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규모 김포문학상 대상에 시 ‘산벚나무 읽는 저녁’ 선정

대상에 최재영, 우수상에 이용호·배철호·진서우
전국서 326명 참여···시?소설?수필 1109편 응모

정기홍 승인 2020.11.21 14:10 의견 0

제19회 김포문학상 대상에 최재영씨(경기도 안성시)의 시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이용호씨(서울시 노원구)의 시 ‘파키라 여인’과 배철호씨(경기도 하남시)의 소설 ‘코로나 학교’, 진서우씨(경기도 김포시)의 수필 ‘타운하우스 사람들’이 뽑혔다.


장년부 신인상에는 안정숙씨(김포시 북변동)의 시 ‘실종된 계절’과 한미선씨(김포시 구래동)의 수필 ‘외할매집 고야이야기’, 청년부 신인상에는 이정훈씨(김포시 걸포동)의 ‘사막의 알츠하이머’, 목명균씨(김포시 감정동)의 수필 ‘삶이 담긴 국밥 한 그릇’이 차지했다.

 

심사결과

부 문

성 명

주 소

당선작품

시상내역

대 상 ( )

최재영

경기도 안성시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

상패 및 상금 500만원

우수상 ( )

이용호

서울시 노원구

파키라 여인

상패 및 상금 100만원

우수상 (소설)

배철호

경기도 하남시

코로나 학교

상패 및 상금 100만원

우수상 (수필)

진서우

경기도 김포시

타운하우스 사람들

상패 및 상금 100만원

신인상

(장년부)

안정숙

김포시 북변동

실종된 계절

등단패 및 상금 50만원

수필

한미선

김포시 구래동

외할매집 고야이야기

등단패 및 상금 50만원

신인상

(청년부)

이정훈

김포시 걸포동

사막의 알츠하이머

등단패 및 상금 50만원

수필

목명균

김포시 감정동

삶이 담긴 국밥 한 그릇

등단패 및 상금 50만원

 

8명의 최종 수상자는 지난 10월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박철 시인의 심사로 결정됐으며 시상은 오는 12월 5일 효원연수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포문학상’은 김포의 문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제정됐다.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가 주최하고 우리의료재단 김포우리병원이 후원하는 전국 규모의 문학상이다.


지난 17회부터 응모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대상 상금도 500만원으로 높여 지역단위 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문학상으로는 상금 규모가 상당하다.


올해 김포문학상에는 시 부문에 177명이 885편, 소설부문에 74명이 74편, 수필부문에 75명이 150편 등 모두 326명이 1109편의 작품으로 참여했다. 1차와 2차 심사를 거쳐 문학상 대상 1명, 각 분야별 우수상 3명, 신인상 4명이 선정됐다.


박미림 김포문인협회장은 “김포우리병원의 김포문학 발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 작품을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오롯이 담긴 작품들이 모두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회원 79명의 김포문인협회는 1992년 창립한 김포의 대표 문학단체로 김포문학상 이외에도 ‘김포문학’(제37호) 발간, 김포문예대학(제21기) 운영, 김포시 백일장대회(제28회) 개최 등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 대상 작품 >

최 재 영(경기도 안성시)

산벚나무를 읽는 저녁  

 

물에 젖기 위해

백년을 걸어가는 나무가 있지요

퉁퉁 부르튼 맨발 사이로

세상의 저녁은 소리없이 스며들고

다가오는 천년을 가만 응시하느라

나는 바싹 가물어 있었지요

간절함은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어

한 획씩 혈관을 파고 들어갈 때마다

산벚의 흰 그늘까지 움찔거렸겠지요

한걸음 걸을 때마다

제 근원의 몸부림으로 뜨거웠을 시간들

그때의 다급한 호흡은

어떤 이의 애달픈 기록이었을까요

산벚이 거느린 골짜기들이

일제히 먹빛의 힘으로 일어서는 저녁

경판에 서려있는 푸른 맥박소리

온 산 가득 울려 퍼지는데

먹물보다 진한 핏빛눈물 하얗게 쏟아지네요

오래 전 생의 바깥에 등불을 밝힌 이들은

지금도 구국의 화엄을 새기고 있을까요

봄이면 경판 속의 활자들 환하게 피고지고

짜디짠 소금기 허옇게 일어서는지

골짜기마다 산벚나무는 절뚝이며 피어나요

팔만의 꽃잎들이 봄의 한복판을 걷고 있어요

  

* 산벚나무: 고려시대 몽골 침입 당시 조성된 팔만대장경의 경판으로 쓰였으며 벌채한 나무를 판자로 자른 후 소금 물에 삶아서 그늘에 말린 후 옻칠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 수상소감 - 최재영 >

 

다시, 가을입니다. 맑은 하늘과 형형색색으로 가득 채워진 들녘과 자연은 많은 문학인들에게는 가슴 벅차게 도전하고픈 소재를 안겨주고도 남겠지요. 물룬 단순히 풍경을 노래하는 것이 가 될 수는 없으므로 표면적 소재의 내재화를 위해서는 많은 밤시간을 할애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포문학상 응모를 하면서 망설이기를 여러 번, 몇 날을 뒤척이기도 했는데요. 등단 햇수도 십 수 해가 되어가니 스스로 부끄러웠는지도 모릅니다. “를 쓴다는 일이 어떤 문학적 성과를 담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 무언가를 도모하고 싶어지는 졸렬한 성정을 무엇에 비유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습니다만 최소한 시는 졸렬하거나 치졸하지 않으려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것에 자부심 내지는 박수를 보내려 합니다.

산벚나무를 글감의 소재로 쓰면서 오래 전 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벌어진 치욕과 살육에 몸서리치며 저항했을 우리의 조상을 떠올려 보는 일은 참으로 가슴 뻐근한 일이었습니다. 희미하게 꺼져가는 나라를 구하려는 그들은 얼마나 애닲은 심정이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만 뼈를 깎는 고된 과정을 거쳐 만든 팔만대장경판은 고스란히 우리 민족의 절박한 심정, 그 자체였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하여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산벚은 해마다 가슴 한 켠으로 아프게 파고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시를 써 온 날보다 앞으로 써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그래야 하겠지요. 또한 그 사실에 한껏 안도하면서도 은근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주시는 상은 그에 상응하는 작품으로 보답해야 하는 것이기에 부단히 갈고 닦으라는 채찍이라 생각합니다. 염원하던 주택으로 이사를 하며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구느라 분주한 가운데 당선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몇 계절을 소비하면서 잠시 소홀했던 내 시를 돌아보고 어루만질 수 있도록 따뜻한 기회를 주신 것만 같아 기꺼운 마음입니다. 다시 뜨겁게 를 품겠습니다. 그리하여 생의 어느 한 곳은 로써 채워지기를, “의 한복판을 즐거이 고뇌하며 걸어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로 인해 기뻐하고 분노함에 주저하지 않기를 겨울 쪽으로 기울어가는 숲과 바람을 마주하며 되뇌어 봅니다. 용기를 북돋워주신 김포문협과 관계자분들, 심사위원들께도 큰 절 올려 감사드립니다.

 

그림입니다.

약력

강원일보 한라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방송대문학상 대상 정읍사문학상 대상

산림문화대전 대상 성호문학상 본상

웅진문학상 우수상 김포문학상 대상

시집 [루파나레라]-한국문화예술위 창작지원금

[꽃피는 한 시절을 허구라고하자]-세종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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