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소 사육사들이 음식으로 시키는 교육영상 공개

강하늘 승인 2021.02.07 17:07 의견 0

서울대공원은 신축년인 소의 해를 맞아 사육사들이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각종 소를 음식으로 교육을 시키는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소들의 행동 풍부화 영상'으로 이름 붙였다. 


소는 예로부터 사람과 친숙한 동물로 농경 발달에 따라 무거운 짐의 운반, 식량 자원 제공 등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준 동물이다. 영국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는 1796년 소에게서 면역 물질을 찾아 우두균을 사람에게 접종해 천연두를 박멸했고, 이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백신이다. 이때 제너가 라틴어인 vacca(암소)란 단어를 차용했고, 이후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생화학자인 루이 파스테르가 요즘 숱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vaccine(백신)으로 명명했다.

 

동영상을 보면, 서울대공원 대동물관 사육사들은 교육용으로 브라우징과 해먹, 싸리비 등을 준비했다. 해먹을 엮어 ‘2021 소의 해’라는 글자도 만들었다. 동물들에게 평소와 다른 것을 제공해 새로운 행동을 끌어내고 관찰해 건강하게 키우고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먹이 풍부화로 다양한 행동을 이끌어 내려는 연구다.

 

▲ 사육사들이 '브라우징 해먹'을 걸고 있다.
▲ 사육사들은 소의 새로운 행동을 찾기 위해 해먹을 엮어 ‘소의 해’라는 글자도 만들었다.

 

▲ 큰뿔소와 아시아물소가 사육사들이 매달아 놓은 '브라우징 해먹'에 걸린 먹이를 먹고 있다.

 

사육사들의 아이디어로 큰뿔소와 아시아물소에게는 소방호스로 직조뜨기를 해 먹이로 글자를 만들어 끼워넣었다. 소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혀를 내밀며 애쓰는 다양한 모습과 함께 좋아하는 먹이를 순서대로 뽑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방호스 뿐만 아니라 공중에 먹이를 매달아 움직이는 먹이를 먹기 위한 행동도 한다.

 

사육사들의 이 연구는 초식동물에게 먹이를 어렵게 먹여 행동의 풍부화를 찾아내려는 것이 핵심이다. 

 

동물이 야생에서 먹이를 구해 먹기는 힘들다. 사냥을 해야 하는 육식동물만큼 초식동물의 먹이찾기 활동도 만만치 않다. 먹이를 구하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며 식물의 독과 가시를 피해 냄새를 맡아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동물원은 행동 풍부화를 통해 동물이 어렵게 먹이를 먹으면서 활동 시간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동물이 실패도 해보며 여러 시도 끝에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풍부화 연구를 하고 있다. 한번에 먹이를 먹이지 않고 천천히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도록 돕는다.

 

아메리카들소에게는 나무 아래에 싸리비를 매달고 속에 당근 등 먹이를 숨겼다. 큰 덩치의 아메리카들소가 호기심어린 몸짓으로 다가가 먹이를 찾아 먹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먹이를 다 찾아 먹고 나면 싸리비는 효자손 역할을 한다. 아메리카들소는 야생에서 나무에 몸을 비벼 간지러움을 해결하는데 동물원에서는 싸리비를 활용하기도 한다. 시판 가축용 브러시도 설치해 주었지만 일부는 싸리비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 사육사가 나무에 둘러친 싸리비 속에 배춧잎 등 음식을 넣고 있다
▲ 싸리비 속에 당근을 넣어두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코로나로 집에서도 생생하게 동물원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풍부화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은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동물원 동물이야기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수연 서울대공원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겨울 추위로 직접 관람이 어려운 시민들의 지친 마음에 다양한 콘텐츠로 즐거움을 드리겠다”며 “ 평소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생생한 동물들의 행동들을 사육사의 시선에서 밀접하게 관찰한 영상들을 홈페이지와 서울대공원 유튜브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공원에서 볼 수 있는 소과 동물은 큰뿔소, 아메리카들소, 아시아물소, 아프리카물소 4종류이다.


▶ 큰뿔소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의 일을 돕는 가축으로 쓰이기도 한다. 최대 2.4m까지 자라는 큰 뿔을 지탱하기 위해 어깨 근육이 발달돼 있다. 소의 뿔은 혈액을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냉각 기능을 하기도 한다.


▶ 아메리카들소
추운 기후에 잘 적응해 털이 두껍고 머리 위에 짧고 날카로운 뿔을 가지고 있다. 피부 각질이나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모래목욕을 하며, 암컷과 새끼로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수컷은 번식기에만 같이 생활한다.
 
아메리카들소는 인간의 동물보호 노력으로 멸종위기를 벗어난 성공 사례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무리지어 생활하던 아메리카들소는 대륙횡단 열차 개발로 학살돼 1905년에는 1000마리도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었다. 1907년 루스벨트 정부와 북아메리카 바이슨협회가 브롱크스동물원에 보호돼 있던 15마리를 오클라호마 위치타 산맥 야생보호 구역에 방사하면서 생태복원 사업을 시작했고 15마리의는 수백마리가 되었다. 현재 북아메리카에서는 35만 마리가 서식 중이다. 

 

▶ 아시아물소, 아프리카물소

덥고 습한 기후에 적응한 소로, 뿔이 길다. 체온 조절과 기생충 제거를 위해 진흙 속에서 목욕을 한다. 강이나 호수 주변에 암컷과 새끼로 무리를 이루며 수컷은 번식기에만 같이 생활을 한다.

 

아시아물소의 경우 성격이 온순한 편이다. 반면 아프리카물소는 초식동물계의 맹수라 불릴 정도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자를 공격할 정도로 사나울 때도 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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