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눈) 레터] 인생이란 여행

정기홍 승인 2021.07.30 20:10 | 최종 수정 2021.12.10 03:05 의견 0

※ 플랫폼뉴스는 SNS(사회적관계망)에서 관심있게 회자되는 글을 실시간으로 전합니다. '레거시(legacy·유산)적인 기존 매체'에서는 시도하기를 머뭇하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와 일반 글의 영역도 점점 허물어지는 경향입니다. 이 또한 정보로 여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NS를 좌판에서 한글 모드로 치면 '눈'입니다. 엄선해 싣겠습니다.

<인생이라는 여행>

열살 때는 어디 간다면 무조건 좋아라 따라 나섰던 나이, 인생은 신기했습니다.

스무살 때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그냥 좋았던 나이, 인생은 무지개였습니다.

서른살 때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행선지를 묻지 않았던 나이, 인생은 데이트였습니다.

세상을 알만한 중년이 됐습니다.

마흔살 때는 어디 한 번 갈려면 애들 챙겨야 하고, 이것 저것 준비로 걸리적거리는 게 많지만 꼭 한 번 가보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나이, 인생은 해외여행을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쉰살 때는 종착역이 얼마나 남았나, 기차표 챙기고 놓고 내리는 물건은 없나 이것 저것 살피는 나이, 인생은 기차여행 같았습니다.

예순살 때는 어딜 가도 유서 깊은 역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이, 인생은 고적답사여행 같습니다.

일흔살 때는 나이, 학벌, 재력, 외모 등 아무 것도 상관없이 어릴 때의 동무를 만나면 무조건 반가운 나이, 인생은 수학여행입니다.

여든살 때는 누굴 찾아 나서기 보다는 언제쯤 누가 찾아올까 하고 기다려지는 나이, 인생은 추억여행입니다.

아흔살 때는 지금 누굴 기다리십니까? 아니면 어딜 가시려 합니까? 아무도 오지 않고 갈 데도 없는 나이, 인생은 시간여행입니다.

인생이란?

왕복이 없는 승차권 한 장만 손에 쥐고 떠나는 단 한 번뿐인 여행과 같습니다.

인생은 되돌아 오는 길이 없습니다. 날씨는 무덥지만 오늘도 아름다운 추억 남기는 하루되세요.

※ 이 글을 읽고 먼저 떠오른 것은 추억거리였습니다.

열살 무렵 엄마를 따라 읍내의 5일장 한번 구경하려고 칭얼대던 때입니다. 거의 허락을 해주시질 않았지요. 어린 나로선 구경거리이지만 엄마는 가족의 먹고 입을 거리를 팔고 사는 바쁜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보시고선 곧바로 논밭으로 가서 일을 해야 했지요.

이십대 초입 때의 기억은 한겨울 지리산 등반입니다. 동네 친구가 제안했지요. 30여년 전이니 변변한 장비가 있었겠습니까? 대충 챙겨 나섰는데 경남 산청 입구에선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입산불가라고 하더만요. 한참을 기다렸다가 천왕봉까지 올랐습니다. 등산길 바로 옆은 허리에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쌓였더군요. 장터목산장에서 끓여먹던 라면과 밥 맛이 기억의 언저리에 또렷히 남아 있습니다. 윗글처럼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냥 좋았던 때이지요.

독자 여러분들도 저 위의 '인생 여행길' 글처럼 추억담을 다시 담아보십시오. 아마도 이 시간만은 작지만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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