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설아 기자의 인사이트]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이병덕 회장 “일자리안정자금은 소상공인에 재갈 물리는 꼴”

류설아 승인 2018.02.02 12:36 | 최종 수정 2022.02.18 11:35 의견 0

소상공인의 한숨이 깊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인상을 결정하고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을 덜고자 약 3조 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운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그 한숨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고 거칠다.

이를 두고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현합회장은 “바닥을 친 불경기,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건국 이후 소상공인 700만, 가족 포함 2천만명에게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최악의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지원 자금을 마련했음에도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속내를 이 회장에게서 들어봤다.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현합회장

“이번 최저임금과 소상공인 지원책만 봐도 정부와 해당 부처가 정확한 데이터 분석도 없이 현실을 너무 모른 채 밀어붙이는 것을 증명한다. 현장실사도 없이 비현실적으로 세운 지원책은 소상공인에게 지원했다고 생색내며 아무 말도 못하게 ‘재갈’을 물리는 꼴이다.”

이 회장이 거친 단어를 내뱉는 이유는 소상공인이 직면한 현실에 있다.

정부는 올해에 한해 월 보수 190만 원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에 월 13만 원까지 임금을 지원한다. 일명 ‘일자리안정자금’이다. 일부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뺀 월 보수가 190만 원 미만이면 신청할 수 있다. 이 때 근로자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현실과 괴리된 지원책이라 입을 모은다.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포함한 ‘월 보수 190만 원 미만’이라는 신청 기준부터 맞지 않고 1년 지원 후 향후 지원 계획이 없다는 데서 파생되는 불안감을 해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최저임금이 6,470원일 때에도 200만 원을 훌쩍 넘겨받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이 허다했는데 지원금 받자고 190만 원에 일할 사람이 있을 것 같으냐”면서 “1년 대주고 그 이후 소상공인이 모두 내야 하는 보험료도 엄청난 부담으로 이번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어도 정책을 세우기 전에 소상공인의 창업률과 폐업률 등의 분명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역별로 분석해 지역 맞춤형 지원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지역에 따른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분에 한두 명 손님이 오는 업소와 분ㆍ초 단위로 손님이 몰리는 업소는 직원의 근무량과 소상공인의 수익 차가 큰 만큼 최저임금과 지원금액 기준이 각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7년 5월 기준 경기도 내 소상공인의 3년 미만 폐업률(37.6%)은 전국 평균(33.9%)보다 4.7%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고양·용인·수원·성남 등 경기도 내 100만 명 수준의 4개 대도시에서 소상공인의 3년 미만 폐업률 평균치(39.6%)는 전국 평균보다 5.7%p를 웃도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건국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소상공인 회원을 향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 소상공인은 변화한 손님의 욕구를 섬세하게 분석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비스는 손님이 먼저 물과 반찬을 더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갖다 주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소상공인이 많다. 우리부터 개혁해야 한다. 손님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현 상황에 소상공인의 책임도 있다.”

회장직을 수행하는 대표이기 이전에 아픔을 겪은 한 소상공인으로서 진심을 담은 말이다. 그는 실제로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상공인의 각성을 간절히 주문했다. 지난 2009년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던 당시 정부에서 지원받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소상공인으로서 ‘먼지보다 못한 존재’로 느꼈다는 이 회장은 재기에 성공하면서 소상공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서 협회장으로 수년 동안 활약하고 있다.

올해에는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으로서 고군분투한 열정을 조금이나마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최초로 지방중소벤처기업청사의 입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도내 31개 시군 회원에게 각종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거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도연합회는 소상공인을 서로 엮어주는 상생네트워크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와 현실적인 지원책을 도출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동안 소상공인연합회는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단체인데도 인정받지 못하다가 17개 시도에서 처음으로 정부산하기관에 둥지를 트게 됐다”면서 “물론 경기도 15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인데도 관리비 포함 연 800만 원이나 부담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지역의 소상공인 상생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원 스스로 각성하고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며 계류 중인 소상공인지원법의 국회처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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