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채취한 고로쇠 물이 좋다

강하늘 승인 2021.02.21 18:26 | 최종 수정 2022.03.13 23:22 의견 0

남부 지방엔 고로쇠 물 채취가 한창이다. 고로쇠 물은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다.

한동안 우수와 경칩이 되면 채취했었는데 요즘엔 기후 변화로 빨라졌다. 여기에 고로쇠 물이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상술로 채취 시기가 빨라졌다. 빠른 곳은 1월 중순에 채취한다. 늦어도 3월 말까지 채취한다.

두 나무에 꽂은 Y자형 연결구 모습. 연결구는 1~3개짜리가 있다. 독자 제공

▶ 채취 방법 및 시기

고로쇠 물은 추울 때 나무의 세포가 수축하고 이때 뿌리에서 물을 빨아올린다. 이어 따뜻해지면 팽창하고 이때 채취 구멍을 통해 물이 나온다. 수축 팽창의 압력차를 이용해 채취한다. 옛 사람들은 "얼었다 녹을 때 나무가 정신을 놔버려서 물을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

나무에 채취용 드릴로 1~3cm 구멍을 뚫고 관을 박아 통에 채취한다. 나무의 성년 가슴 높이(1m)를 기준으로 10~19cm는 구멍 1개, 20~29cm는 2개, 30cm 이상은 3개까지 낸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휴식년(최대 3년)을 두어 채취를 제한한다.

한해에 한 철에만 채취할 수 있다. 보통 양력 1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채취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나오지 않는다. 경칩 전후인 2월말~3월 초순에 채취한 상품을 최고로 친다. 너무 빨리 받으면 나무에 좋지 않다.

물도 경칩을 절정으로 이후 20일 정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경칩 물이라고도 한다. 밤에는 영하 3~5도 낮에는 영상 5~10도 정도 기온이 뚜렷한 날만 나온다. 밤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많이 나오지 않고, 5~10도 정도의 날씨가 이어지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요즘은 기온이 변해 경칩 후 며칠 지나면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채취 규정은 까다로운 편이다. 관할 지자체에서 수액 채취 허가 받은 후 채취 기술과 사후관리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건강에 좋다며 수요가 많아지자 일부 지역에서는 산속 깊숙히까지 호스를 연결시켜 커다란 물탱크에 받는 데도 있다고 한다. 작은 물통에 받는 것보다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

▶ 물맛

바로 채취한 고로쇠 물은 외관으로나 맛으로나 일반 물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일주일 정도 묵혀두면 뿌옇게 변하며 단맛이 난다. 당을 첨가하는 요리에 넣어도 된다. 다만 컵라면을 끓이면 단맛이 강해져 못 먹게 될 수도 있다.

▶ 좋은 곳

일반적으로 고로쇠의 옛 이름인 골리수(骨利樹)에서도 알 수 있듯 뼈에 좋고, 위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에 한잔씩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뼈에 좋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칼슘은 일반 생수의 40배나 들어있다. 마그네슘은 30배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갱년기 여성들이 겪는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골격을 형성하는 어린 애에게도 좋다. 당연히 뼈가 약해지는 노년기에 섭취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치아건강이 좋지 않은 노년들이 마셔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슷하게 관절염 같은 염증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고로쇠 물에 염증을 완화하는 불소, 철, 망간, 미네랄 등이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칼슘 등 이들 무기질은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을 몸밖으로 배출하는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상용하면 혈압을 낮춰준다.

필수영양소인 미네랄도 많다. 미네랄은 체내에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면역세포 성장을 두배 이상 높이고 면역 조절 물질 분비를 5배까지 촉진시킨다.

또 포도당, 과당, 자당 등 몸에 필요한 당분이 다량 들어 있다. 당분은 피로의 원인인 젓산을 파괴해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 하루하루가 피곤한 직장인이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고로쇠 물을 풍당(風糖)이라고 해서 약제로 사용한다. 특히 위장병(숙취 포함), 폐병, 신경통과 관절염, 골절 환자에게 약수(藥水)로 마시게 해서 치료 또는 증세 완화에 쓴다. 1회에 100~200ml씩 4~5회를 마시게 한다.

몸속 노폐물 배출을 촉진해 몸이 붓는 부종도 완화시켜준다. 또 해독작용과 함께 피로회복과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고로쇠 물은 장 운동도 촉진시키고 변비와 숙변을 없애는 등 배변 활동도 도운다.

우스개 같지만 오래 묵은 체증을 뚫는데도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보리밥을 먹을 때 고로쇠 수액과 먹으면 체하지 않는다고 한다. 뱃사람들이 자주먹는 생선 체증도 수액 1~2잔으로 씻어내린다고 한다.

이뇨작용도 강하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마시면 해소된다.

고로쇠 물의 효과는 옛 조상들의 체험 결과가 지금의 과학적인 연구 자료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많이 마셔도 탈은 없지만 이뇨작용이 강해 너무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 하지만 맛이 달고 순해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고로쇠 기간에 산장 등에서 고로쇠 물을 구한 후 오징어, 고추장을 바른 북어를 안주 삼아 고로쇠 물 한 항아리를 둘러앉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속이 니글거릴 때 한 잔 마시면 속이 풀린다. 다만 입에 맞지 않으면 거슬리는 맛이 난다.

잎은 지혈제로, 뿌리와 뿌리껍질은 관절통과 골절 치료에 쓴다.

캐나다에서는 메이플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졸여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먹는다.

▶ 보관 기간

보관 기간이 채취 후 30일 정도로 짧다. 이 기간에 먹는 것이 가장 효능이 좋다. 다만 오래 먹으려면 냉동보관하거나 냉장 보관해두고 먹으면 된다. 냉동 물을 먼저 먹고 언 냉장 물은 순차적으로 나중에 먹는다.

1주일 이상 보관하면 뿌옇게 침전되거나 부유물이 생길 수 있는데 물이 상한 것이 아니라 물이 지니고 있는 섬유질이 천연 자당과 엉켜 생겨나는 현상이다.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보통 1주일 이내에 다 먹는 것이 좋다.

상해서 못 먹을 정도가 되면 고로쇠 물에 대한 상식이 없어도 냄새가 심하거나(초 냄새), 부유물들이 누렇게 변해 용기의 벽에 붙는다. 이 정도가 되려면 한 달 정도 뒀을 때다.

▶ 주요 생산지

고로쇠 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한다.

그 중 지리산 피아골·뱀사골, 광양 백운산, 하동 화개지역의 수액이 유명하다. 경남 산청군은 3월초쯤, 경기 양평군은 3월 초~중순 고로쇠축제를 연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는 취소됐다.

▶ 주의할 점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할 때는 채취 농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짜 고로쇠 물인 경우도 있고 진짜라 해도 원산지 속여 팔거나 지난해 채취 물을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적당량 오래 마셔도 되지만 많이 먹으면 좋지 않고, 칼륨 함량이 높아 신장이 좋지 않으면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 이름 유래

고로쇠 이름은 고로실나무, 오각풍, 수색수, 색목이라고도 부른다. 거리수 나무로 부르는 등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유사종으로는 잎이 깊게 갈라지고 잎자루가 매우 긴 긴고로쇠나무, 열매가 좁은 각으로 벌어지는 집게고로쇠나무, 잎자루가 붉은 붉은고로쇠나무가 있다.

이외에 고로쇠 물뿐 아니라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른 곡우 때 자작나무 또는 거자수, 박달나무 등에서 나오는 물도 마신다. 이때 거자수의 수액은 남자물이라 해 여자들에게 애용되고, 경칩 때 주로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은 여자물이라 해 남자들에게 더 애용되고 있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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