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확진자 1명 찾는데 7600만원 들었다

일부 지자체 1가구 1명 코로나 검사 도입
전문가들 “실효성 적은 포퓰리즘 방역”

강동훈 승인 2021.02.02 20:47 | 최종 수정 2022.01.02 02:38 의견 0

일부 지자체에서 앞다퉈 도입 중인 '1가구 1명 코로나 전수(全數) 검사'가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북 포항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상태라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달 25일 행정명령을 내려 26일부터 1가구에 1명씩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 중이다. 지난 1일까지 15만 3000여명이 전수검사를 받았다. 확진자는 30명이 나왔다. 포항시 관계자는 “30명 중 12~13명이 전수검사에서 확진됐고, 나머지 17~18명은 이들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전북 순창군도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숨은 감염자'를 찾겠다며 임시 선별검사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주민 2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했다. 주민 9200여명이 전수검사를 받았지만 확진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광주광역시도 최근 ‘설 연휴 전 1가구 1조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포항시는 5명의 검체를 혼합해 검사하는 ‘풀링(Pooling) 검사’ 방식으로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 풀링검사는 1회 단가가 7만 5000원이다. 15만 3000여명을 대상으로 약 3만 600회의 풀링검사가 이뤄졌고, 검사비만 22억 9500만원 가량이 들어갔다. 확진자 1명을 찾는데 검사비 7650만원을 쓴 셈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대기 시간 등 기회비용과 검사소 운영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무작위 검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하루 생활권인 나라에서 지역 간 이동이 계속 이뤄지는데 전수검사를 한 뒤 또다른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포항처럼 별다른 역학 근거 없는 무작위 전수검사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전수검사는 서울 동부구치소처럼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을 중심으로 역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며 “무작위 전수검사는 확진자를 많이 찾지도 못하고 사회경제적 비용과 예산 낭비가 더 크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포항에 숨은 감염자가 많은 것으로 판단해 전수검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검사에 든 비용은 국비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검사 인력은 대부분 공무원이고 병원들의 자발적인 지원이 있어 인건비는 크게 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순창군과 포항시는 전수 검사와 관련, 전문가 자문을 구하지 않고 내부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무작위 전수검사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양성률(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비율)에서 확인된다. 의심 신고로 인한 검사는 보통 1~3%의 양성률이 나오는 반면 무작위 전수검사의 양성률은 0.1~0.3%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내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의심신고의 검사 양성률은 0.6%, 1.27%, 1.3%였지만 같은 기간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의 양성률은 0.1%, 0.3%, 0.14%에 그쳤다.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에서는 검사 시작후 지난 1일까지 148만건의 검사가 이뤄져 4279명 확진돼 양성률은 0.28%다. 포항시의 전수검사 양성률은 0.02%로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 양성률에 크게 못미친다.

마상혁 부회장은 “코로나가 지역사회에 풍토화돼 있어 전수검사 방식으로 지역 내 환자를 ‘0′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지자체장들이 전수검사를 남발하며 철저한 방역을 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려고 하지만 실상은 예산만 낭비하고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비용만 유발하는 포퓰리즘 방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그런 문제(무작위 전수검사)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효과성을 높이면서 제한된 검체 채취 역량, 또 검사 역량을 효율적으로 잘 쓸지에 대해서는 전략과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뉴스 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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