 열고 보유세를 비롯한 재산관련 세제개혁에 대하여 논의하였다고 한다. 매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보유세 이외에도 상속 및 증여세, 임대소득 및 금융소득에 대한 증세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산에 관련된 세금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제도를 만들거나 개편할 때 여러모로 동 세금이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깊이 검토하여야 한다.
지난 1990년도 제정 되어 실시되었던 토지공개념 3대 제도중의 하나로 도입되었던 토지초과이득세의 경우를 보자.
당시 개인의 유휴토지나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의 가격상승으로 발생하는 초과이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할 목적으로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했는데 그 도입 목적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휴토지로 인한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너도 나도 건물을 신축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바람에 제조업에 종사하여야 할 인력이나 자원까지 부동산 건설에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말미암아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원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우리나라 제품의 원가 상승으로 인한 국제 가격경쟁력의 저하는 수출부진을 가져왔고, 이는 곧 외환 부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어 결국 1997년의 IMF 외환위기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사려 깊게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도입된 조세제도의 경우 그 좋은 도입목적과는 달리 국민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게 됨을 우리는 유의하여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는 샘물과 같은 조세정책이라기보다는 우물물과 같은 조세정책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된다. 왜냐하면 부동산을 가진 이는 보유세를 내지만 그 세금은 다시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하는 방향으로 작용되지 않고 이는 결국 부동산을 보유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점점 가난하게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이는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의 우물물(재산)을 고갈시키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더구나 재산을 취득하여 보유하기까지에 소요된 소득에 대하여는 소득세를 납부하였고, 재산을 부모로부터 상속이나 증여받아 취득하는 경우에는 관련 상속.증여세를 이미 납부하였다. 따라서 보유세는 이러한 세금을 납부하고 취득한 재산에 대하여 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되어 이는 동일한 재산에 대하여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실현되지 않은 미실현소득(未實現所得)에 부과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과도한 보유세가 부과될 경우에는 재산 보유자들로 하여금 그 타당성을 수용할 수 없게 만들어 결국 조세 저항을 가져올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평생 일해 벌은 돈을 모아 산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은퇴 세대들로부터 보유세를 무리하게 거둔다면 이들로 하여금 마치 말라가는 샘물을 보며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시킬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을까?
따라서 부동산을 보유하는 그 자체는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동 부동산으로부터 소득이 창출되는 시점에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처분할 때 새로운 소득(돈)이 창출된다. 임대료를 받거나 양도차익이 생긴 경우 동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조세원칙에도 부합되므로 합리적인 과세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업에 대한 세금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기업이 사업을 잘 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할 때 그 돈에 대해 무조건 과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을 거두는 경우 동 세금을 납부한 기업들로 하여금 더욱 큰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금을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샘물정책’을 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업도 생명이다. 잘 될 때 벌은 돈으로 어려운 시기에 견디거나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여야만 기업의 ‘계속성(繼續性, going-concern)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벌어들이는 소득에는 그 소득이 있기까지 기여한 집단들이 있다. 예를 들면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 종업원, 경영자가 있다. 그리고 정부당국도 이들 기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배분받기를 기대하는 당사자 중 하나이다. 이들 집단을 기업의 이(利)와 해(害)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서 소위 ‘이해관계자집단(利害關係者集團, interest parties)라고 부른다.
이들은 하나 같이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 대하여 본인의 몫을 배분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의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먼저 그 기업에 대한 과세에 앞서 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가에 대한 합리적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합리적인 것은 기업이 벌은 돈은 기업으로 하여금 그 돈을 벌게 한 기여자들에게 각자가 기여한 만큼 기여도를 평가하여 배분해주는 것이다, 이때 기여도에 대한 평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부당국도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일방적으로 기업의 소득에 과세하면 기업은 배분해줄 수 있는 소득의 양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동 소득으로부터 배분받아가는 대상, 즉 종업원, 주주 등에게 배분의 양을 줄일 것이며 결국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이는 소득의 배분을 받아가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씀씀이를 줄이게 하고 나아가 이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기부금의 양도 줄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무리한 세금부과로 인한 악순환은 사회로부터 온기(溫氣)를 빼앗아 가고, 나아가 대립과 갈등을 가져오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기업이라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기 위해서는 벌은 돈 모두를 기여를 했다고 해서 마치 우물물처럼 퍼서 가져가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언젠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세금과 급여와 배당 그리고 이자를 주는 소중한 원천인 기업이 언젠가 말라버릴 우물물이 되지 않도록, 정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집단 모두는 그 돈을 가져가기 전에 먼저 그 기업에 신선한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나도록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거두는 세금은 정부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노력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노력의 대가로 세금을 거둘 때는 반드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이를 전술한 ‘조세법률주의(租稅法律主義)’원칙에 따라 국민의 대표가 모이는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은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심의를 거쳐 법률로 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에 관한 정치인들의 깊은 성찰과 자성이 요청된다.
어떤 조세정책이나 노동정책 등 기업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자 할 때 반드시 기업현장을 다니며 몸과 마음으로 느낀 후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노력과 정성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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