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속의 세상] 시흥 어느 집의 쓰레기 속 아이들

정기홍 승인 2021.01.15 17:35 | 최종 수정 2021.10.11 10:04 의견 0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의 맞춤형복지팀이 지난해 만 3~6세 보호아동을 전수조사했답니다.

정부의 전수조사는 만 3세까지만 한답니다. 만약 3세가 지난 아동들이 보육시설 등을 이용하지 않은 채 문제가 생긴다면 완벽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입니다.

지난해 11월 11일 알려진 시흥시의 쓰레기 집에 방치된 3남매 사례입니다. 이 집에서는 두 부모와 네살, 세살, 그리고 한 달된 막내 등 다섯 가족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번째 사진입니다. 주방 싱크대에 온갖 음식물 쓰레기가 싱크대보다 높게 쌓였습니다.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밖엔 달리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집에선 음식을 먹은 후엔 용기 등을 그냥 던져 쌓아두나 봅니다. 애들은 당연히 뒷정리를 못 하는 것이고... 이 부모의 내적 정신 상태는 어떠할까요.

두번째 사진입니다. 화장실에는 쓰고 버린 휴지로 발을 디딜 틈조차도 없네요.

도저히 부모가 있는 집으로 보긴 어처구니가 없는 모습입니다. 말도 안 나와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가정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문제는 이런 가정이 버젓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이상은 정왕본동 맞춤형복지팀과 경기행복마을관리소가 아동의 비참한 생활을 찾아 언론에 고발한 사진 두장입니다.

다음 사진을 보시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직원들은 즉시 집 청소부터 했습니다. 온갖 쓰레기가 말 그대로 음식 용기가 한방을 꽉 채웠습니다. 이분들이 치우면서 얼마나 혀를 끌끌 찼을까요.

시흥시에서 보낸 마지막 사진입니다.

위의 석 장의 사진을 보면서 그 사납던 마음이 어렵게나마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깔끔해졌네요. 싱크대와 방바닥에 빛이 반짝반짝 나는 듯합니다. 일상적인 가정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대로 갈까 하는 걱정과 우려가 와닿기도 합니다.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처럼 이들 가족에게도 사연은 있었습니다.

시흥시는 이들 부부가 집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의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합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정상적인 정신을 가졌다면 애들을 앞에 두고 저렇게 자포자기로 살 수 없다고 봅니다.

시흥시 아동보호팀은 거주 환경을 살펴보고 자녀들과도 면담을 했는데 다행히 자녀와 부모 간의 애착 관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아동 학대도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일단은요.

그런데 이 같은 말도 안되는 '거지같은 환경'에서 지낸 아이들의 상태는 어땠을까요. 3남매 중 첫째(4살) 둘째(3살) 애는 열악한 환경에 장기간 방치된 데다 부모의 보살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언어 습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언어 습득이 또래보다 늦은 것으로 파악돼 시흥시 드림스타트팀과 함께 언어치료를 시작했답니다. 다행입니다.

지금은 시흥시에서 이들 가족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각종 복지 서비스에도 연계시켰다고 하네요. 애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주 1회 반찬 배달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두 부모님! 이제는 정신 차리고 애들을 생때 같이, 그리고 맑게 건강하게 키우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현장을 지킨 정왕본동 맞춤형복지팀 관계자의 말입니다. "취약 계층은 선제적으로 찾아야 하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지당한 말씀이지요.

시흥시는 각 동에 배치돼 있는 맞춤형복지팀과 경기도에서 처음 만든 아동보호팀, 노인복지팀, 드림스타트팀 등이 있어 부서 간 협업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끊임없이 찾아나선다고 합니다. 시흥시가 잘 하네요. 위의 아동 사례뿐 아니라 혼자 생활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르신까지 최대한 발굴해 주기를 부탁합니다.

이들은 재차 말했습니다. "중요한 건 지역사회의 관심이고, 의심 상황이 눈에 들어서면 무조건 동 행정복지센터로 연락해 달라”고요.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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