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사람처럼 문서 이해하는 AI 기술 개발

한글 행정문서 질의응답(QA), 패러프레이즈 API 공개

정기홍 승인 2021.09.08 21:05 의견 0

국내 연구진이 사람처럼 문서를 이해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오피스 문서로부터 사용자의 질문에 정답을 알려주고 두 문장이 같은 의미인지 이해하는 API(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2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패러프레이즈 인식 API와 오픈소스와의 성능 비교 지표. ETRI 제공

이 기술은 ETRI 공공 인공지능(AI) 오픈 API‧데이터 서비스 포털(https://aiopen.etri.re.kr/)에 공개돼 있다.


조직에서는 업무 정보와 지식들을 전자문서로 만들어 보관한다. 정보는 홈페이지나 그룹웨어에 저장돼 있지만 게시물 제목, 파일 이름에 포함된 단어로 검색하고 일일이 문서를 열어보고 내용을 찾아야 해 검색 효율성이 떨어졌다.


ETRI가 개발한 기술은 인공지능 SW를 이용해 정보를 검색하고 사용자 질문에 정답과 근거까지 확인해준다.  

 

먼저 행정문서 질의응답(QA) API 기술은 딥러닝 언어모델을 이용해 단락과 표를 인식해 정답과 근거 문장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출장 경비가 100만 원 들 때 결재를 어느 선까지 받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100만 원 이하인 경우, 실장 전결’과 같은 사내 규정 정보를 담은 문서와 그 근거 부분까지 찾아 주는 것이다. 

 

이 기술은 공동연구기관인 한글과컴퓨터에서 블라인드 평가로 정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단락을 대상으로 검색해 나온 상위 5개 결과의 정확도는 89.65%, 표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색에서는 81.5%로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또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인식 API는 사람처럼 문서를 보고 다른 형태의 문장이 같은 뜻을 지니는지 파악하는 기술이다. 앞서 나온 행정문서 QA API와 다른 한국어 AI 개발에도 쓰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은 사람과 달리 문장이 조금만 달라져도 의미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견고성(robustness)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빨간 자전거를 샀다’와 ‘그가 산 자전거는 빨간색이다’라는 문장은 사람과 기계가 쉽게 구분하지만 ‘그는 빨간 자전거를 안 샀다’는 문장과는 구분을 잘 하지 못한다.  

 

ETRI는 딥러닝 기술의 견고성 한계를 개선해 다양한 유형의 문장에서 의미 관계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견고성 평가셋 대상 평가 결과, 96.63% 정확도를 보이며 기존 오픈소스 딥러닝 기술보다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개발된 기술은 표준인 XML(다목적 마크업 언어) 기반으로 문서 서식을 처리한다.  

 

지금은 한글 문서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개발 기술 자체는 워드, PDF 등 다른 문서에도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사내 규정, 메뉴얼, 온라인 공고 등 다양한 문서와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오피스 문서 서식이 다양하고 정형화되지 않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견고성이 높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는 알고리즘 성능을 높이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GPT-3에 대응해 언어 이해와 생성을 동시에 학습한 딥러닝 언어 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공개하면서 AI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플랫폼 개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ETRI 언어지능연구실 임준호 박사는 "이 기술로 한국어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외산 인공지능 솔루션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고 국민들이 유용한 지식 정보를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API 총 18건을 공개하고 최근 4년간 기술 이전 65건과 사업화 35건을 달성했다.  

 

ETRI API는 그간 총 4700만 건이 사용됐으며 2020년 이후 일평균 4만 5000 건 이상 사용될 정도로 학계 및 산업계 언어처리 분야 연구자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은행, 보험, 제조, 법률, 공항, 온라인 맞춤형 광고 등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플랫폼뉴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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