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LG가"…'독립' 구본준, 16년전 GS처럼 전통 따랐다

정기홍 승인 2020.11.27 18:51 | 최종 수정 2022.01.05 18:16 의견 0

LG그룹과 구본준(69) LG 고문 간의 계열 분리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구본준 LG 고문

LG그룹의 지주사 ㈜LG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출자한 13개 자회사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회사를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사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은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분할된 4개 회사의 투자 부문은 LG신설지주로 병합하고 사업 부문은 LG신설지주의 자회사가 된다. 신설 지주사의 대표는 구 고문과 LG상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송치호 고문이 맡는다.

당초 독립경영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구 고문이 지분교환(스왑)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구 고문이 자신의 ㈜LG 지분(7.7%·약 1조원어치)을 매각하고 ㈜LG로부터 LG상사·LG하우시스 등의 지분(약 4000억원어치)을 취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구 고문은 스왑 대신 지주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LG그룹과 조카 구광모 ㈜LG 대표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 고문이 선택한 계열분리 방식은 지난 2004년 구씨 일가와 사돈관계인 허창수 GS 명예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허씨 일가가 LG에서 독립해 GS를 세웠을 때와 같다.

당시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 대주주들은 서로 합의해 회사 분할비율을 정했고 허씨 일가는 지주사 ㈜GS홀딩스를 세운 다음 LG칼텍스·LG홈쇼핑·LG건설 등 13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LG와 GS는 각각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모범적 지주사 형태로 평가받는다.

㈜LG와 LG신설지주의 분할 비율은 0.912 대 0.088로 정해졌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계열 분리안이 승인되면 ㈜LG 주주는 분할비율대로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 주식을 갖게 된다. 16년 전과 마찬가지로 구씨 일가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 정한 비율이다.

주총에 이어 내년 5월 1일 분할 절차가 끝나면 기존 ㈜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 분할 후 ㈜LG 91주를 받게 되고, 신설 지주사는 재상장 주식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를 1000원으로 정해 44주를 교부받는다. 분할 전후 존속 및 신설사의 주주 구성은 동일하다.

이에 따라 분할 후 존속사 ㈜LG는 발행주식 1억 6032만 2613주, 자산 9조 7798억원, 자본 9조 3889억원, 부채 3909억원, 부채비율 4.2%가 되며, 신설 지주사는 발행주식 7774만 5975주, 자산 9133억원, 자본 9108억원, 부채 25억원, 부채비율 0.3%로 재무구조는 건전하다.

이같은 숙부와 조카의 계열 분리는 16년 전 구씨와 허씨 일가처럼 서로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는 LG CNS 지분(약 35%), 서브원 지분 등을 매각한 대금(약 1조 9300억원)을 손실 없이 그대로 신사업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숙부인 구 고문이 보유한 주식 1조원어치(7.72%)를 자사주로 매입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LG는 이로써 핵심사업인 전자·화학·통신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구 고문 측이 LG상사 자회사인 판토스(물류업체)를 경영하면 LG전자·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구 고문이 ㈜LG 지분을 팔지 않아 구 대표의 우호지분 역할도 가능하다.

구 고문은 LG상사·LG하우시스뿐 아니라 전문인 부품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LG필립스(LG디스플레이의 전신) 때부터 디스플레이 분야에 참여하는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또 1997년 LG반도체 대표를 맡고 있을 때 정부의 빅딜로 D램 위주의 현대전자에 회사를 넘겨줘야만 했던 아픔도 갖고 있다.

TV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설계하는 실리콘웍스는 그런 역할을 할 계열사다. 실리콘웍스를 통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사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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