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수도권 3기 시흥·광명 신도시 개발과 관련, 경기 시흥시 말고도 인근 광명시에도 투기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참여연대 등에서 제기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발생한 지난 2018~2020년 이전인 2017년부터 광명시 옥길동, 노온사동 소재 임야와 전답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들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던 직원들이다.
이들이 사들인 광명시 소재 땅은 4필지에 총 8990㎡(약 2719평)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2017년 8월에는 논 526㎡, 2018년 1월에는 임야 3174㎡, 2월에는 밭 992㎡, 2019년 12월에는 임야 4298㎡가 LH 직원들의 명의로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지를 취득한 경우 지자체로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한다.
특히 LH 경기지역본부 소속 A씨는 옥길동 소재 526㎡의 부지를 매입한 이후 2018년 4월과 지난해 2월에 시흥 쪽 부지를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농지 취득 목적으로 ‘농업경영’이라고 적었다. 1억 8100만원에 샀다. 주재배 예정 작목에 ‘고구마’라고 기재했지만 대신 버드나무의 일종인 용버들을 빼곡히 심었다. 용버들은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다른 묘목보다 상대적으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이 심을 수 있고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또 다른 LH 직원은 노온사동 농지(992㎡)의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에 농지취득 목적을 ‘주말·체험영농’으로 적었다. 이 토지는 2018년 2월 그의 배우자와 지분 함께 3억 1500만원에 매입했다. 주말·체험영농은 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1000㎡ 미만의 농지에서 주말에 취미 등으로 농작물을 경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체험농장이라고 해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임대나 휴경을 할 수 없으며 농작업 위탁만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토지는 최근까지 임대 경작됐으며 올해는 아직 휴경 상태다.
LH 부장 박모(55)씨 등 직원 2명은 신도시 개발 발표 전에 토지를 매수했다. 한 명은 인근 시흥시에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처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땅을 사들였다.
박씨는 2018년 2월 노온사동의 농지 992㎡를 매수했다. 토지 등기부등본상 매수가격은 3억1500만원. 박 부장은 이 토지를 박모(53)씨와 절반씩 소유하고 거주지도 같아 가족 관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LH 직원 A(53)씨는 2019년 3월 노온사동의 임야 4298㎡를 6억 5000만원에 사들였다. A씨도 등기상 거주지가 같은 사람과 땅을 절반씩 나눠 매수해 부부 사이로 추정된다.
박 부장은 논밭을 사기 위해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지만 허위신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인부를 동원해 농작물을 키웠을 가능성도 보인다. 임야일 때보다 보상금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1000㎡ 미만 농지는 주말·체험 영농 목적이면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취득 가능하다.
박 부장의 매수 토지는 992㎡여서 여기에 해당한다.부동산 전문가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토지보상금이 올라갈 수 있다"며 "나무를 심고 건물을 올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매수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서 지분을 분할했다. 지분 쪼개기 뒤 3개 지번으로 나뉘었고 이 중에 박 부장은 한개 지번의 땅을 가졌다. 나머지 2개 지번의 땅은 5명이 소유하고 있고, 이들은 부부 및 친·인척 관계로 파악됐다. 박 부장 등은 광명시 토지 매수 사실이 드러나 LH에서 대기발령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들의 토지 매입에 투기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광명·시흥지구 개발 정보를 알지 못하면 매수하기 쉽지 않고, 지분쪼개기 등의 수법을 동원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번 분할은 이른바 '꾼'들의 수법이며 같은 날 산 것이라면 매수자끼리 사전에 공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는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헌승 의원은 "이번 사건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라며 "LH 직원들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투기행위가 이뤄진 만큼 정부 차원의 조사가 아닌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 플랫폼뉴스는 최근 의혹이 증폭되는 개발지 땅투기와 관련해 제보를 기다립니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의 모든 곳에서의 공직자와 공기업 임직원, 정치권 관계자 등의 투기 의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지 기자들의 이메일 등으로 보내주시면 성실히 확인취재를 해 기사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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