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활용해 땅 투기한 LH 직원 첫 영장

3자 명의 사고 미공개정보 지인들 공유
동료·지인 등 수사 확대
전 경기도 간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부동산' 기소 전 몰수

강하늘 승인 2021.04.05 17:41 | 최종 수정 2021.12.19 03:38 의견 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LH 직원을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직원은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 추진 핵심 부서에 근무했다. LH 발 투기 의혹 당사자 중 토지 구매와 업무 간 직접 관련성이 드러난 첫 사례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2일 오후 업무상 비밀이용 등 혐의로 현직 LH 직원 A씨를 포함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이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전·현직 직원 중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A씨가 처음이다.

A씨는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3기 신도시의 다수 토지를 사들여 이번 투기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일명 '강사장'보다 더 핵심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강사장' 강모 씨 등 15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를 매입한 것은 2017년 9월부터 2020년 사이다.

이들은 주변 지인까지 더해 28명의 명의로 14개 필지를 사들였는데 주로 광명 옥길동과 시흥 과림동, 무지내동 등 3기 신도시 외곽지역에 분포돼 있다.

하지만 A씨와 지인들은 강씨 등보다 앞선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6명의 명의로 22개 필지를 집중 사들였다. 매입 토지는 광명 노온사동에 집중됐는데 3기 신도시 중심에 위치한 핵심 토지들이다.

특히 경찰은 A씨가 내부 미공개 정보를 직접 활용하고 지인에게도 건네 땅 투기를 야기한 이번 사건의 '뿌리' 중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7년 초 3기 신도시 개발부서에 근무했고, 신도시 예상 지역의 개발 제한 해제를 검토하거나 발표 시점 결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

A씨는 자신 명의 대신 가족,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땅을 사들였는데, 매입 시점들이 A씨의 근무 부서에서 특정 개발 사항이 확정될 시기와 맞물려 있어 내부 정보를 주변에 공유해 투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은 A씨가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전북본부 관련자 등에게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정보를 건넨 정황도 확인했다.

민변이 투기 의혹을 제기한 LH 전·현직 직원 일부도 A씨로부터 개발 정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강씨 등에게도 개발 정보를 건넸는지를 조사 중이다.

A씨의 이 같은 투기 의혹은 강씨 등의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비슷한 시기에 3기 신도시에서 이뤄진 토지 거래 내역을 전수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가 토지를 매입하기 전에 전북 쪽에서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대거 매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간의 연결고리를 분석하던 중 A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수사대상들과 달리 A씨의 경우 업무와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기 때문에 정보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다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정관계 인사들이나 다른 LH 직원들의 수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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