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소녀와 소방관의 '12년 내막' 이야기

강동훈 승인 2020.11.05 20:37 의견 0

“사람을 살려내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입니다.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 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50대 중반의 중견 소방공무원이 어린 소녀와 한 약속을 12년간을 지켜 와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하남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양승춘(소방경·56) 구조대장. 그가 한부모가정의 일곱살 어린 소녀를 대학입학 전까지 후원해 온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옆에서는 쉽게 보여도 실천하기란 무척 어려운 게 사람 돕는 일 아닌가. 

 

▲ 경기도 하남소방서 양승춘 구조대장.


양 대장은 그의 나이가 말해 주듯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현장, 2011년 일본 대지진 현장 등 국내외의 굵직한 대형 재난현장을 지켰다.

 

많은 사고 현장에서 목숨이 꺼져가는 생명은 물론 살려달라는 사람을 껴안고 나와야 하는 등 생사의 현장을 천직으로 삼아 살아와서 였을까. 


지난 2008년 TV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린 소녀의 딱한 사연이 눈에 밟혔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산다는 일곱살 인천 강화도 아이였다. 당시 그의 둘째 딸도 초등학교 1학년, 딸보다 한 살 어렸다.

 

양 대장은 바로 방송국에 전화했다. 소녀 어머니의 계좌번호를 받았고, 소녀와의 인연을 이렇게 맺었다.

 
그는 이후 매월 급여의 일부를 떼 소녀에게 전달하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성과금을 탈 때면 돈을 더 얹어 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소녀의 엄마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의 후원으로도 과분하고 충분하다며 더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이 안정적인 공무원이고, 아이가 대학을 갈 때까지 후원할 수 있으니 부담을 갖지 마라며 도움을 이어왔다.

 

양 대장의 후원 덕분인지 소녀는 올해 초 어엿한 대학 신입생이 됐다. 그는 입학 축하금 송금을 끝으로 마침내 12년 전 자신과 소녀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소녀와 그의 엄마는 양 대장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면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양 대장의 또다른 선행이 밝혀졌다. 이 소녀 말고도 먼저 세상을 떠난 직원의 어린 자녀 2명에게 3년간 몰래 매달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양 대장은 요즘 새로운 후원 수혜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퇴직까지는 아직 4년여가 남아 있어 '또다른 나눔'을 해야 한단다. 그는 진작에 장기기증 서약도 마쳤다.

 
“그 아이는 제겐 막내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룬 아이가 더 대견하지 않습니까"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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