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설아 기자의 人사이트 / 회계법인 '원' 문길모 대표 : ‘책 읽고, 책 쓰는 회계사’

류설아 승인 2018.02.23 09:10 | 최종 수정 2021.10.13 13:25 의견 0

“기업은 그 자체로 ‘생명체’이고 경영자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다. 그만한 자격과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 경영에 핵심적인 요소를 경험하고 정확히 알아야 하며(자격), 이를 개인이 아니라 직원들과 나아가 정말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마음과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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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 ‘생명’! 회계는 기업의 ‘비즈니스 언어’!”
‘책 읽고, 책 쓰는 회계사’
회계법인 '원' 문길모 대표




"기업인과 청년, 성공하려면 정성과 마음가짐 중요해"

회계법인 '원'의 문길모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업과 최고경영자를 이같이 정의했다. 문 대표는 또 기업의 ‘회계’에 대해 “숫자를 다루는 것이 골치 아프고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경영자는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이자 ‘기업 언어(비즈니스 랭귀지)’”라고 강조했다. 40여 년 동안 기업 현장에서 회계감사, 경영진단, M&A 및 경영컨설팅, 최고경영자 자문 등을 해 온 문 대표답게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정의다.

수많은 기업의 조력자로 활약해 온 그는 1990년대부터 신문과 잡지, 텔레비전 등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회계와 세무 지식 대중화를 견인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벌였다. 대기업과 대학교, 금융권, 대규모 단체 등에서 초청받아 강연했다. 이 밖에도 한국가스공사, 한화그룹, 기업은행 등의 회계ㆍ세무 고문, (사)한국유통학회 감사,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평화방송, 서울농수산식품공사 회계 고문을 맡고 있으며 강남상공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중소기업 옴부즈만 자문위원, 회계법인 원 대표이사, 비앤피컨설팅그룹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천생(天生) 회계사’처럼 살아온 그이지만, 실상 그 시작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심지어 그는 자녀가 직업을 선택할 때 회계사는 지양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 대표는 어떻게 수십 년 동안 공인회계사로서의 한 길을 걷고,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일까?

“회계사를 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집에서 대학에 갈 수 없는 형편이어서 상고에 입학했고 야간대학이라도 다닐 수 있는 직장인 은행에 입행했다. 회계사가 되기까지, 선택할 기회 없이 주어진 길을 자연스럽게 걸어왔다.”



충남 부여 농부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문 대표는 스스로 돈을 벌어 대학에 가고자 대전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은행에 입행한다. 문 대표는 한국은행 지점이 대도시에 위치해 야간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여건을 따진 결과라지만, 일반적으로 상고 졸업 후 최고로 꼽히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후 낮에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고 밤이면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수학했다. 한 문제를 푸는 데에만 두 시간 이상 걸리는 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은행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집으로, 집에서 은행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물론 화장실에서도 점심시간에도 공부했다. 그렇게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누구나 부러워함 직한 결과이지만, 그 녹록치 않은 과정에 가난한 집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문 대표의 대답은 일말의 고민 없이 바로 나왔다.

▲ 문대표의 가장 소중한 가족

▲ 패션을 통한 멋스럽도 표현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고생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단 1%의 원망도 없었다. 오히려 가난한 덕분에 상을 타기도 했다. 중학생 시절 차비라도 아끼려고 왕복 60리를 걸어 다녔는데, 그 긴 통학시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한 권씩 빌린 책을 읽었고 최고다독상을 받았다. 상대방을 이해하면 원망도 없고 불평도 없다. 결과적으로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임을 평생 새겼다. 돌아보니, 기회는 꼭 해야겠다는 절실함에서 생기는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독서와 부지런함은 지금까지 이어져 요즘도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없다. 화장실에서는 영어 유머 책을 읽고 영어 성경책을 5년째 필사하며 언어 공부를 하는 동시에 직접 번역하면서 온전히 바르게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기 드문 근성이다.

하지만, 그 근성이 무너진 적도 있다. 문 대표는 고작 20여 명만 뽑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한국은행을 그만두고 당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회계법인에 입사했다. 문제는 종일 싸워야 하는 숫자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끝내 3년 만에 그만두고 출판 판매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이직을 결정한다. 당연히 주변의 많은 사람이 만류했고, 그 역시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회계사로서 뜻 깊은 일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잘 성장하면 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했고, 기업이 잘 되려면 반드시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나라가 잘되는 밑거름이 되기로 마음먹으니까 숫자가 다시 좋아졌다.”



그렇게 다시 회계사로 돌아온 문 대표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회계사로의 복귀 결정을 내린 날을 ‘회계사 문길모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회계와 세무 관련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 많이 읽고, 책 쓰는 회계사’로도 유명해졌다. 1983년부터 회계 및 세법 관련 저술활동을 벌여 최근 펴낸 <성공 기업인의 길>(북갤러리 刊)까지 개정판을 포함한 40여 권의 저서를 내놨다. 그의 대표적인 저술로는 <법인의 세무회계>, <경리실무>, <기초회계실무>, <양도소득세 실무> 등이 있다.

회계사로서의 명성도 날로 높아졌다. 기업을 소중한 생명체로 정의하는 그는 현재 누구나 알 만한 유명 기업이 시작 단계에서 상장하기까지를 돕는 등 상황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기업과 기업인을 만나 온 문 대표에게 새해 덕담을 청했다.

“인스턴트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경영자나 청년 모두 ‘정성’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시간도 능력도 제한된 상태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지 않은가. 가족부터 모든 파트너에게 정성을 다하면 분명히 시너지가 생기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 대표의 새해 덕담이 오랫동안 스스로 새겨온 것임을 방증하는 직접 쓴 글씨들이 떠오른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말과 행동은 어떠한가 오늘 만나는 사람과 일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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