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피처폰 영광 남기고 역사 저편으로

점유율 세계 3위 숱한 세계 첫 기록
스마트폰 대응에 실기해 지속 고전

강동훈 승인 2021.04.05 11:50 | 최종 수정 2022.01.05 18:06 의견 0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으로 한때 세계 시장 3위에 올랐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이 오는 7월로 26년 영욕의 역사를 마감한다. 비록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진했지만 첨단화 시대에 끊이지 않는 혁신과 도전, 각종 최초 기록을 유산으로 남겼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에서 MC사업본부의 모바일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95년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합병해 지금까지 모바일 사업을 이끌어왔다.

최초의 LG 휴대전화 브랜드는 '화통(話通)'이었다. 이후 프리웨이, 싸이언, 프라다폰, 초콜릿폰, 김태희폰, 와인폰, 옵티머스, G/V시리즈 등 수많은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공략했다.

피처폰 시절 LG전자는 미국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2010년 3분기엔 분기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 3위에 올랐다.

초콜릿폰과 샤인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으로 연이은 성공을 거둔 LG전자에 위기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였다.

2007년 미국 애플의 아이폰 등장을 계기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일대 전환기를 맞았으나 LG전자는 피처폰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수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2강 속에 LG전자가 강했던 퍼처폰 시장을 지키기 위한 2위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뒤늦게 2014년 선보인 스마트폰 G3가 1000만대 이상 팔리면서 LG 휴대전화의 부흥을 알리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LG전자는 2015년 G4와 V10의 부진을 2016년 모듈형 스마트폰 G5로 극복하려 했으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구상도 실패했다.

지난해 내놓은 매스 프리미엄 벨벳과 스위블폰 윙은 시장에서 상당한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애플과 삼성의 틈바구니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프리미엄 제품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고수하고, 중저가군은 중국 업체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완전 장악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 프리미엄 벨벳. LG전자 제공

결국 2015년 2분기 시작된 적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이어졌고, 이 기간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LG전자는 생산라인 이전과 인력 재배치 등 사업구조 개선을 추진했으나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2019년 국내 생산 중단과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 ODM(제조자개발생산) 확대 등도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지난한 부진 끝에 사업을 접게 됐지만 스마트폰 시대 LG전자의 끝없는 혁신 시도는 업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만응 분명하다.

2016년 선보인 G5는 세계 최초 모듈 방식 스마트폰이었고, V40 씽큐는 세계 최초로 펜타(5개) 카메라를 탑재해 업계 트렌드를 이끌었다. V50 씽큐는 듀얼 스크린 제품으로 주목받았고, 윙은 화면을 돌려서 펼치는 스위블 폼팩터에 세계 첫 동영상 짐벌 기능을 적용했다.

또 다른 세계 최초 타이틀을 노린 롤러블폰은 사업 종료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롤러블폰은 LG전자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선보였었다.

렛츠고 디지털 홈페이지 캡처

항시 곁에 있어 편했던 친구 같은 LG 폰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다만 첨단 시대에 LG가 만든 폰들은 26년 간을 풍미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모바일 사업 종료 후에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기술의 연구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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