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고덕 대단지는 지금 '택배 난리' 중…해결책이 없다

강하늘 승인 2021.04.04 19:18 | 최종 수정 2022.09.09 03:14 의견 0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대란'이 벌어졌다. 아파트 단지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자 택배 물품들을 동 입구까지만 배달해 놓아 입주민들이 자신의 배달 물품을 찾고 운반하느라 생고생을 하고 있다.

5000세대에 가까운 이 아파트 단지는 이달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단지 후문 주변에는 며칠 간 배달된 택배상자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주민들이 사방에 쌓인 박스 사이에서 자기 택배를 찾기 위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

단지의 '택배 대란'은 이 아파트 단지에서 안전 사고와 도보 훼손을 우려해 지난 1일부터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못하게 하면서 빚어졌다.

이 단지는 택배 차량이 다니기 어려든 '공원형 아파트'다. 다만 차량이 지하로 출입해야 하는데 지하 출입구 높이가 2.3m 정도로 2.5m 안팎인 택배 차량은 아예 들어가지 못한다. 이달 전에는 택배 차량이 단지의 보도 위로 들어와 물건을 내린 뒤 손수레로 동 사이로 운반했다.

단지 관리사무실은 입주민들에게 "기사님들께 집 앞으로 배달해 달라고 말하라"고 안내방송을 하지만 기사마다 배달하는 방식이 다르다.

택배기사들도 불만이다. 택배기사는 택배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닌 일종의 자영업자 신분이어서 지하 입구 높이보다 낮춘 차량으로 바꾸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강동지역 담당 택배 기사는 “차량을 안 바꾸고 탑(화물칸)을 자르는 비용만 150만원 이상이 들고, 탑을 자르면 한번 배달 물량이 3분의 1정도 줄어든다"고 고충을 말했다.

아파트 단지의 비슷한 택배 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8년 경기 남양주시의 다산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교통 사고가 우려된다며 택배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자 기사들이 배송을 거부해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인천 송도신도시에서도 발생했다.

이들 단지 주민들은 택배 회사에서 속히 2.3m 높이의 지하 출입구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 차량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동구의 해당 아파트 단지 입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19년 9월 입주 때부터 택배 회사들에 점차 택배 차량 진입을 금지할 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내 대비할 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했다.

양측의 고충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 택배 차량을 위한 별도의 동선을 만들든가, 지정 택배 장소를 정한 뒤 각 세대로 재배송하는 '실버 택배'를 도입하는 것 외엔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한편 정부는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 이후, 2019년 1월부터 짓는 지상 공원형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를 2.7m로 상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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