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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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11:58 | 최종 수정 2021.12.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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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는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다.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고 음력 7월 15일 무렵, 양력으론 8월 23일 무렵에 든다.
여름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예부터 처서를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선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절기로 말해왔다.
고려사(高麗史)에서는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삼분하는데 첫 5일 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적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논두렁의 풀을 베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처서 일주일 정도 이후 주말 등에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하는 요즘 풍습도 이 때문이다.
예전의 부인과 선비들은 여름 장마에 젖은 옷과 책을 음지에 말리는 '음건(陰乾·그늘 말림)'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했다.
날씨로 보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 모기는 물론 파리도 사라져가고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이런 뜻이다.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의 호미씻이(洗鋤宴·세서연)도 끝나는 시기여서 비교적 한가한 때이다.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재미있는 말도 있다.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뜻이다.
처서는 농산물 소출과 연관된 속담과 이야깃거리가 많다. 이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처서 날씨에 대한 관심도 컸고 이에 따른 농점(農占)도 다양했다. 햇살은 좋아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벼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란 속담은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쓴다. 처서 무렵의 벼가 엄청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다. 맑은 바람과 쨍쨍한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리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최근 늦은 여름장마로 비가 잦다. 오늘은 12호 태풍 오마이스가 제주도에 상륙, 밤에 남해안 등 전국에 최고 400㎜의 비가 내린다고 한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곡식이 익는데는 좋지 않다.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고 한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고 한다.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익어가는 처서를 전후해 비가 내리면 혼사를 앞둔 자식들의 혼수 장만 걱정이 앞선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처서비는 농사에 유익한 것이 못 된다. 처서비를 꺼리고 이날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도 농사 기법의 현대화로 요즘은 많이 희석된 상황이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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