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골목길 로고젝터 설치 불 붙었다

정기홍 승인 2020.10.17 18:54 | 최종 수정 2021.12.18 19:05 의견 0

지방자치단체 등 전국의 관공서에서 ‘로고젝터’ 설치 붐이 일고 있다.

로고젝터(Logojector)란 로고(Logo)와 프로젝터(Projector)의 합성어로, 전봇대나 가로등에 설치돼 바닥이나 벽면에 특정 로고나 문구, 그림을 LED 조명으로 투사하는 장치다. 경관조명 일종이며 친환경 바닥광고 기법이다. 야간에 식별이 쉬워 의사 전달에 효과가 크고 문구나 이미지 변경도 간단하다.

로고젝터는 처음엔 유흥업소와 음식점 등의 길바닥 광고로 거리에 보이기 시작됐다. 이후 경찰서가 아이템을 원용해 방범용 위주로 활용, 수년간 설치 붐이 일다가 요즘엔 지자체에서 독자 설치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 및 계도용으로 활용도를 넓히더니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요즘엔 주민을 위로하는 로고젝터까지 등장했다.

▲ 강서구 마곡 첨단지구 인근 발산역 먹자골목 로고젝터 광고.

먼저 설치한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나오자 너도나도 정책 수단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로고젝터는 ▲ 경찰서, 소방서의 방범용이나 계도용 ▲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 넛지효과 ▲ 안심귀갓길 알림 ▲ 복지 사각지대 찾기 ▲ 코로나 시대 위로하기 ▲ 광고용 등으로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초기와 달리 감성적인 문구를 많이 넣어 부드러워지고, 색상도 다양해지면서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아주 긍정적이다.

로고젝터의 글자체와 색상이 어두운 밤길을 걷는 보행자에게 조력자가 있다는 느낌을 줘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하고, 잠재적 범죄자에게는 심적 경각심을 주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준다.

사용 문구는 '혼자가 아닙니다. 안심하고 귀가하세요' 등 감성을 자극하는 부드러운 문구에서부터 '#안심 귀가 #오늘도 #Street' 등 계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많다.

최근 며칠간 밤 기온이 쑥 내려가 밤 골목길엔 인적이 줄면서 로고젝터의 필요성과 효용성이 더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주민은 “누가 뒤를 따라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여름보다 훨씬 더해졌다고 말했다.

■ 첫 등장은?

로고젝터가 처음 설치되고 일반에 알려진 것은 언제 였을까. 언론에 나온 건 아시아뉴스통신이란 매체에서 쓴 16년 5월19일 11시12분 기사가 처음이었다(네이버 검색).

논산경찰서(서장 박세석)가 최근 지역치안협의회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로고젝터를 이용한 바닥홍보가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논산경찰서와 지역치안협의회SMS LED 불빛을 이용해 거리에 글씨를 현출하는 로고젝터 장치를 논산시와 계룡시 8곳에 설치해 4대악 근절홍보를 하고 있다.

논산경찰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가정폭력 NO 아이가 배우고 있어요'라는 감성적인 홍보문구를 논산 오거리, 계룡시 엄사사거리 횡단보도 앞 바닥 등에 현출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바닥홍보를 접한 시민들은 "지역에서 근래 보지 못한 홍보로 이쁜 글씨체로 감성적인 문구가 현출돼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며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찰서 발로 언론에 지속 소개되다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설치 홍보를 한 곳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였다. 다음의 매체가 처음 기사화를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경찰서와 함께 설치한 것으로 여겨진다.

진해구, 로고젝터 8곳 설치범죄예방 기대. 신아일보 2016.11.14 15:50

경남 창원시 진해구는 1111일 범죄 취약장소 및 주택 밀집지역 등 8개소에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로고 젝터설치. 조명을 투사해 벽면이나 바닥 등 다양한 장소에 경각심 유발 문구, 이미지 경고문 표현 장치, 야간시간대 범죄꾼들의 범죄 심리를 사전 차단해 학생과 여성 등 지역주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

진해 안전에 불빛을 켜다우리 동네 안심길’‘진해에 안심 더하기등 문구가 표출돼 눈길 잡아. 늦은 밤 길거리에서 로고젝터에서 표출된 홍보 이미지(문구)를 보고 있던 한 여성은이색적인 홍보 방법에 눈길이 간다”“어두운 거리에 밝은 LED 불빛이 안전한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구 관계자는 로고 젝터는 이미지 글래스 교체가 용이해 향후 창원시 승격 홍보, 각종 시책 홍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지난 2016년 12월 26일 관악구와 관악경찰서가 가장 먼저 설치했다. 15개 동 30곳에 여성 안심귀갓길 범죄예방 로고젝터를 만들었다. 문구 내용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당신 곁에 있습니다!” 등이다.

서울대가 근처에 있는 관악구 대학동(신림동)에는 수험생 응원 글귀를, 다수의 중국인이 사는 신사동에는 한자를 병기한 디자인을 사용하는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구를 적용했다. 운영 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다.

■ 활용 기관과 문구 더 다양화

서울 강서구는 강서경찰서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여성들의 안심 귀가를 돕기 위한 로고젝터를 16곳에 설치했다. 방범시설의 유무와 112 신고 건수을 고려해 선정된 귀갓길 취약지들이다. ‘혼자가 아닙니다. 안심하고 귀가 하세요’, ‘안심 강서_레벨이 다른 안심 강서’, ‘#안심 귀가 #오늘도 #Street’, ‘여성 안심 귀갓길’ 등 다양한 문구를 활용했다.

공항동 인근 주민들은 “조명 효과가 뛰어나 가로등 역할을 겸해주고 있다”며 아주 반겼다. 최복희(57)씨는 “길바닥도 이렇게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도에 가스관 공사 표시로 진한 핏색이나 푸른색으로 도드라지게 써놓은 표시를 보면 애써 고개를 돌렸는데 너무 비교가 된다”고 지적했다.

강서구는 또 올해 마곡첨단지구 근처에서 한강 보행나들목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길에 자전거 운행 안전 문구와 함께 한강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로고젝트를 설치했다.

충남도는 충남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자살이 빈번한 천안의 5곳에 자살예방 로고젝터를 설치했다. 전달 문구는 ▲ 자살예방 상담전화(1339) ▲ 천안시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경찰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안내 ▲ 지친 삶에 힘을 주는 메시지 등이다. 주민들에겐 ‘어쩌다 마주친 위로 한마디’ 역할을 충실히 하는 셈이다.

경북 청송군 보건의료원은 지난 달 말 청송읍 두곳에 자살 예방용 ‘마음의 가로등’을 설치했다. 청송군은 이달에 8개 읍면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치매 예방 그림자 조명을 가동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보건소도 치매 조기 검진의 필요성과 3.3.3 치매 예방수칙, 치매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 등을 담은 20개 문구를 지난 달부터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엔 위로하는 문구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7월 주민을 위로하는 감성문구 로고라이트(로고젝터)를 산책길에 설치했다. 압구정동 강변오솔길, 개포동 청룡공원, 자곡동 못골아래공원 3곳에 5대씩 15대를 설치했다. 어두운 밤에 잘 보여 야간산책 시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반응이다.

이들 지역의 빛글씨에는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주민들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쓰담쓰담,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토닥토닥’, ‘거기 반짝이는 당신, 꿈을 향해 오늘부터 1일’ 등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상습 쓰레기 투기지역에도 로고젝터가 등장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8월부터 빅데이터 분석 후 쓰레기 무단투기 ‘다발지역’과 한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습지역’을 구분해 관리지역 138곳을 지정했다.

성동구의 로고젝터가 특이한 것은 무단배출 쓰레기의 성격과 주민 성향에 따라 문구를 달리한 것이다.

성수동와 행당동 주택가에서는 ‘당신의 양심을 비추고 있습니다’, ‘당신 덕분에 골목이 깨끗해집니다’ 등 주민이 공동책임의 주체임을 강조한 감성 글을 넣었다. 공동주택이 많은 왕십리로에서는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보지 않아도 지켜주세요’, ‘깨끗한 우리 동네 우리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등 양심과 도의적 책임에 호소하고 있다.

사근동 주택가 글은 좀더 강하다. ‘이 빛은 당신의 마음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래도 버리시겠습니까?’ 등의 문구를 넣었다. 금호·삼성래미안 아파트 입구엔 ‘함께 만들어 가요. 깨끗한 우리마을’ 등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문구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우시장 등 지역 특성상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는 마장동의 경우 직설적인 경고성 문구가 삽입됐다. ‘잠깐!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시 계도없이 과태료 부과됩니다’ 등이다.

‘너도나도 방문하는 성수동 활짝 웃을 수 있는 골목길 만들어요’와 같은 재미있는 문구도 눈에 띈다.

성동구의 로고젝터 실험이 곳곳에 설치된 무단투기 예방 CCTV를 대체할지 주목된다.

충남 태안군도 지난 달 태안읍 2곳에 로고젝터를 시범 설치해 복지사각지대 제로화에 나섰다. '소중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힘겨울 땐 129' 문구를 통해 보건복지콜센터 전화번호인 129번을 알리고 있다. 또 '행복나눔의 시작, 어려운 이웃을 알려주세요'는 어려운 이웃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문구다.

태안군은 시범설치 효과를 분석해 반응이 좋으면 내년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 로고젝터의 장점

로고젝터는 문구나 그림이 그려진 유리렌즈에 빛을 투사해 바닥이나 벽면에 이미지를 비추는 장치여서, 탈착식 이미지 글래스만 교체하면 문구는 언제든지 쉽고 싸게 바꿀 수 있다.

각 관공서의 로고젝터는 해가 지면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점등되고 해가 뜨면 자동적으로 꺼지도록 설계됐다. 조명시간도 계절에 따라 변동된다. 하절기에는 저녁 7시 30분~다음 날 아침 5시, 동절기에는 저녁 5시 30분~다음 날 아침 7시에 소등되는 식이다.

로고젝터 장비업체 관계자는 “요즘엔 사람들이 바닥을 보고 걷는 경우가 많아 길바닥에 LED 로고젝터를 이용해 광고를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밤이 아니라도 실내 밝은 환경에서도 방향 안내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스티커, 시트지 등의 방향 안내는 쉽게 훼손되고 유지 보수가 필요하지만 LED 로고젝터 광고는 유지 보수가 필요하지 않아 오랫동안 시안성을 극대화 한 광고를 할 수 있다.

LED 로고젝터 렌즈작업은 2컬러나 3컬러가 무난하며 색상을 몇개로 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조금씩 추가된다고 한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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