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증거 인멸…광주 철거업체 선정 비위, 수사 방해 종합판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과 철거업체 유착 주목
문씨 해외 도피, 철거 업체는 압색 전 PC 등 증거인멸

강하늘 승인 2021.06.21 12:14 | 최종 수정 2021.12.16 13:18 의견 0

"철거 판의 복마전"

광주광역시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철거 공사 계약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사 방해' 복병을 만났다.

업체 선정에 관여한 의심을 받는 인물은 해외로 도피해 자취를 감췄고, 계약 관련 비위 행위가 의심된 업체 측은 압수수색 수일 전에 PC 등 증거를 인멸했다.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건물(지상 5층, 지하 1층)이 도로 쪽으로 붕괴,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참사의 직접 원인은 해체(철거)계획서를 어긴 재하도급 업체의 무리한 철거로 추정된다.

특히 철거 업체 선정을 로비하고, 로비 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재하도급이 횡행하는 등 부실 철거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의혹이 집중되는 건 철거업체와 재개발사업 조합 관련자의 유착관계다.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조합장 선출 과정까지 개입하며 공사 업체 선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사고에 관여한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을 사퇴하고 외국으로 도피했다.

문씨는 학동4구역 바로 인접 사업지인 학동 3구역 재개발사업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을 행사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받아 징역 1년의 실형과 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판결문에는 "친분이 있는 철거업체에 선정되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말한 문씨에게 2차례에 나눠 6억 5천만원을 건넨 A 업체가 등장하는데, A 업체는 전국적으로 철거 사업을 장악한 한 회사와 관계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다원이앤씨라는 자회사의 이름으로 이번 붕괴 참사 철거 공사 계약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다원이앤씨는 이번 붕괴사고 철거 공사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다른 회사와 공동 수급 형태로 따낸 후 지역 철거 업체에 재하도급했다. 또 지장물 철거 공동 수급 업체 1곳도 이 회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사고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일반건축물 철거 공사에도 구체적으로 관여한 의혹이 불거져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한발 앞서는 수사 방해 행위로 곳곳에서 암초에 부닥치고 있다.

문씨는 입건·출국금지 조치 전에 미리 미국으로 도피했다. 경찰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입국과 출석 시기를 확언하지 않는 상태로 알려졌다.

다원이앤씨는 압수수색 전에 증거를 감췄다. 지난 18일 경찰이 압수수색 하기 전 닷새 전에 회사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교체했고, 증거인멸 정황이 찍힌 CCTV도 삭제했다. 경찰의 늑장 압수수색이 이런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11명을 입건하고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요 입건자가 도주하고 관련 증거가 사라진 상황이다. [플랫폼뉴스 강하늘 기자]

저작권자 ⓒ 플랫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