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 통증이 느껴지면, 무혈성괴사 의심해야
무혈성괴사 5년만에 24.7% 증가
30~50대 남성이 많이 앓아
강동훈
승인
2021.04.01 23:15
의견
0
40대 남성 K씨는 술과 담배를 즐긴다. 어느 날부터 양반다리 자세가 잘 되지 않았다. 바닥에 앉기 힘들고 골반과 사타구니 쪽에서 통증이 나타났다. 곧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면 지냈지만 갑자기 발을 디딜 때마다 골반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쩔뚝거리며 걷게 됐다.
K씨의 증세는 혈액 순환 장애로 뼈가 썩는 고관절 무혈성괴사의 증상이다.
무혈성괴사의 원인은 지나친 음주와 흡연, 스테로이드제의 과도한 사용, 대퇴골 경부 골절, 탈구, 통풍 등 다양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괴사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골괴사(무혈성괴사) 환자는 2019년 3만 4745명으로 2015년(2만 7861명)에 비해 24.7% 증가했다. 남성이 2만 1201명으로 여성(1만 3544명)에 비해 22% 많았다.
연세스타병원 허동범 병원장은 "고관절 무혈성괴사는 비교적 젊은 층인 30~50대에 주로 발생하며,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라면서 "골반의 통증 뿐 아니라 괴사 부의의 함몰로 다리 길이가 짧아지고, 관절의 파괴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진단했다. 골반에 통증이 있을 때는 이미 괴사가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괴사가 있더라도 범위가 적은 초기에는 비수술치료가 가능하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활동을 줄이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세포의 재활성화와 신속한 조직 재생을 돕는 프롤로 주사치료를 한다. 고관절의 균형을 잡기 위한 도수치료, 통증 감소를 위한 체외충격파를 병행하면 더 좋다.
무혈성괴사는 보행 시 고관절이 압박되어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고관절 대퇴골두 주변의 연부조직을 강화하는 운동을 추천한다. 대퇴골두는 허벅뼈 위쪽 끝에 있고 골반과 맞닿는 공처럼 둥근 부분이다. 대퇴골두 주변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고관절 강화를 통해 보행 시 압박을 줄이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운동 시 심한 통증과 불편함이 있다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비수술치료로 호전이 없으면 수술치료를 해야 한다. 초기의 무혈성괴사는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내압을 낮추는 다발성 천공술을 한다. 대퇴골두가 무너지기 전이라면 본인의 관절을 그대로 보전할 수 있는 중심 감압술로 치료를 할 수 있다. 심한 통증과 관절 운동 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허 병원장은 “무혈성괴사를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둘 경우 증상발현자의 75%가 3년 이내에 대퇴골두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20%는 1년 이내에 붕괴가 된다"면서 "뼈의 썩음으로 초래되는 뼈의 파괴로 인해 늦으면 수술 밖에 방법이 없다. 가급적 수술을 피하고 싶으면 골반에 통증이 아니더라도 이상이 느껴질 때에는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잦은 음주, 흡연, 스테로이드제 복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